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전선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무한 경제전쟁.기술전쟁.특허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부의 전략 아래 최전방에는 산업체, 그 뒤에 연구소가 상호 협동 체제를 구축 하면서 무기를 열심히 만들면서 싸우고 있으며, 후방 에는대학이 신병을 훈련시키면서 첨단 병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면우리는 어느 정도의 전력(경제력)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 경제에서 한국경제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금년 1월 대구에서 조규하전경련 부회장이 발표한 세미나 자료에 의하면 1993년도 우리 나라 GNP는 15 위, 1인당 GNP는 32위로서 OECD 선진 23개국을 제외한 신흥공업국 15개 나라중에서 종합 6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1990년 에는 싱가포르.홍콩 다음으로 3위였으나 매년 밀려 이제는 대만. 말레이시아에 이어 남미인 칠레에까지 밀려나 버렸다는 것이다.
세부분야별 경쟁력 순위를 보면 15개 개발도상국중 과학 기술과 인력부문은 3위와 4위인 반면, 국제화.금융.정부 부문이 각각 11위.10위.9위로 국제경쟁 력에 크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부분만의 요인을 따져보면1971년도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 1백7억원 중 정부 비중이 72%나 되었으나 1991년에는 총 4조1천6백억원중에서 20%밖에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1991년도 기술개발력 지수를 선진국들과 비교해 본 결과 미국을 1백으로 하였을 때 기술수출액이 1.16이고 해외특허 취득이 2.91로 아주 미미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리는 동시에 특혀료 지불을 줄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길밖에 없으며, 경쟁력이 있는 기술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들어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이런뜻에서 지난 2월 신경제 추진회의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을 98년까지 세계 9위로, 2000년초에는 선진 7개국 수준을 목표 로 기술개발 투자를 GNP의 3~4%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11개 핵심기술을 선진화 시키고 이공계 대학 정원을 1만6천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발표내용을 보고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른 첨단 기술은 필자의 연구분야가 아니라 언급을 피하기로 하고 "사고기능 컴퓨터를 98년에 선보이겠다 는 장미빛 계획에 우선 한마디 하고자 한다.
미국에서는필기체 인식 컴퓨터와 음성 인식 컴퓨터를 개발해서 상품화 단계까지 왔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웃 일본에서도 6세대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작년부터 이미 거국적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산.학.연의 긴밀한 협조 아래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도계획대로 잘되어 사용자의 음성, 글씨는 물론 움직임을 자동인식하고 물음에 응답하는 차세대 컴퓨터가 개발 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와 같은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간 두뇌에서의 정보인식기술 신경망.퍼지논리.카오스 을 사용해야 하므로 아주 어려운 연구라고 본다. 그러나 연구 담당 기관의 설명을 들어본 결과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가 오히려 삭감되어 언론에 소개된 것과 같은 그런 환상적인 컴퓨터는 개발되기 힘들 것으로생각된다. 컴퓨터 기술은 모든 전자기술의 모체가 되므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G7과제에 차세대 컴퓨터 과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정보인식기술에 대한 기초 연구를 많이 수행하고 있는 대학의 연구인력을 포함시켜 거국적으로 개발계획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이공계 대학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설과 연구 장비를 선진국 수준 으로 지원해 주어야 함은 물론, 교수 수를 대폭 늘려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있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기술개발의 방법도 중요하지만 개발한 기술의 확보와 보호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나 연구소에서는 생존 차원에서 특허제도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아주 잘 보호하고 있지만 대학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본다.
대부분의대학교수들은 연구결과를 국제논문으로 발표를 하고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있다. 신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에서 연구된 결과가 특허출원의 형태로 보호받지 못하고 논문을 통해 외국에 공개되어 총알(기술료) 로 변해 우리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만일재래식 전쟁을 하고 있을 때 무기개발 연구에 참여한 교수가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공개한다면 당장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현대전쟁인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는 제품기술이 바로 무기이므로 이 기술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다면 이적행위에 해당된다.
교수들이특허출원을 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많은 대학들이 교수들의 연구업적을 평가할 때 특허라는 항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허를 어디에 어떻게 신청하는지 또는 특허비용이 얼마나 소요 되는지를 잘 모르고있다. 국내 출원비용이 70만~1백만원, 해외출원이 5백만원 정도 소요 되므로적은 연구비로 특허출원을 하기까지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는이와 같은 현실을 빨리 파악해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 국민 의 세금으로 개발된 대학에서의 첨단기술이 보호되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우리대학인들은 날로 치열해 지고 있는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있도록 자신이 연구한 첨단기술을 보호하여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 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영원한 패전국으로서 그 수모는 대대 손손 물려지게될 것이다.<경북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