인조다이아몬드 제조의 교훈

공업용 다이아몬드제조기술 도용여부심판을 둘러싸고 4년여를 끌어온 미 법정이 충격적인 판결을 내려 국내외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보스턴연방법원은 최근 국내다이아몬드생산업체인 일진다이아 몬드에대해 GE사의 생산기술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사람으로 치면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생산중단 판결을 내려 한미간 통상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향후7년간 제품생산금지는 물론 제조설비파기까지 명령한 미 연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정도를 벗어났다는 게 국내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진이 GE사의 지적재산권을 실제로 침해했는지 여부를 정확히 가리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GE사가 제시한 정황증거만으로 판결을 내려 공정성에 흠집을 남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같은정황은 GE사와 일진간에 벌여온 일련의 공방과정을 보면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다. 일진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3년동안 총 12억원의 개발 비를 투입, 87년에 공동개발한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양산에 들어간게 89년의 일이다. GE사가 일진에 제동을 걸어온 것은 바로 이때부터다. GE사는 일진이 양산에 들어간 89년 10월 보스턴연방법원에 일진공장 가동중지가 처분신청을 낸 것이다. 그러나 미 법원의 담당재판부는 91년 5월 이 사건의 예심 재판에 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이때까지만해도 GE사의 폐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그후 담당재판관이 바뀌었다. 그리고 판결도 반전됐다.이것이 한미 업체간 4년여를 끌어온 기술분쟁의 전말이다.

누가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재판기록과 재판과정을 일일이 점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 법원의 판결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편파적이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GE사는 자사가 20년에 걸쳐 개발한 인조다이 아몬드기술을 일진이 3년만에 개발한 것이 전혀 믿기지 않다는 주장이다. 자사의 퇴직기술자가 비밀기술을 제공했다고 단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기술수준을 아주 얕잡아본 것이다.

물론빌미를 제공한 것은 일진이다. 과전불납이 이하불정관이라고 남이 의심 할 일을 아예 하지말아야 했는데 공교롭게도 오얏나무밑에서 갓끈을 고쳐 맨격이다. 그러나 일진은 GE사의 다아몬드특허권이 87년 소멸된데다 이미 범용 기술에 해당하는 인조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에 선진국의 전매특허인 영업비밀의 덫을뒤집어 씌우는 것은 어불성열이라는 입장이다.

GE의속셈은 딴데 있다. GE사는 지금까지 누려온 세계시장의 독점적 지위가 일진으로 인해 위협받는 것을 크게 두려워 해온게 사실이다. 재판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90년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GE는 일진에 공장매각을 요구했고 칼라 힐스와 키신저가 이 문제를 거론한 것도 위기의식의 발로다.

전체매출액(2백10억여원)중대미수출액이 1백만달러도 채 안되는 일진으로서 는 판결에 따른 미시장 포기보다는 GE사를 등에 엎은 미국정부가 한국정부에 가할 통상차원의 파상공세를 더 염려하고 있는 눈치다.

이번판결은 UR타결이후 TR(테크놀로지라운드)의 서막을 장식 했다는 점에서정부와 업계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GE는 이번 법정판결을 계기로 한. 미간의 통상협력테이블에 이 문제를 올려 유리한 고지를 점령 하려 할 것이다.

우리기업들이선진국들의 특허공세에 시달려온게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일례로 특허청자료에 따르면 지난 90년이후 지난해말까지 미.일등 외국 업체가 국내주요기업들에 특허 침해를 문제삼아 경고장을 발송한 건수는 220건 에 이르고 이 가운데 제소장을 보낸 경우도 13건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업체들의 특허피해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지적재산권을무기화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전면적인 기술전쟁으로 개발 도상 국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미법원의 판결에서 보듯 정의의 칼도 국가적인 이익앞에서는 무력해지게 마련이다.

선진국들의TR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산의 적극적인 대응체계수립과 전담 조직구성 등 전열정비가 시급하다. 개량특허를 많이 보유, 교차특허 크로스라이센스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선진국의 특허덫을 피하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기술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면 먼저 상대가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