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과 자금입니다. 그저 방대한 시장잠재력, 값싼 노동력만을 생각하는 중국진출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얘기는 최근 전자 산업협력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조사단이 전해들은 중국의 메시 지중의 하나다. 중국이 경제부흥을 위해 굳게 닫혔던 문호를 연지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해외협력의 정서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중국의 시각은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거대 중국의 국제감각은 놀랄정 도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뒤늦게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중국이 소위 자본주의.산업국가로부터 배운 것은 철저하게 "주고받는 장사개념"바로 그것이다. 비록 아직도 북경시내에는 우마차와 벤츠가 같은 도로위를 달리는, 농경 문화와 첨단산업문화가 혼재해있는 분위기 이지만 중국을 이끄는 결정적 힘을 가진 깨우친 세대의 감각은 놀랄 정도로 실리를 챙기는 무서운 그룹으로 발전해 있다. 늦게 개방한 만큼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중국의 전자산업은 최신 기술과 산업을 유치하는데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변하는세계전자산업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전자산업의 또다른 돌파구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중국이었다. 국내의 노사분규.생산성저하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중소업체를 필두로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현지에 진출하고 있다. 대부분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시장잠재력을 겨냥한 중국진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 이익을 추구하는 중국 진출은 일부 긍정 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시장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는 중국당국의 이중목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정의될 수 있다. 한 예로 선진기술과 자본유입을 목표로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합작조건.기술분야, 특히 내수판매 측면에서 직. 간접규제가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자산업분야의 경우 컬러TV.VCR등 가전제품과 컴퓨터.전화기 등 정보통신제품을 포함한 소비상품의 유통 구조가 독특하고 그 기법도 발달되지 않아 내수판매에 커다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내수 시장에 눈독을 들인 중국진출업체는 중국대륙만큼이나 완강한 시장규제에 무력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독자 진출보다는 대다수가 국영인 기존 중국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진출함으로써 내수시장확보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수시장확보의 어려움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또다른불안요소는 기술이전에 대한 어려움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전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풍부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바로 이 기술력측면에서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의 고민이 나타나고 있다.
풍부한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한국기업은 단순한 생산기지이전이라는 단기 목적만으로는 중국진출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고급기술과 함께 진출할 경우 깨우친 중국인들이 쉽게 소화하여 더이상 생산기지로서의 메릿이 없어지게 될 것이고 저급기술로 진출할 경우 기술자립을 추구하는 중국의 산업정책에 의해 많은 저항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적당한 기술을 내놓는 쌍 방향의 이익추구가 되지 않으면 중국의 계획경제 발전정책의 통제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지금의 중국 대륙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외국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전자산업분야는 최대의 격전분야로서 미국.일 본.독일 등 선진국과 싱가포르.대만.홍콩.한국의 여러 유수한 기업들이 속속 자리잡고 있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진출은 때늦지 않게 동참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맹목적인 진출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제화 전략을 갖고 진출하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뿐이다. 우선 기술의 부머랭현 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내에 튼튼한 기술개발기지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중국진출은 국내전자 산업의 공동화를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뒤늦은 국교수교 때문에 정부 차원 에서의 산업협력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나 우리 정부도 여러분 야에서 다각적인 산업협력을 준비중에 있다.
이제는중국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도 보다 정확한 정보와 정부 간 협조 분위기에 힘입어 양국간 상호이익이 되는 산업혁명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