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일 유럽 12개국은 마스트리히트조약을 비준함으로써 유럽 연합 (EU)이라는 거대한 정치.경제통합체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막상 기대와 달리마스트리히트조약이라는 개론만 존재할뿐,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셴겐협정 등의 세부사항 실천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셴겐 협정은 EC통합에 따라 시행될 국경규제폐지에 대비해 지난 90년 6월 프랑스 독일등 서로 인접한 5개국간에 조인됐으나 현재는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를 제외한 유럽연합 9개국이 참여, 앞으로 EU 12개회원국간의 인적 교류 자유화를 촉진하는 기본협약으로 간주되고 있다.
셴겐협정 체결 9개국은 당초 올 2월부터 국경에서의 여권심사폐지, 마약단속 , 테러방지대책의 강화등을 위해 SIS(셴겐 인포메이션 시스팀)을 구축, 현재의 지리적 국경을 "전자국경"으로 전환할 방침이었다. 이를 이용해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요주의 대상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역내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 작업 추진에 있어서 회원국간의 보조가 제대로 맞지 않아 SIS의 가동이 지난해 부터 수차 연기됐으며, 다시 설정된 시점인 지난 2월1일 에도가동에 들어가지 못했다.
SIS는 유럽 의회가 자리잡고 있는 스트라스부르의 중앙기록 컴퓨터 2기와 각 가입국의 치안, 이민정보를 제공하는 9개의 국가컴퓨터시스팀으로 구성된다.
SIS의 중앙컴퓨터는 독일 지멘스 닉스도르프사가, 컴퓨터를 잇는 통신 설비 는 프랑스 불사가, 통신용SW는 프랑스의 세마그룹이 제공한다. 또 각 회원국 은 개별적으로 시스팀을 개발해 스트라스부르의 중앙 컴퓨터에 연결한다.
SIS의 전체적인 관리는 세마그룹이 책임을 맡고 있다.
SIS는 국제전신전화 자문위원회(CCITT)가 제정한 디지틀 통신망 접속 단말기 인터페이스 국제표준 규격인 다중매체처리시스팀(MHS 또는 X400)으로 연결되는데 동기식에 비해 처리 속도가 약간 느리다는 단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시스팀운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각 회원국의 자발적인 협력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회원국의 시스팀 개발 추진속도가 너무 느려 현재의 속도라면 앞으로 12개월 이 지나야 SIS는 완전한 면모를 갖출것으로 보인다. 연결된 이후에도 어느정 도의 시험가동기간을 거쳐야 실제 운용에 들어갈수 있다.
임시방편으로 SIS의 완전한 구축에 앞서 우선 최소한의 접속가능한 시스팀을 연결해 가동함으로써 시험가동기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여의치 않다.
시험 가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접속 시스팀수는 3개이상이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2개국만이 연결된 상황이다.
또 프랑스는 곧 접속할 예정이다.
따라서 SIS의 가동지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계약상 주관업체인 세마그룹으 로 쏠려있지만 세마그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스팀접속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SW를 제대로 설계할수 없고, 각국의 시스팀 완성을 독촉 할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책임소재는 다른 데에 있다. SIS의 추진상황을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가입회 원국의 위원들로 구성된 GTP(지속작업그룹)가 비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어 해결책을 쉽게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SIS의 가동 문제 해결을 위한구체적방안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유럽정보고속도로 등의 대형 정보시스팀사업 계획등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가 어려울것으로 보인다.<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