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UR시대의 대학 연구 교육

포스트 UR시대는 모든 공산품과 농산품 심지어 서비스까지도 모두 개발 하고 무한경쟁에 돌입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지적재산권만은 특별히 보장 하고 이를 통해서 고급기술을 강력히 보호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산업사회는 대량생산 형태에서 소량 다품종으로, 군수산업 치중에서 민수 산업 위주로 전환하고 있다. 한편 모든 지식은 산업화 대열에 들어서게 되고 치열한 경쟁속에 기술의 수명은 짧아지고 있다.

이러한시대에 산업활동의 돌파구는 맨 먼저 고급기술을 보유하고 생산 비용 을 절감함으로써 상품 및 서비스의 경쟁성을 높이는 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여러 가지 요소들의 결합으로써 찾아지 겠지만, 대학 연구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또한 그 근본적인 해결책의 관건이 됨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대학의연구와 교육이 부실해지면 고급기술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배출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기술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 산업체 내에서는 부실교육을 보충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하므로 그만큼의 경비가 추가 소요되며 이것은 결국 생산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충실한 대학 연구 및 교육이 곧 포스트 UR 시대에 있어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 하는원천적인 요건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나라의 대학 연구환경은 어떠한 상태인가. 대학 연구환경은 한마디로 열악한 상태이다. 기본연구 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에 연구능력 부족으로 간주되어 연구비 확보가 어렵다. 연구비가 확보되지 않아 연구를 수행해 연구실적을 올릴 기회가 없게 되고, 연구실적이 미흡하다보니 또 다음의 연구수탁 기회를 놓치게 된다. 결국 "빈익빈" 악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한편국책연구 사업으로부터도 대학은 소외당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HAN/B-ISDN프로젝트가 6천8백억 원이라는 거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진행되고 있으나, 이 국가적인 사업에 대학은 거의 참여를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즉, 대학은 연구에 있어서 산.학연 협동의 동반 자적인 위치 를 상실하고 있다. 산학연 협동은 한낱 구호에 그칠 뿐, 수행 능력 부족을 이유로 대학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왜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가. 여러 가지 이유들 가운데 먼저 대학 연구에 관한 인식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대학이 교육이나 하지 무슨 연구냐" 하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교육 그 자체를 위해서 연구가 필요한 것임을, 특히 대학원 교육에서는 연구 없는 교육이란 교육일 수가 없는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연구 기본 시설과 연구비의 절대 부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또한 국가 자원의 장기적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가 미흡한 점을 들 수 있다. 정부기관이란 국민의 복지 향상과 국민의 재산 및 생명 보호를 위해 국가자원을 총동원, 활용하는 것이그 기본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국가의 자원으로서 광산물이나 농산물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인적, 지적 자원이 되겠으나, 정부는 대학에 있는지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관해서는 별반 고려가 없는 실정이다.

한편산학 협동에 대한 개염과 기대가 어긋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산업체 에서는 현장의 문제를 주면 즉각 해결해서 들려주는 것이 대학 연구이고, 채용하면 즉각 현장투입이 가능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대학 교육이라고 기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학의 연구와 교육은 기초-기반적인 것들이 위주가 되고 있으며, 이들이 현장의 특수상황과 결합할 때에야 비로소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하면 대학의 연구 및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 먼저 대학연구 및 교육의 수준이 높은 것은 곧 사회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즉 연구 교육 투자는 곧 사회 기간투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겠다. 또 정부는 국가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또한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앞장서서 대학의 기초 기반 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육성책을 제도화해야 하겠다. 국가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없이는 고급 지적자원을 낭비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도저히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산업체는 매출액의 일정분을 (예를 들어 1%를) 대학연구교육 기금에 투자, 적립해야 하겠다. 산업체는 대학연구교육의 소산물에 대한 일차적인 사용자이며 또 대학에서의 충실한 연구교육은 곧 회사에서의 고급 기술 확보 가능성과 보충교육 경비 절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대학연구를 특성화하고, 연구수행의 연속성, 주제 선정의 자율성, 과제 심사의 경쟁성, 결과 평가의 엄정성 등을 보장하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기반 노력에 의해 대학의 창의적 기초-기반 연구기능이 활성화 되면 산업체 및 연구소들과 더불어 대등한 동반자적인 위치에서 대학이 산학연 협동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대학 연구교육이 내실화되고 자질 높은 연구인력 배출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져 산업체의 제품 경쟁성이 강화에 이바지하고, 나아가서는 포스트 UR 시대를 주도해 갈 국가적인 고급 지적자원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