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료용 VR실습기 "버추얼 클리닉"개발 추진

인술을 배우기 위해 마땅한 해부실습대상을 찾기 어려운 외과 수련의들의 고민이 해결될 전망이다.

영국보건부와울프슨재단이 주축이 돼 3차원 외과수술용 가상현실 VR 시뮬레이터인 "버추얼 클리닉"을 앞으로 수년내에 영국의 모든 외과 수련의 교육과 정에 도입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관련 VR 기술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그동안건축.게임기등의 분야에서는 상당수준의 VR기술관련 제품이 선보였으나 의학분야에서의 발전은 비교적 더뎠다. VR의료실습기가 느린 발전 속도를 보인 것은 그동안 발표된 일부 실습기들이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수련의들로부터 외면받아왔던 것이 주요인이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수준에 들지 못하는 영국이 외과수 술용 VR시뮬 레이터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일부 유럽 국가가 살아있는 동물을 실습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 하고있는 데 반해, 영국정부는 이를 금지하고 있어 그동안 외과수련의가 실습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는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최초로 개발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복강경수 술방법이 도입됐을 때도 영국의 젊은 외과의사들은 생체 실습의 기회를 마련키 위해 해마다 해부대상을 찾아 본의아니게 외유를 떠나야만 했다. 영국은 현재 담낭제거수술의 75%에 복강경수술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반대방향으로 시술하는데 따르는 기술을 익히는 것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수련의들은 자국내에 서 설탕에 잰 쇠고기나 스펀지를 쌓아놓고 실습할 수 밖에 없었다.

영국보건부와울프슨 재단은 우선 왕립맨체스터의료원등에 버추얼 클리닉 연구센터를 설립, 일차적으로 복강경수술실습기를 개발한후 몇가지 수술실습기 도 개발할 예정이다.

왕립맨체스터의료원은VR엔지니어링 프로그램업체인 어드밴스트 로보틱스 리서치 ARR 사와 앞으로 3년간 협력해 본격적인 VR외과수술 실습장비를 개발한 다. 수술실습용 시뮬레이터는 수련과정에서 수술시에 인체에 가하는 손상을 최소화해 회복기간을 줄이는 방법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ARR사의역할은 자체기술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재해 있는 의료 기기 관련 업체들을 모아 저렴한 VR실습기 개발에 필수적인 자문그룹을 형성 하는것이다. ARR는 이를 위해 미국제약업체인 시아나미드사, 영국 GEC의 계열사인 마코니시뮬 레이션사, 영국 캠브리지대학 공학부 등을 망라해 시뮬레이터개발 자문 위원회를 구성했다. 자문위원들 가운데 시아나미드사의 제임스 콜맨씨는 약 학교육용 필름 업체이면서 최초의 의학용시뮬레이터를 개발한 시네-메드사의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등 ARR사가 구성한 자문위원회는 사실상 최첨단 의료관련업체를 망라하고 있다.

현재까지 의학용 시뮬레이터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시네-메드사의 제품은 SW.시뮬레이터등이 탑재된 화상처리용 워크스테이션에 외과수술도구. 가상환부등이 연결돼 있어서 가상환부를 절개할 때의 반응과 가상혈액이 뿜어 져나오는 등의 시각적인 효과만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영국이 개발코자 하는 장비는 시네-메드가 내년부터 판매할 이 장비 보다 더욱 구체성 있는 수준의 현실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ARR사가 개발할 특수장갑은 사용자로 하여금 환부를 실제로 만지 거나 절개할 때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해 정교성과 주의를 요구하는 수술 교육을 더욱 높은 현실감을 갖고 받을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가지 전국적인 실습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으로 워크스테이션급의 중앙실 습기가 제공하는 가상화면을 전화선을 통해 각 병원으로 전송해 수련의들이 PC만을 가지고 현장에서 실습할수 있도록 분산처리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수련의들은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어서 별다른 현실감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일부 도입된 VR실습기를 도외시했다. 그러나 앞으로 VR기 술의 발전과 더불어 선보일 실습기는 설탕에 재놓은 쇠고기보다는 훨씬 나은 현실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