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경색됐던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장기 침체에 빠졌던 국내외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 되고 전망도 밝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투자의 선행지표를 나타내는 공작기계의 수주가 올들어 큰폭으로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의 징후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중 국내 주요6대 공작기계 업체들의 수주는 50억~1백20억원 으로 전년동월대비 2백~9백% 증가했다고 또 산전업계에 각종 FA(공장 자동화) 설비 관련구매상담이 늘고 있는 등 올들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지난해와 달라졌다는게 산전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신정부가 경기활성화시책으로 자금까지 지원하면서 투자를 재촉,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설비투자를 했지만 올해 에는 기업 자체의 판단에 의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올들어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자동차 및 전자 업계가 설비 투자확대를 주도하고 있고 공작기계수주의 증가세도 영세임 가공업체들이 구매확대에 힘입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설비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활성화의 징조로 매우 반가운 일이다.
또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은 우수한기술과 시설의 확보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력도크게강화될것으로기대된다.
상공자원부가 연초 24개업종 2백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이들 기업은 모두 20조1천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 지난해 집행액보다 무려 51.1%나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말 전경련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올해 투자증가율이 41.7%,산업은행 조사에서는 33.4%로 각각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 의욕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이 감지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설비투자재원조달이다. 상공부 설문조사에서 30대그룹 은 전체의 33.2%를 자체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해외증권발행.국내금융기관대출.주식 및 사채등으로 충당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기업은 그런대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자체 여유자금도 없을 뿐아니라 대부분 해외증권 등을 발행할 권한도 없다. 실명제로 사채도 끌어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오직 정부지원자금이나 기대할 뿐이다.
그러나 올들어 이같은 중소기업 설비투자와 관련한 정부 지원 자금이 하나씩사라지고 있다.
설비투자의욕이 고취된 중소기업들은 물론 수요활기로 기대에찬 산전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임에 틀림없다.
우선 지난해 중소기업설비투자확대에 촉매제역할을 했던 1조3천3백억원 규모 의 구조개선 자금이 소진돼 없어졌고 구조조정기금중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연간 9백억원씩 지원해오던 자동화사업자금까지 올해부터 사실상 사라졌다.
이로 인해 이들 자금을 활용치 못한 4백~5백개 기계 전자 화학업종의 중소기 업이 설비투자자금을 찾지못해 부심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정부나 중진공이 자동화사업자금지원제도를 폐지한 것은 UR협상타결 등에 따른 무역분쟁의 소지가 있는 개별기업지원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대해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사업의 기본이 되는 중소기업 구조조정법의 목적이 공정개선을 통한 경영안정도모임을 고려할 때 이 사업의 폐기는 구조조정법 존립을 무색케 한다는 생각이다.
또 정부지원 설비투자자금중 담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금리가 낮다는 장점 으로 말미 암아 중소기업이 선호하던 1조원규모의 외화표시 원화대출 국산장 비구입자금도 최근 소진돼 신규대출이 중단됐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자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은 없고 대신 외산 장비 수입 시 대부해주는 외화대출자금은 융자조건까지 대폭 완화했다는 것이다.
외화대출자금의융자조건완화는 외산장비수입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재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금융기관에서 공급하는 각종 설비 자금은 지난해보다 29.5% 늘어난 총 15조1백20억원규모다.
이중 국산설비자금은 13.8%증가한 7조6천억원,외화대출은 78.2% 늘어난 48억 달러 (3조9천1백20억원)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많은 담보를 요구, 중소업체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올해의 국정 목표를 국가경쟁력향상에 두겠다고 했다. 기업 경쟁력은 생산기술력이 좌우한다. 생산기술력은 상당부분 설비투자에 의해 촉진된다.
그런만큼 올해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대기업은 투자가 활성화 되고 있으므로 이제 파급영향이 큰 중소기업의 투자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정책을 펴는일이다. 기존정책을 바꿀 수 없다면 새로운 방식의 중소기업 투자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기계산업발전이 곧 산업구조고도화를 이룩할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