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인 필립스가 한국진출 20년만에 결국 현지생산기지를 포기했다.
74년설립돼 컨덴서.저항기등 범용회로부품을 전문생산해 온 필립스 전자코 리아수원공장은 국내기업에 매각됐으며 이제 필립스는 한국내에서 자사 제품 을 판매할 필립스산업코리아만을 남기게 됐다.
전자부품업계에서유럽자본에 의한 국내공장의 대표적 존재였던 필립스의 철수는 한국의 부품산업 구조가 더 이상 다국적기업에게 투자메릿을 제공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의극동지역에서의 생산거점이 더욱 임금이 싸고 잠재력이 풍부 한 중국으로 옮지고 있는 현추세를 감안할 때 필립스의 한국내 자본 철수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필립스전자코리아와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던 전자업체관계자들도 이미 오래전 부터 필립스의 철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듯 대수롭잖은 표정이다.
오히려필립스와 경쟁관계에 있던 대다수의 필름컨덴서및 저항기업계는 이를환영하는 분위기다. 필립스의 철수가 국내기업들에게는 실보다 득을 더 많이안겨주리라는 것이다.
필립스전자코리아가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은 벌써 2~3년전부터 업계에서 간간이 흘러나왔었다.
매년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그렇지만 적자를 무릅쓰면서도 밀어내기식의 물량공세를 펴는 등 비정상적인 사업행태를 계속 보여왔기 때문이다.
필립스는이미 3년전에 전해컨덴서생산설비를 브라질로 옮겼으며 2년전 부터 는 저항기설비를 인수할 대상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었다.
그러던차에 지난해 가을 필립스전자코리아의 네덜란드인 사장이 돌연 본사 로 귀국해 버리자 필립스의 철수시한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제기됐었다. 물론 필립스측은 후임 사장이 조만간 부임할 것이라면서 자본철수설을 강하게 부인해 왔었으나 내부적으로 철수작업을 은밀히 준비해 왔었다는 사실이밝혀진 셈이다.
결과론적으로그동안의 덤핑파문이나 감산파문등 여러 번에 걸쳐 국내기업들 의 강한 비난을 받아 온 사업행태들도 결국은 자본철수의 전주곡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필립스의철수가 확인된 현시점에서 업계의 관심사항은 국내기업으로 전환하게 된 필립스전자코리아수원공장이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제자리를 잡을 것인가 하는 데 주로 쏠려 있다.
우선(주)필립코로 상호를 변경, 외국인사장이 아닌 새 주인을 맞게 된 수원 공장 직원들은 사주가 바뀐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그동안 국내최고의 품질수준을 자부해 온 이 회사직원들은 이제 순수 국내기업으로서 새로운 의욕을 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필립스에 원자재를 공급해 온 소재업계는 국내기업으로의 전환이 이 회사의 국산원자재구매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있다. 컨덴서 및 저항기시장의 경쟁업체들도 과거의 비정상적인 영업행태가 다소나마 사라지게 돼 공정한 상태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필립코가내수시장에서의 마키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필립코가 홀로 설 수 있느냐의 여부는 필립스의 지원이 끊어진 상태 에서 기술적인 면에서나 마키팅면에서 그동안의 유명세를 유지, 실질적인 자립이 가능할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