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진단(상)

지난 6일 아침, 여의도 트윈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성사 수출전략 회의는 시종 활기찬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이회의에는 로용악부사장을 비롯해 9명의 해외지사장, 20여명의 본사 수출 담당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수출활성화대책"을 논의하는 이날 회의에서는 그동안 추진해온 브랜드이미 지활성화와 경영의 합리화, 시장의 차별화를 어떻게 실현해나 갈지를 논의하는 자리여서인지 참석임원들의 표정이 홀가분하게 보였다. 수출 목표 달성을 못해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던 예전의 수출전략회의 때와 판이 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회의결과 지금까지 현지딜러를 대상으로 해오던 브랜드이미지 강화전략 을 소비자위주로 전환키로하고 지사별로히트상품개발과 광고홍보활동을 강화 하자는 방안이 마련됐다.

이렇게달라진 가전수출회의는 금성사 뿐아니라 삼성전자와 대우 전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전3사는 엔고에 대한 대응방안, 수출촉진을 위한 대책 회의, 시장 현지화 전략회의등 수출호황을 어떻게 지속시켜 나가느냐에 대한 "묘안찾기"에 분주하다.

가전제품의수출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실감케 해주는 일면이다.

가전제품의수출 경기는 올들어 78년이후 "최대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마이너스성장을 거듭해온 가전수출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셈이다. 물론 가전수출의 회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해하반기이후 일본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체상으로 국산제품의 수 출경쟁력이 생기면서 가전제품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 지난 한해동안 가전제품 총수출실적은 전년에 비해 4.8% 늘어난 62억5천3백만달러를 기록 했다. 가전3사의 순수가전 총수출액만 보더라도 그 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16.7%나 늘어난 5조4천7백20억원을 보였다.

지난해경제성장률이 6%선에 그치고 여타 업종이 불황에 허덕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전수출은 "예상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하반기이후의 가전수출 호황이 올해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한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1.4분기까지 가전3사의 순수가전수출액은 15억4천만달러로 전년동기 11 억4천만달러에 비해 35.1%나 증가 했다. 지난 80년대초 정부가 전자 산업을 수출주도형으로 육성할때의 평균성장률 30%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처럼가전수출이 예년에 볼수 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외여건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앞서 지적한 엔고의 여파도 있겠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 회복도 수출촉진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국내업체들의 수출촉진을 위한 노력도 한 몫 하고 있다. 가전 업체 들이 요즘들어 그동안에 주력해 오던 OEM수출을 자가브랜드의 수출로 전환하고 있으며 저가제품 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전업체들이저임금의 노동력을 노린 수출전략을 적극적인 현지마키팅 활동 으로 바꿔가고 있는 것도 수출활황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2.4분기와하반기로 이어지는 가전수출경기도 이렇다할 만한 악재가 없어 예상외의 호황을 구가할 가능성이 많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가전업계한 관계자는 "엔고에 따른 가격경쟁력향상과 가전업체들의 중국,아 프리카등 신시장 개척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다 미국을 비롯한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월드컵 특수까지 겹쳐 올하반기의 수출신장률이 40%이상될 것 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신장률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지만 정부가 발표한 가전 수출동향이나 기업의 매출목표에 나타난 수출경기전망은 상당히 밝다.

우선산업연구원의 전망부터 보면 엔고지속에 따른 상대적인 수출 경쟁력 회복과 가전업체들의 해외마키팅활동의 대폭강화로 올상반기중 가전 제품의 총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8.2% 늘어난 32억5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35억8천4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쌓으면서 전년동기 10.3% 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선진국시장에서 고기능 대형제품을 중심으로 대체.중복 수요가 크게 일어나며 중국, 베트남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컬러TV.VCR.냉장고.세탁기등 의 수요가 크게 확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또한가전업체들이 의욕을 갖고 개발한 광폭TV, 더블테크 VCR, CFC냉장고,초 경량 캠코더, TVCR, 하이파이VCR 등이 수출확대의 활력소가 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편승, 가전3사의 올해 수출전망은 더욱 의욕적이다. 물론 이들 업체들 이 업체들간의 매출 경쟁을 고려, 계획자체를 과다하게 발표한다고 치더라도 전례에 볼 수 없던 "호황"은 분명하다.

지난1.4분기까지 30% 이상의 수출신장률을 기록한 가전3사는 올 2.4분기중 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정도늘어난 23억달러를 목표로 잡고 있다.

올하반기에는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37~38% 정도의 수출신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수출호황 뒷면에 암운이 없는게 아니다. 미국에 이어 EU 국가들이 덤핑제소를 무기로 시장을 봉쇄, 적극적인 수출을 막고 있는 것이 증가일로 를 걷고 있는 가전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중국을비롯, 베트남 러시아 동구권 국가등의 불안한 정정도 올 수출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