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추락

교통문제.빈부격차.실업.주택문제.환경오염.범죄와 폭력.인종차별. 동성연애 등을 한 영화에 뒤섞어 놓았다면 십중 팔구 산만한 주제 나열식의 영화 이기일쑤다. 12일 선보일 영화 추락(원제 Falling D-own)은 그러나 미국의 각종 사회문제 를 남김없이 들추어내면서도 짜임새를 잃지 않은 영화다. 이 영화는 또 한국 인을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로 묘사해 지난해 2월 미국에서 동포들의 항의가 빗발친 영화다.

한평범한 소시민 디펜스(마이클 더글라스)가 꽉 막힌 도로에서 짜증과 분노 가 고조되고 그 분노는 급기야 거리에서 닥치는대로 일삼는 폭력과 살인으로 표출된다는 줄거리. 발단이 황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한달째 실직중이고 양육비를 내지 못해 아이조차 마음대로 만나지도 못하는 상태임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그의 광기는 설득력을 얻는다.

배경인LA거리는 무주택자와 실업자, 골프만 치는 졸부 등이 뒤섞인 극심한 빈부격차만 남아있고 폭력과 인종적인 편견이 가득찬 곳이다. 조엘 슈마허감 독이 화면 곳곳에 배치한 LA현지 화가 미카엘 맥닐의 사회성과 정치성이 짙은 그림은 여기에 효과적으로 쓰인다.

이영화의 강점은 아무래도 현대인들의 좌절과 절망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 디펜스가 생일을 맞은 아이를 찾아가면서 들르는 곳마다 외치는 독설들은 "일만 열심히 하면 상응한 대가가 보장된다"는 믿음이 더이상 통하지않는 세상에서 사는 소시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한국인 매도장면때문에 이 영화에 고운 눈길을 보내기 힘든 우리들에게마저 보편타당성을 얻는 대목이다.

한국관객의 반발을 우려, 미국 배급사가 5분가량의 문제장면을 삭제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수입. 녹색.롯데월드.힐탑.서울극장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