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35)

그 회합이 있은지 몇 년 후 두 사람은 그때 제시된 회사 가치를 서로 다르게기억하고 있었다. 게이츠는 6백달러에서 1천5백달러를 제의했다고 했고 페로 는 그것보다 훨씬 비싼 4천달러에서 6천달러였다고 주장했다. 가장 높은 가격에구입했더라도 페로는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86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상장되자 회사 가치는 쉽게 10억달러선을 넘어섰다. 79년 페로가 횡재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잡지 못한 이유는 게이츠 자신이회사를 매각할 의사가 별로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페로와 자문위원인 모트 메어슨이 지나치게 신중했기 때문이었다. 게이츠는 페로가 지불하겠다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요구했다. 페로는 후에 그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것이큰 실수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십억 달러의 횡재를 놓쳐서가 아니라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이룩한 성공을 곁에서 지켜 보지 못한것이 안타까웠다고 술회했다. 92년 페로가 대통령 선거 유세를 주도할 당시 마이크로소 프트의 가치는 2백억달러를 웃돌았고 게이츠는 페로보다 2배의 수입을 올렸다. 페로는 "가장 좋은 자리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잃었던 것이다. 여기에서그는 사업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것은 때로는 오히려 나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79년 게이츠와 페로간의 협상결렬 사실은 몇년후에야 알려졌지만 86년 스티 브 잡스와 넥스트를 지원해 주겠다는 페로의 뜻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페로에게 있어서 빌 게이츠와 같은 성공을 이룩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잡스였다. 때문에 잡스가 어떤 제의를 해도 페로가 기꺼이 그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잡스가 "절대적인 신뢰 를 요구하자 79년 실패로 돌아간 게이츠와의 협상을 기억하고 있는 페로 는 모든 제의를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게이츠와의 경험이 넥스트와의 거래성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페로가 넥스트에 참여했다는 사실 하나만을 가지고 넥스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로스 페로는 억만장자이다. 특출한 사업수완없이는 억만장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잡스와 넥스트는 예리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페로와그의 뛰어난 회계전문요원들의 검증을 거쳤을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특별한회사일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페로도 동의했다.

페로가 잡스의 장점만 보았던 것처럼 사람들도 페로의 장점만 보았다. 페로 는 겸손한 태도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았다. 사람들은 "정말로 총명 한 사람들은 자기가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의권한을 위임할줄 모른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다르다. 물론 나도 자존심이 있기는 하지만 나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안다. 이런 페로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페로가 상식과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여겨져야 할텐데 "진정으로 똑똑한 사람들"에게 찾아볼 수 없는 무엇인가를느끼게 하는 힘을 발휘하여 오히려 그의 사업수완은 더욱 돋보이게 되었다.

(잡스는남에게 일을 못맡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페로의 경영철학을 완전히 신뢰하면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사람들은 페로가 그의 비밀을 말해주기를 원했고 페로 자신도 그의 성공비결을 조리있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잘하지 못했다. 기자들이 재차 그런 질문을 던질때면 그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텍사카나의 대공황 시절에 어린시절을보냈고 가난한 동네에서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었으며 해군사관학교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은 다음 IBM에서 전설적인 세일즈 활동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한번은 같은 얘기를 하는 중에 그는 그의 신비성을 약간 들추어내는 말을 한적이 있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때문에 성공한 것 같아요.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하기 때문에 나는 적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 하는 것 뿐이죠." 일반적으로 이런 고백은 환영받지 못하게 마련이다. 일반인들은 페로를 사업 가중에서도 최고의 사업가, 커튼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것에 통달한 오즈의 마법사로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커튼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커튼 을 열어 손을 흔들어 인사해도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려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