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뽀-미금융업체들 전산시스팀 위력 막강

뉴욕 맨해턴에 위치한 씨티은행의 전산센터.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봉쇄된 곳이다. 전산설비의 규모는 물론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지, 전산구축기법이 어떠한지등 전산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밖으로 나오는 법이 없다.

단지대규모전산센터를 입증하는 것은 이 건물이 무려 층이고 IBM의 메인 프레임을 비롯 고성능컴퓨터들이 수십대 운용되고 있다는 것뿐이다. 또 IBM의 부사장급 중역과 수십명의 서비스요원이 이 건물에 파견돼 씨티은행전산요원 과 공동으로 정보를 가공할 만큼 IBM의 최대고객이라는 정도만 알려 지고 있다. 바로 이곳이 전세계 93 개국에 나가있는 3천3백여개의 지점과 온라인 넷워크를 연결해 각국의 지점에서 거래되는 입.출금정보 및 환율정보, 금리정보 등을 처리 가공하는 시티은행의 메카다.

전세계에서가장 전산시설이 잘돼있다는 이 은행은 이를 입증하듯 단 한건의 거래라도 컴퓨터를 통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특히씨티은행의 본점이 위치한 맨해턴에는 각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은행지점중 50%가량이 무인으로 자동운영될 정도로 모든 업무를 컴퓨터. 통신 및자동화기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무인지점은 우리나라처럼 은행내에 1~2개 의 CD(혐금자동지급기)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 있는 무인점포와는 달리20여대의 ATM이 즐비하게 늘어서 하나의 은행지점역할을 수행 하고 있다. 낮에는 한명의 경비원도 없이 고객을 맞고 있는게 이들 지점의 특색이다.

바로은행의 비용지출비중가운데 상당분을 차지하는 행원 및 관리 인력을 한명도 사용하지 않고 거의 모든 은행업무를 ATM으로 자동전산처리하고 있다는것이다. 여기에 또하나 놀라운 것은 ATM으로 은행에서 처리하는 입.출금 업무는 물론현찰서비스 자.타은행 및 VISA.마스터등 카드업체들과의 계좌이체외에 적금 , 대출, 신탁갱신, 잔고조회, 주식투자등을 모두 처리하며 국내외를 넘어선금융 서비스까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ATM에 표시 되는 언어도 영어. 스페인어.불어.중국어는 물론 한국어까지 지원하는 언어서비스를 통해 영어를 모르는 한국사람이 미국 및 유럽등 현지에서 현찰서비스를 받거나 통장에서 예금을 인출하는등의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전산 시스팀 은 성능이 엄청나다.

씨티은행이전세계의 최대은행으로 주목을 받게된 것은 바로 이러한 전산 투자가 고위층에서부터 인식의 뿌리를 내려 전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넷워크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막강한 시스팀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이전산투자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티은행의 모회사인 씨티코프의 인맥을 짚어보면 그 배경을 알수 있다.

지난84년 씨티코프의 회장인 월터 B. 리스턴은 임기말년 차기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3명의 후보를 추천받았다고 한다. 그중 2명은 하버드 법대와 예일대 법대를 졸업한후 은행업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학연 등으로 워싱턴 정계와도 교분이 매우 깊었다. 이 때문에 자본과 정치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미국사회에서 이들중 한사람이 차기회장으로 선임될 것이라는게 지배적 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차기회장에 오른 사람은 법대나 상대 출신이 아닌 MIT 의 과학석사인 존 S.리드였다.

리스턴전회장은 그동안의 은행주요업무가 "돈놀이(?)" 였다면 앞으로의 은행은 "정보서비스 및 가공" 즉 전산의 영향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감지,전 산출신인 존 S.리드를 씨티코프회장 및 씨티은행의 행장으로 선임 했던 것이다. 이때 부터 지금까지 리드회장은 씨티은행의 전산투자에 관심을 집중해 현재국내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홈뱅킹 및 펌뱅킹서비스를 이미 10년전에 84년 말부터 실시했고 85년에는 ATM에 대한 투자를 강화, 구좌상호이체.적금.입출금 .공과금까지 무인시스팀으로 처리하게 했다. 또 87년에는 ATM에 터치 스크린 을 장착, 누구든지 쉽게 ATM을 사용할 수 있도록해 이를 널리 보급하는가 하면 컴퓨터의 음성서비스와 전자식전화를 통해 전세계 어디에서나 금융서비스 를 받을 수 있는 폰뱅킹시대를 열었다.

특히지난해초에는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씨티은행이 발행한 CITI 카드만으로 도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전산시스팀을 구축,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러한 ATM서비스 못지 않게 전산처리된 고객의 정보가공기술도 전세계 어느 은행이 넘볼 수 없을 만큼 체계적으로 갖춰진 것도 씨티은행의 저력이다.

고객의거래내역과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얻은 방대한 정보를 전산센터내 컴퓨터가 24시간 쉬지않고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영업 및 상품을 개발하는등 시티은행은 어느 은행도 따라올 수 없는 정보분석력을 갖고 있다.

심지어이곳에서는 한국고객의 정보도 취급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입출금등의 계정정보만갖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고객정보 를 국제온라인인 홍콩시티은행을 거쳐 입수, 이를 가공처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오히려 씨티은행 본점에서 한국씨티은행에 한국고객정보 및 타깃고객 을 가르쳐 주는가 하면 시기적절한 영업전략을 구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는풍문까지 나돌고 있다.

따라서이러한 전산시설을 바탕으로 시티은행은 70년후반까지 미국내 최대은행이라 불리었던 "뱅크 어브 아메리카"를 꺾고 세계 최대은행으로 부상 했으며 앞으로 이 은행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씨티은행도 방대한 정보를 중앙전산센터에서 처리하는 중앙 집중식시 스팀을 사용하고 있어 앞으로 늘어날 정보처리에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씨 티은행은 이미 80년대후반부터 데이터를 분산처리하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전산노력을 경주해 현재 상당부분을 분산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씨티은행못지않게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관은 부가통신 사업자인 시러스(CIRRUS) 및 나이스(NYCE).플러스(PLUS).샘(SAM) 등.

세계적인 통신망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은행들과 연합, ATM을 이용해 은행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이들 부가통신사업자들은 시내 곳곳에 설치된 ATM을 이용해 막대한 금액의 통신수수료 및 카드수수료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마스터카드의 자회사인 시러스는 북미.남미.유럽.중동지역은 물론 아시아.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 8만9천9백25대의 ATM을 설치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금융시장개방과 병행해 전개될 통신시장개방으로 이들이 국내에 몰려올 경우 고도의 서비스와 다양한 상품전략구사로 국내금융권중 2~3개 은행의 도산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국내금융권이 수입비중을 대부분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인 예대마 진으로 충당하는게 고작인데 반해 외국은행 및 이들 통신사업자들은 신용 카드를 통해 은행전산시설을 사용하는데 따른 수수료 및 통신서비스료로 수입 구조를 전환한지 오래여서 국내은행으로서는 경쟁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없다는게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이다.

따라서이제라도 국내 은행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과감한 전산투자와 신 기술 개발및 새로운 영업정보를 확보,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위해서는 먼저 은행의 총책인 행장의 전산마인드가 고취돼야 하며 은행 에 많은 전산전문가들이 영입돼 전산시스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국내은행의 전산실장들이 대다수 전산출신이 아닌 영업직 또는 지점장 출신이란 점은 국내은행의 전산직시스팀제고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게사실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 어느 은행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정보계 시스팀 을 신속히 도입,컴퓨터의 방대한 데이터처리능력을 이용해 은행 독자적인 영업기법 및 기반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뉴욕=구 원 모연착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