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벨 어틀랜틱과 TCI 합병 결렬 의미

"큰 그릇은 빚어내기가 어려운 법인가." 세계 최대규모의 기업인수.합병으로 커다란 관심을 모았던 미국 벨 어틀랜틱 과 텔리커뮤니케이션스(TCI)사의 결합이 봄날의 꿈으로 돌아갔다.

협상결렬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케이블(CA)TV 시청료 를 일률적으로 7% 인하한다는 조치를 내린데서 찾을 수 있다.

서비스료 인하로 매출감소와 현금유동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TCI의 기업내재 가치가 합병발표 당시보다 크게 떨어졌다.

활발한 막후협상을 통해 인수 가격을 이미 10~20%낮춘 벨 어틀랙틱은 새로운 인수조건을 제시했고 TCI는 등을 돌려야 했다.

여기에 최근 벨 어틀랜틱의 주가가 계속적인 하락추세에 있어 주식 교환방식 을 채택하고 있는 양사합병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서비스요금 인하로 정보고속도로 및 대화형TV 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 해졌다는 점도 결렬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두 회사는 일단 협상 결렬의 책임을 FCC의 독단적인 서비스요금 인하 조치로 돌리며 합병 이외에 앞으로 합작사업의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벨 어틀랜틱은 CNN, TNT 등의 지분을 갖고 있는 TCI의 리버티 미디어사 와의 프로그램사업 합작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들간의 합작이 성사되더라도 그 규모는 합병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벨 어틀랜택-TCI의 합병실패는 또 지난해 앨 고어부통령의 정보고속도로건설 발표 이후 미국 정보통신오락업계를 휩쓴 기업매수.합병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업계를 선도하던 두 회사에 일단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시적 안목에서 미국의 정보고속도로 구축사업도 FCC의 CATV 서비스요금 인하 조치에 대한 수정이 없는 한 현재보다 그 추진 속도가 상당히 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