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사람들의 향학열이나 자식 교육은 유태인.일본인 못지않게 대단히높은 것처럼 보인다 . "아는 것이 힘"이라든가 "못배운 설움"등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그러나, 과연 배움의 결과로 얻어지는 지식은 과연 무엇이고, 왜 이러한 지식을 얻는 것이 중요한가 한번음미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우리나라에서는 학교의 평판이 주로 입학하는 학생의 점수로 정해지니까 상대적으로 학교에서도 학생에게 얹어주는 부가가치, 즉 교육효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고,학생들도 취업.결혼.출세하는데 출신교 이름 덕을 보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쓸모있는 지식"의 "쓸모" 라는말 자체의 정의가 그리 명확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비행기를 타고 바깥 세상을 나가보면 지식의 쓸모란 통용 되는 상품 에 반영되는 것으로 명백히 정의되어 있음을 알게되고 오직 일등상품만이 살아남는 세계시장의 출렁이는 파도 속에 쓸모없는 지식은 흔적도 없이 쓸려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 특허와 논문은 그 "쓸모"를 심사위원이 판정하므로 좀 엉성한 것들도 출판될 수 있지반, 상품은 고객이 그 쓸모를 판단하므로 "쓸 모 있는 지식-일류지식"의 등식이 그대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쓸모없는 지식은 어떻게 얻어지고, 그 효과는 과연 무엇일까.
앎은들음으로부터 첫 단계가 시작된다. 선생님의 얘기를 듣거나, 책을 읽음으로써 지식과의 물리적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들어도 모르면 가르침은 공기의 허무한 진동이 되고, 읽어도 이해가 안가면 글을 애꿎은 묘목 잘라 만든 펄프의 낭비로 끝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면 묻거나 또 읽고 생각해 서 내용을 일단 문법적으로, 또 의미적으로 이해하게 되며, 이것이 앎,즉 지식형성과 정의 제2단계를 통과한 것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몇달내에 치는 시험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된다. 단, 시험 문제가 습득한 지식을 거의 그대로 토해내면 되는 수준이라는 전제하에.
훌륭한교사들은 새로운 사실을 가르칠 적에 이미 학생 다수가 알고 있는 예를 써서 비유로 설명한다. 한편, 좋은 학생들은 새로운 얘기를 들을 때마다이것을 자기가 이미 갖고 있는 지식 베이스와 연관지어서 머리 속에 저장함 으로써, 잘 잊어버리는 것도 막고 필요할 때에 쉽게 지식 베이스에 꺼낼 수있도록 한다. 이 단계를 결합(association)의 단계라 하며 여기까지 거친 지식은 더 오래 기억되고, 더 잘 풀려나온다.
그러나,지식의 가장 높은 단계는 소위 상위지식(meta-knowledge)이 아닐까한다. 우리는 미술.음악.스포츠나 바둑에 처음 입문할 때 규칙대로, 기본 동작대로 정석대로 할 것을 강요받고, 모든 초심자들은 너나없이 똑같은 동작 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정수준을 넘어 거장이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거장은 무엇인가. 같은 얘기도 이들이 설명하면 금방 이해가 되고, 이들은 그 분야의 세계를 스스로 개선.심화시켜 가며, 이들은 기본규칙을 꼭 따르지않을 때도 많지만 누구도 감히 이들을 탓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식의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지식을 사용하기 위해 억지로 그림을 그리고 작곡하지 않는다. 이들이 지식의 주인인 것은 자기가 가진 지식을 필요에 따라 바꾸거나, 무시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을 낳아가지 때문이다. 우리는 이때에 " 이들이 그 방면의 상위지식을 획득했다"라고 표현한다.
우리는다행스럽게도 링컨처럼 책 한권을 빌리기 위해 밤중에 먼길을 걸어갔다오고 비에 젖어 못쓰게 된 책을 변상하는 방법으로 책주인의 집에서 일주 일간 일해줘야 하는 시대에 있지 않다. 그야말로 지식꺼리는 숱한 컴퓨터 망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인생은 짧고, 그나마 지식의 섭취만을 위해 그 시간을 다 쓸 수도 없다.
그러면어떻게 하나. 이에 대한 답은 전문가의 삶이다. 전문가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기초지식 이상을 모르지만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끝내주는 사람 이다. 그는 그 분야의 거장이 되길 바라며, 그 분야의 삶을통해 다른이와 사회에 공헌하며, 이를 즐거워하는 속에서 보상받는 사람이다.
세계화의시대에서 세계 일류가 아닌 상품과 전문가는 설 자리가 없다. 일류 의 전문가는 상위지식을 갖춘 그 분야 지식의 주인(master) 이어야 한다. 상위지식은 하위지식에 비해 다음과 같이 크게 세가지면으로 다른 면을 갖는다첫째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계속 개선하고 심화 시키고 창조해 가는 능력이 다. 간단히, 창의력이라 불러도 좋겠다. 교과서나 대중 영역의 문헌에 있는지식은 아무나 가질 수 있고, 이것만으로는 일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깊이와 영역을 넓혀가는 힘을 필요로하는 것이다. 당장 고기 몇 마리보다 배고플 때마다 물자리를 찾아 고기잡는 법을 아는 것이 더 소중하듯이.
둘째,주변 사람과의 의사교환.소통및 학제간(interdisciplinary) 협동 능력 이다.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제대로 남에게 설명하고 가르칠 수 없는사람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것에 대한 상위지식을 얻지 못한 상태랄 수밖에없다. 또한, 상위지식을 갖춘 사람은 자기 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설명, 설득 능력이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할 수 있다. 최신 복합기술제품의 개발에 있어서와 같이 협력을 절대 필요로 하는 대규모 학제 적 연구에서 이러한 의사소통 및 협동능력은 필수적인 것이다.
셋째,여러개의 지식이 어떤 상황에서 서로 모순될 때, 어떤 지식을 살리고어떤 지식을 활성화 시키지 않는가에 대한 결정을 제대로 하는 지식의 관리 및 운용능력이다. 지식이 수많은 구슬이라면 이를 꿰는 실은 상위지식이다.
수많은군사도 유능한 지휘관이 없으면 오합지졸이 되는 것과 같이 상위지식 이 없는 지식다발은 무의미하고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상위지식은스스로 깊이를 더해가며, 주변과 협력하여 전체를 더욱 빛 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상위지식 없이는 남이 만들어 놓은 문제에 정해진 지식을 파라메타만 바꾸어 채워넣는 기능공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우리는지금 무엇을 배우고,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의 지옥 같은 대학 입시 제도를 통하여, 우리 젊은이들은 그들의 고귀한 시간을 무엇과 바꾸고있는가. 우리의 미래가 세계시장에서 진정 경쟁력있게 되려면 상위지식이 키워지고 쓰임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를 위해 건배를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