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종된 민간자율

문민정부 출범이후 상당폭의 행정규제가 완화되고 재계현안은 스스로가 자율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우리 경제계에 정착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역행하는 일이 발생, 재계는 몹시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다.

이러한재계의 우려는 최근 한국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SPCC가 발주한 시 멘트플랜트공사를 한라중공업이 저가 수주해 외화를 낭비하는 한편 국내업체 가 과열경쟁을 초래케 하는 등 대외무역법을 저촉했다"고 상공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제기됐다.

한중은 진정서에서 한라가 한중보다 1천7백만달러가 낮은 금액에 공사를 수주한 것은 명백한 대외 무역법 위반이며 이같은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제제를 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한라는 공정개선 등 생산원가절감을 통해 수주한 금액으로 공사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중이 상공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곧 최종낙찰자가 결정될 사우디아라비아 TABUK시멘트플랜트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한라를 걸고 넘어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SPCC와 비슷한 규모인 TABUK공사는 현재 한중이 한라보다 4천8백만달러 정도낮은 금액을 제시, 최저응찰자로 선정돼있다.

이와 관련, 한라가 SPCC에 제시한 금액은 저가이고 한중이 TABUK에 제시한 금액은 적정가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게 한라의 주장이다.

한편양사의 상반된 입장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려야 하는 상공부는 현재 사안의 미묘함을 감안,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공부는민간업계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을 정부가 개입토록 유도한 것은 민간업계가 최근들어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행정규제 완화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처사가 아니냐는 입장이다.

특히한중의 경영정상화을 위해 뛰고 있는 이수강사장의 의욕과 한중에 대한 쓰라린 과거를 안고 있는 정인영회장의 집념이 복잡하게 얽혀 해결의 여지를더욱 좁히고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민간자율조정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중의 처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게 재계의 지배적인 견해다.<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