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자원부의 "병렬처리대형컴퓨터개발사업"과 체신부의 "고속중형 병렬처리 컴퓨터개발사업"은 한마디로 서로 비슷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가뜩이나 부족한 기술인력과 개발비를 양분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많은게 사실이다. 두 부처간 경쟁심리가 발동해 무리한 참여를 해당업체에 주문할 수 있고 자칫 개발방향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상공자원부는 서울대신기술공동연구소를 앞세워 지난해에 병렬처리 대형 컴퓨터개발사업에 나섰고 체신부는 이달부터 전자통신연구소를 통해 주 전산기 Ⅳ인 고속중형병렬처리컴퓨터개발사업을 부처간 협의조차 하지 않고시작했다. 이로인해 삼성.금성.현대.대우등 주전산기개발4사는 양부처의 연구 개발사업 가운데 어느쪽을 선택해야 할지 눈치보기바쁘고 지난달 17일 및 22일 전자통신 연구소와 서울대에서 각각 있었던 사업참여신청에 주전산기4사가 담합해 사업참여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져 업체선정작업이 연기되는 촌극까지 연출 됐다. 두 부처의 눈치 보기에 지친 해당업체들은 최근 간접적인 압력을 우려, 중복 투자와 연구 인력의 분산이라는 부담을 안고 체신부의 고속중형병렬처리컴퓨터개발사업에는 4개사가 모두 참여하고 상공부의 병렬처리대형 컴퓨터개발사 업에는 한국컴퓨터와 2개 업체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러나막대한 자금을 쓰는 정부의 국책사업이 부처간 갈등속에서 곡절을 겪으면서 추진되는 것은 두 부처뿐아니라 주전산기4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주전산기4사의 관계자들은 상공부담당자앞에서는 "체신부의 컴퓨터 개발사업 과제에는 장기적인 비전이 없어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 나올 수 없다"고 체신 부쪽에 불리한 말을 하고 체신부에서는 "상공부의 대형병렬처리컴퓨터개발사 업은 독자기술개발이 거의 없고 이를 주관하는 서울대가 기술 오퍼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식의 말을 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들은 기업체의 의견을 믿고 다른 부처에서 문제가 있는 사업을 자기부처가 해결해준다는 심리가 발동했고 이는 부처간 불신으로 연결돼 급기야 두 부처 모두 병렬처리컴퓨터 개발사업을 추진해 주도권을 다투는 결과를 낳게했다는 지적이다.
이번사업과 관련, 양부처간의 갈등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공자원부관계자는 "통신의 "고속도로"라할 수 있는 망사업이 체신부의 본연정책임에도 불구, "자동차"라할 수 있는 컴퓨터까지 체신부가 주도해 개발 해야 하느냐"고 주장하는 반면 체신부관계자는 "그동안 주전산기I, Ⅱ, Ⅲ를 개발하는데 체신부가 타부처에 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입했고 그 결과물 역시국내 컴퓨터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는데 이제와서 상공부가 컴퓨터 개발사 업에 독자적으로 나서는 것은 욕심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상공자원부는체신부를 제외한 타부처와 협의만 거쳐 이 사업에 나섰고 체신 부 역시 자체기금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주전산기Ⅳ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과 관련해 상공 및 체신부가 컴퓨터신기술이 병렬처리로 전환 하는점을 빨리 파악, 선진국과 비슷한 시점에서 경쟁력을 갖는 제품을 개발 하겠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이같은 중복개발은 오히려 역작용을 할수 있다.
즉두마리의 토끼를 쫓다 한마리도 제대로 잡지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이들 사업을 위해 상공 자원부는 3백80억원(민간 1백90억원)을, 체신부 는 5백80억원(민간 2백90억원) 을 투입, 97년까지 제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 다. 이들이 투입할 금액은 그동안 정부가 정보산업육성을 위해 투입한 다른 개발 사업비보다 많다.
따라서유사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자금을 양분하는 것보다는 한데 모아 보다 실속있는 제품을 개발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또기업 역시 사업주체의 양분으로 업무처리시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업 이 일원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이라도양부처가 추진하는 병렬처리 컴퓨터개발사업을 통합, 엑기스만을 모아 힘을 집중시키는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구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