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수질관리 과학화

물은 생명이라고 한다. 시냇물을 떠서 마실 수도 있었던 시절에는 없던 말이다. 그러나 산업화의 진전과 물질문명의 발달이 가져다준 부산물은 대부분의하천을 농업용수로도 쓸수 없을 정도로 오염시켰고, 이제 그 오염의 정도는점점 상류로 확산되어 식수원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게 되었다.

이번에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수돗물에 대한 전국민의 불신을 심화시킨 낙동강의 식수오염 파동도 그동안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중요법으로 일관해온 우리의 환경정책이 빚어낸 결과이다. 사실상 환경 오염문제는 선택의 문제였으며, 그동안 우리는 개발이냐 환경우선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개발 우선쪽을 선택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환경오염에 대한 공동정범이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하며, 전국민이 지혜를 짜내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그런데이번 사건 이후 정부에서 발표한 수질관리개선대책도 그 발상이 과학 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짜깁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씻을 수 없다. 내용면에서 보면 지난 91년 페놀 사건때 발표한 종합대책과 93년 신경제 5개년 계획의 맑은 물 공급대책을 종합 재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 더군더나 실행을 위한 재원확보 방법도 불분명해 어떻게 실행 될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특히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음에도 이러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환경에 대한 비전문가인 군병력 을 동원 하여 물의 오염을 감시하겠다는 발상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본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에는 돈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시간이 소요되니 가장 돈이 안들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간다. 그러나 물은 우리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한번 오염되면 회복 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므로 문제가 더 심각해 지기전에 장기적인 안목 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질관리의 과학화에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먼저 산업화를 이룩한 미국과 프랑스 등 경제선진국이다. 이들은 주로 정보 기술을 활용하여 환경 오염문제를 극복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 위스콘신 주 비버댐시에서 사용하는 수질통합관리시스팀(ISWQM)이다. 이것은 컴퓨터와 자동 측정센서를 이용한 수질관리시스팀으로 수질오염을 개선하기 위해서는오염 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수집되어야 하며 사전예방과 사후처리가 종합적으로 하나의 시스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오염정보의 수집을 위해 이 시스팀에서는 시주변의 크고 작은 하천은 물론공장.주택밀집지.농장.취수장.정수장.상하수도시설에 이르기까지 물과 관련된 모든 곳에 자동측정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오염배 출원 들의 오염농도를 24시간 자동측정.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지역의 오염 농도정보를 중앙통제실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으며 오염 배출원 및 배출 량을 발생 즉시 파악할 수 있다.

또한중금속 등에 대한 오염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게 되면 곧장 오염배출구 의 밸브가 차단되고 원인물질에 대한 약품 투여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상세 한 정보를 정수장에 전달하게 된다. 그렇게 했는데도 유해 물질이 검출되면 사실을 숨기기 보다는 식수공급을 중단하고 실수로 공급된 물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민들 에게 알려 오염된 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시스팀은 지역별.오염원별 오염 유발정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환경정책을 수립해내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이러한미국의 사례를 보면 수질오염은 관리체계의 일원화나 이원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관리시스팀의 확보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질관리 현실을 보면 수질관리의 가장 기초가 되는 수질 관련 각종 정보들이 ISWQM의 경우처럼 체계적인 방법으로 수집, 관리되기는 커녕 부분적으로 수집되는 단편적인 정보마저도 환경 처를 비롯해 건설부.내무부 등 각급 행정기관에 산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종합적인 수질관리정책의 수립은 커녕 수질오염시 오염원인과 오염량 의 파악조차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부산식수오염사건이 발생했을 때 4일이 지난 후에야 발생 사실을 겨우 확인하고 20여일이 지난 지금 까지도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물은 흘러가 버리고 남아 있는 정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질관리의 효 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효율적으로 수집되어야 하고, 이렇게 수집 된 정보들이 각 기관별로 산재되어 관리되기보다는 통합관리 되어야 한다.

또한수질정보의 형태도 수계별로 측정되거나 지역별로 종합집계된 단순 수치통계정보 형태에서 지형도와 지질도.토지이용현황도.인구상황 등의 정보를 가미한 종합정보가 되어야 한다. 종합정보가 완벽하게 갖추어져야만 오염 사 고시 오염원의 배출지점 및 배출량등을 쉽게 파악, 대응책을 마련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의 가장 합리적인 수질관리방안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통의 과제로써 모든 국가가 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국의 이러한 노력은 그린라운드 시대를 맞아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제 우리도 산업화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따라서 환경 문제를 단기적인 대중요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오염물질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과학적이며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팔당호의 수질관리를 위해 컴퓨터를 이용한 환경오염감시상황실 을 운영하려는 경기도의 계획과 환경처가 계획중인 종합환경관리 시스팀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며, 우리나라의 환경관리를 과학화하는 효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포스데이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