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자산업 전망-통신

93년은 한마디로 통신의 해였다.

지난해연초 앨 고어 미부통령이 정보고속도로 구축계획을 제안한 이래 전자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통신분야에 집중됐다.

정보고속도로건설을 둘러싸고 지역벨사와 케이블 (CA)TV업체들은 저마다 일년내내 야심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제휴합병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해미 언론에서 가장 각광을 받은 것도 당연히 이들 통신과 CATV 업체들 이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벨 애틀랜틱이 세계 최대 CATV업체인 텔리커뮤니케이션즈사 TCI 를 1백2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하이라이트 를 장식했다. 다른 지역벨사들 역시 정보통신시장 변화를 예감하며 CATV업체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US 웨스트는 타임 워너에 25억달러 를 투자하고 있으며 나이넥스와 벨 사우스는 파라마운트사 인수를 둘러 싸고 지금도 양쪽진영에서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봇물터지듯 쏟아져나온 메가톤급 제휴.합병과 신규투자 계획이 올해도 재현될 것인가.

대답은당연히 긍정이다. 미 정부의 통신시장 규제완화로 CATV업체들이 지역 벨사들의 시장을 잠식해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다가 지역벨사들은 정보 고속도로를 통해 컴퓨터, 통신, 가전, 스포츠, 영화오락, 홈쇼핑, 홈뱅킹 등모든 정보매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대화형TV 시장 진출을 강력히 원하고 있기때문이다. 오히려 올해는 지난해 불붙은 정보고속도로 및 대화형TV시장 선점 경쟁이 84년 지역벨사 분할 이후 전개된 장거리전화서비스시장의 경쟁을 무 색케할 정도로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를시작으로 전화업체들은 CATV업체들과 손을 잡고 수십억달러규모의 정 보고속도로사업 계획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시장조사업체인 노던 비즈니스 인포메이션즈(NBI)사는 정보고속도로 관련 투자분을 제외하고도 94년 미국의 통신장비부문투자가 올해 2백45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전망하고 있다.

대화형TV시장 경쟁이 적어도 5년 이후의 비교적 먼 장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되는 투자전략이라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오는 5월 사업 자를 선정할 예정인 개인휴대통신서비스(PCS)시장경쟁은 바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다.

PCS는디지틀방식의 선명한 음질과 다양한 기능,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지금까지 무선통신 시장에서 독주해온 휴대전화 서비스를 위협할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NBI사는 휴대전화서비스가 지난해보다 17% 성장한 1백24억 달러 수준의 매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유선전화부문도 미국 경제 성장이 순조를 보임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세 를 보일 것으로 NBI는 전망하고 있다. AT&T, MCI, 스프린트 등이 활약 하고있는 장거리전화서비스는 지난해 5%보다 약간 높은 6% 성장을 기록, 6백90 억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이며 경제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지역 전화 서비스는 3% 성장해 9백8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NBI는 내다 보고있다. 올해 한가지 주목할만한 동향은 지난해 통신업계의 활발한 움직임에 자극 받은 미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통신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전화와 장거리전화, 통신장비 및 CATV 사업등에 대한 참여규제가 완화됨으로써 미국 통신업계는 또한번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될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지난해 미국 통신시장이 격전을 예고한 준비운동을 했다면 올해는 실전에 돌입해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한편정보고속도로 건설을 계기로 미국 통신업계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던 일본 및 EU 등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적극적인 통신시장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어 올해 세계 통신시장은 일본, EU 등 후발주자들이 미국의 뒤를 따라가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함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