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형업체 오쿠마사는 정년을 60세에서 4년 낮춰 "정년연장 추세에 역행한다 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 하다. 실질 적인 "밀어내기"등의 현상이 업계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불황으로수주가 최고수준때의 3분의1로 격감한 상황에서 자구책은 이제 감원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업체에 따라서는 "연공서열의 조정"정 도의 느긋한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민감한 인력관리문제를 일반직원들의 이해를 얼마나 구하면서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것도문제다. "인원을 적정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간단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회사측의 인원 감축책을 앞에둔 한 중견공작기계업체의 노조간부는 괴로운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감원 을 받아들인다 해도 퇴직조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것 인지가 어려운문제다. 회사측의 형편에 따른 지명해고제안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그 대신 납득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
오쿠마의경우는 지명해고를 둘러싸고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시비는 차치 하고 그 기준을 일정연령에 두었다. 동사는 제1차 오일쇼크이후 76년에 3백80 명의 희망퇴직자를 모집했는데 희망자가 적어 하는 수 없이 지명해고를 단행 했다. 그 결과 사원들간의 융화에 흠집이 생겼다. 또 해고에 불복 하는 10여 명의 사원들이 취소를 요구하며 회사를 제소, 10년간에 걸친 소송을 치렀다.
"그때의 경험만은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로사쌍방에 작용, 이번에는 정년을 낮추는데 노사가 합의했다.
공작기계업계에서는 실제로 정년을 낮춰 퇴직을 요구한 경우가 이밖에도 많다. 2년 연속 대폭적인 적자를 기록한 OKK는 지난해 7월 일시적인 조치라는 조건을 달아 정년을 3년 낮춰 57세로 정하는데 노사가 합의했다. 이 결과 사원 35명이 퇴직했다.
또엔슈사는 지난해 7월말 부터 8월초순에 퇴직대우제도의 대상연령을 46~59 세로 설정, 희망 퇴직자를 모집 했다. 전종업원의 16%에 해당하는 2백8명이 응모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동사의 1차정년에 해당되는 55세이상의 전사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엔슈는 "제도화한 것은 아니지만 1차 오일파동 시 정년자들이 퇴직한 관례에 따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직접적인고용조정과는 달리 일정 연령에 달하면 직무가 해제되는 직무 정년 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업체도 있다. 모리정기제작소는 금년들어 새로운 "관리직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로 관리직 사원은 50세가 되면 관리직 에서 벗어나 새 직무를 받는다. 지난달에는 과장.과장대리.계장 15명이 라인 관리직을 떠나 "지도역"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갖게 됐다. 지도역의 직무수당 은 계장과 비슷한 수준.
"젊은사람들에게 승진의 기회를 주고 사내의 의식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 라고 동사는 이 제도의 도입취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직무수당의 억제와 동시에 형식을 달리한 실질적인 밀어내기"로 보는 것이 일반론이다.
공작기계업계가인력관리문제로 고민하게 된 원인은 절대적으로 수주 격감에 있다. 민간설비투자의 위축등으로 거의 3년에 걸쳐 매월 전년동기 실적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수주액은 약5천3백억엔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호황기인 90년의 3분의1로 크게 떨어진 수치다.
또한자동차.가전업계가 과잉설비의 상태에 있어 앞으로의 상황도 비관적이다. 수주격감만을 고려한다면 업계의 종업원수는 과잉상태다. 지난해 11월 종업 원수는 약 3만2천5백명정도. 최대규모시기인 92년여름에 비하면 17% 감소한 수치로 종신고용이라는 일본의 근로관행 속에서 각 업체들이 감원에 인내를 보여왔다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그러나 이런 인내도 깨어져가고 있다. 지난해 후반부터 감원이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히타치정기는 모집인원를 정하지 않고 조기희망퇴직자우대제도로 퇴직자를 모집중인데 "응모자수에 따라서 2차실시도 불가피 하다"는 입장 이다. 마키노프 라이스도 "현장인력에 한정된 자택대기"라는 미명하에 사실상의 감원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오쿠마는 정년연장이라는 근로규정기준까지 위배하면서 고용 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권장퇴직이나 밀어내기등 애매한 형태로써 정년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예는 이밖에도 많다.
극심한불황으로 일본식 경영의 조정이 요구되는 가운데 감원과 인원 유지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공작기계업체들의 고민은 일본의 고용관행에 하나의 파문 을 던지고 있다.<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