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개에 가까운 첨단위성이 해변가의 조약돌처럼 반짝거리며 땅위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지난3월21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회장과 맥코 셀룰러사의 크 레이그 맥코회장이 미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계획은 "21세기의 우주 멀티미디어전쟁"이라는 의미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텔리데식 사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이리듐계획"의 3배에 해당하는 90억달러의 사업비를 투자해 위성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계획은 적도 3만7천km상공의 클라크벨트(위성벨트)를 중심으로 저궤도 위성 LEO 을 배치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휴대통신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위성휴대통신계획과 외관상 별다른 차이가 없다.
현재추진중인 12개의 위성통신서비스계획은 규모나 서비스범위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토롤러의 휴대전화기 정도의 소형전송기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직접 수신할 수 있도록 위성을 지표면에 최대한 가까이 배치하는 것을 공통 점으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것이 66기의 위성을 띄워 전세 계규모의 휴대전화넷워크를 구축하는 모토롤러사의 이리듐계획. 또 서비스시기가 가장 빠른 것으로는 미오비틀 사이언시즈사가 추진하고 있는 "오브컴( Orbcomm)계획" 으로 26기의 소형위성을 발사해 비교적 단순한 디지틀 신호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비틀사는 올해안으로 2기, 나머지 24기 는 96년까지 3회에 걸쳐 8기씩 발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위성의 크기는 제공 코자 하는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진다. 음성 .데이터.팩시밀리 및 화상전송 등의 총체적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위성은 그무게가 3백50kg에서 7백50kg에 이르는데 "이리듐"과 "글로벌스타"가 이에 해당된다. 무게 50kg내지 1백kg의 소형위성은 미 VITA사가 추진중인 "비타샛" , 오비틀사의"오브컴", 그리고 러시아의 "고스넷"등으로 이들의 서비스 영역 은 전파전송 및 위치확인 등 소량데이터전송으로 제한된다. 또 이들 대부분은 전세계적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미일립샛사의 "일립소" 및 모빌 데이터콤 사의 계획 등은 서비스범위를 미국으로 국한하고 있다.
하지만텔리데식사의 계획은 저궤도위성(LEO)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만 다른 사업계획과 유사할뿐 서비스성격은 전혀 다르다.
우선8백40기에 이르는 위성을 활용하므로 다른 계획과 규모면에서 큰 차이 가 있다. 또한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가 달라 전파대역폭이 다르다.
텔리데식의기본목적은 전화에서 화상회의나 원격진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전자고속도로를 통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분야에 걸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다. 따라서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지구국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한다 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즉 정보고속도로를 우주공간에 구축하는 셈이다.
따라서텔리데식사는 20~30GHz의 초고주파수를 사용하는 Ka-밴드를 사용하여 처리정보의 범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전파의 대역폭은 처리하는 정보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는 사용전파주파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텔리데식 은 Ka-밴드를 사용함으로써 화상회의나 원격진료 등 순식간에 대량의 정보 를 필요로 하는 각종서비스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Ka-밴드의 전파는 간섭이 심하다는 단점을 갖는다큰 나무나 고층빌딩등으로 인한 간섭이라기보다도, 30GHz의 주파수를 띤 전파는 비에 흡수되기가 쉬운 것이다.그러나 지구국과 송신하는 위성의 고도를 좀 더 높임으로써 구름등 장애물로 인한 장애빈도율을 낮출수 있다.
Ka-밴드를사용하기 위해서는 위성이 지상의 어느 지점과도 40도 이상의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텔리데식은 적도상공을 9도30분씩 모두 21개 의 평면으로 분할해 각면마다 40기의 가동위성 및 4기의 예비용위성을 포함 해 44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또 각 평면단위의 위성은 상하좌우 입체적으로 배치해 교신토록 한다.
이러한시스팀은 위성상호간의 연결구조가 견고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상 에서 수직상공에 위치한 위성으로 보낸 신호를 서로 인접한 위성들의 다양한채널을 통해 원하는 목적지까지 전달할 수 있다. 인접위성이 혼잡하다 거나고장났을 경우에도 해당 역내의 다른 위성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는 70%이상의 위성이 바다위에 떠있기 때문에 전체위성활용도가50%이하로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또한여기에는 기능이 크게 보강된 위성을 사용해야 한다. 대개의 위성은 정보를 전송하기는 하지만 상호접속해 교환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케이블 이나 광섬유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텔리데식의 위성은 따라서 정보의 목적지를 구별하고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는 스마트기능을 갖게 될 것이다. Ka-밴드의 신호를 처리하는 교환기는 10억bps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므로 규소를 원료로 하기 보다는 갤륨-비소반도체를 사용해야 한다. 전송방식 또한 지상에서 일부 도입되고 있는 ATM(비동기전송모드)을 위성 통신 에서는 최초로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텔리데식위성의 안테나도 기존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접시형 안테나의 형태가 아니라 24개의 평판회로로 이루어진 3조안테나로 흡사 꽃잎모양을 띠며 수신지구국의 범위를 벗어났을 경우는 즉시 가장 가까운 위성으로 신호를 넘겨 주도록 프로그래밍 된다. 텔리데식위성의 안테나는 지표면을 벨기에의 국토면적정도씩 2만개로 나눠 담당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텔리데식의 위성계획은 미국방부의 "스타워즈"계획과 목적만 다를뿐 유사한 점이 많다.
총90억달러규모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사업비도 일치한다.
텔리데식의성공여부에 대해서는 몇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계획은 작년 입안당시 예산규모가 65억달러였다. 계획대로 라면 위성 1기 당 제작비를 5백만달러로 줄였을 때 현재의 예산으로 실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통신위성의 제작비는 현재 5천만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2001년까지 제작비용을 10분의 1로 축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제작비절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Ka-밴드의 주파수를 사용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국가들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텔리데식측은 미정부, 특히 앨 고어부통령을 설득해 사업 계획을 승인받기 위해서 새로운 종류의 사회간접자본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기에는 지상 통신사업자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전제도 포함돼 있다.
텔리데식은90억달러에 달하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 운영개시후 3년째 부 터는 영 브리티시 텔리컴(BT)의 매출규모와 동일한 1일 1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한 것만큼 회수해야 하는 사업의 원리가 경쟁업체의 영역을 침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도 예상된다.
결국텔리데식계획은 규모의 방대함과 이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감안할 때 실패의 확률이 높은 도박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