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상정책을 우려한다

미국은 구소연이 붕괴된 이후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이다. 따라서 미국은 초강 대국답게 통상정책에 있어서도 금도를 지키고 의연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 하고 지난달 이후 미국이 취한 일련의 국제경제정책을 보면 전혀 금도도 없고 염치도 없어서 우리를 몹시 당황하게 한다. 어찌보면 원칙없이 날뛰는 천 방지축의 경제적 민족주의 국가로만 보이기 때문에 우방으로서도 우려 되는바가 적지 않다.

우리를당황 하게 하는 미국의 대외행위의 하나는 작년 12월15일까지 타결된 UR협상의 이행계획서중 일부를 수정하여 지난달 GATT에 제출한 것이다. 수정 내용은 작년 12월 UR협상타결시에 무관세화를 약속했던 전자.비철금속. 목재 .증류주(spirit)등 4개분야에 대하여 관세율을 낮추는데 그쳐 약속을 위배한 것이다. 미국이 UR협정을 수정하면 나쁜 선례가 되어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도 이미 타결된 협상내용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또하나는 미국이 주도하여 자유무역지향의 다자간협상(UR)체제로 구축 했던세계경제질서를 이른바 쌍무협상체제로 회귀시키는 미통상법 수퍼301조의 부활을 오늘(한국시간) 공표한 것이다. 미통상법 수퍼301조는 미국이 특정국을 불공정 무역거래국으로 지정하면 18개월간의 쌍무협상을 통하여 시정 여부를결정하게 되고 협상이 결렬 되면 최고 1백%까지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강력한 무역보복법이다.

따라서이 두가지 통상 정책을 보면 미국의 조치는 이미 약속한 것을 위배하는 것으로서 미국은 무뢰한 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비록 이 두 조치는 미국의 항변처럼 93년중 대일무역 적자가 5백93억달러에 이르렀기 때문에 미일 간의 쌍무 문제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미국은 실제로 그렇게 항변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문제는 결코 미일간의 쌍무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UR이행 계획서를 수정한 것은 미국의 대외정책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제협상에서 약속을 어기는 다른 나라에 대해서 항변 하기 어렵다. 이 경우 우리나라처럼 쌀 등 농산물개방을 반대하며 UR 재협상 요구에 "불가" 를 외쳐 왔던 정부의 신뢰와 역량에도 크게 흠을 남기지 않을수 없고 결과적으로 우방국정부의 대국민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 UR재협상요구는 거세지기 쉽고 이미 타결된 UR협상도 앞날이 어두 울 수밖에 없다.

한편미 통상법 수퍼301조의 부활은 일본에 대해서는 전자제품과 자동차, 우리 나라에 대해서는 정보통신 분야, 그리고 유럽 등에 대해서는 다른 품목의 거래에 대한 "불공정거래지정"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로서는 어떤 품목이든 미국의 무역 보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수퍼301 조 발동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관련국가에 대한 엄포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앞으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UR체제정착에도 큰 장애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의 금도를 바라며 나아가 GATT의 노력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로서는 우리 정부의 책임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미국에 대한 믿음과UR체제구축에 협력하는 자세를 견지하기 위하여 경쟁력 없는 산업을 희생 시키고 국제협상임을 이유로 국민의 UR재협상요구를 묵살해 왔으나 이제 그 명분을 잃었으니 하루 빨리 대국민설득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국민 설득을 위해서는 먼저 미통상법 수퍼 301조부활에 즈음해서 최대의 외교역량 을 발휘하여 어떤 품목도 "불공정거래"지정을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

한편UR이행계획서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이 작년 12월 타결된 내용의 일부를 수정한 바 있으니 단순히 국제협약이라는 이유로 재협상을 기피 해서는않된다. 물론 재협상이 우리에게 반드시 득이 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쌀 등 농산물에 대해서는 농민은 물론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수용한 다는 면에서 재협상내지 UR이행계획서 수정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않된다.

끝으로앞으로 시작될 유통.금융.정보통신.교육 등 서비스분야협상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의 협상자세에 대한 정보수집에 최선을 다하여 대응하기 바란다아마도 서비스분야 협상에 있어서는 이번 미국의 태도변화가 나쁜 선례가 되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블록화와 신보호주의 추세를 막아 글로벌화를 추진함으로써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UR처럼 다자간협상이 바람직하다는 면에서 결코 이 체제를 붕괴 시켜서는안될 것이다. 다만 협상에서 우리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연구 노력 하는 자세와 함께 미국에 질질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