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안내전화 유료화 검토를

급히 전화 번호를 찾아야 할 경우에 114 안내전화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를이용해본 사람은 금방 짜증을 내게 마련이다. 대부분 통화중이거나 가까스로접속이 되는 경우라도 곧바로 응답이 나오지 않고 응답이 나오더라도 원하는응답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의 경우에는 동명 이인이 많고상호의 경우에는 정확한 명칭을 알지 못하면 원하는 응답을 받기가 어렵다.

114안내전화가지금처럼 자동응대시스팀을 갖추고 전국적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7월부터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응대 시스팀을 갖추어 응대시간이 크게 단축되었지만 사정은 그리 개선되지 않았다. 114 안내 전화가 자동화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던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매일 3백만호의 안내문의 전화가 쏟아져 4천명이 넘는 안내원들이 매일 1인당 7백 건 이상을 처리해야 한다.

안내전화이용자들의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체신부는 오래전부터114안내전화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국통신은 선진외국 처럼114 안내전화를 유요화하는 대신에 문의한 번호를 상대방과 직접 연결해 주는 방안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 이를 건의하고 있으나 체신부에서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9월 한달동안 서울의 중앙 및 목동.춘천.청송지역의 18만4천8백26 가입자를 대상으로 114 안내전화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39% 는 한달 동안 단1회도 114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주1회 이상 이용자는 26% 밖에 안되지만 이들이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의 83%에 이르렀다. 특히 1일 1회 이상 이용자는3%로 이들의 문의건수가 전체 문의호의 25%를 차지 했다. 그밖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114안내전화는 소수의 가입자가 집중적으로 이용함 으로써 연간 1천3 백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이를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도 공동부담해야 하는 불공정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들이용자들은 필요한 전화번호를 알아내는데 114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매년 수백억원(1992년의 경우 1천1백43만부에 3백50억원 소요)을 들여1천만부가 넘는 전화번호부가 발간되지만 114안내전화가 무료 인데다 편리하다는 생각 때문에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국가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외국의 전화번호안내는 거의 모두가 유료다. 프랑스는 이미 1964년부터 실시됐고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75년부터 시작하여 84년에 모두 유료화됐으 며 독일은 74년, 대만은 89년, 일본은 90년, 영국은 91년에 각각 유료화됐다. 이용요금은 대만이 시내요금과 같고 일본이 시내요금의 3배, 프랑스는 5배 , 미국은 5~6배, 영국은 11~12배에 이른다.

현재우리나라의 114안내전화 통화완료율은 50% 정도에 불과 하다. 두번 걸어서 한번 성공한다. 114안내전화를 유료화할 경우 통화완료률은 70%이상으 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 한국통신측의 전망이다.

이제기본통신을 개방해야 할 시기도 멀지 않다. 잡아놓은 날은 어느 결엔지 모르게 순식간에 다가오게 마련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란 사리에 맞지 않게 공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받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 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혜택을 받은 사람이 비용을 부담하는 수익자부담원칙 이 114안내전화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당국은 114안내전화의 서비스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유료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여론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이를 소신있게 추진해야 할것이다. 유료화가 단순히 관련기관의 수익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 수입이 전액 재투자되어 결국은 이용자들에게 환원되고 또한 유료화를 통해 전화이용문화의 선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를 실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