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출호조로 최근 국내 반도체 3사는 24시간 공장 을 풀가동하고도 수출오더를 채울 수 없어 일부 물량을 반려하고 있을 정도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이처럼 호황을 즐기고 있는 국내 반도체업체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반도체업계의 고민은 향후 반도체 라이프사이클을 감안, 16MD램 및 차세대급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될 자금마련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자금이 소요되는 설비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국내 업체들은 해외자금의 수혈이 필수불가결한데 국내 금융제도상의 규제로 이를 조달하는 데 문제가 많다.
더군다나해외증권 발행한도가 지난해 20억달러에서 올해는 오히려 13억달러로 줄어들어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한 관계자는 "각종 여신규제로 인한 국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해외조달로 충당하려고 하지만 정부가 물가앙등을 내세워 해외자금조달을 규제하면서도 해외증권 발행한도마저 축소한 것은 국가경쟁력을 부르짖고 있는현실에 비춰 볼때 실탄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이 무모한 짓"이라고 불평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이 투자시기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산업의 경우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국제화.개방화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전북 이리에서 모중소전자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사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공업배치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을 보고 볼멘 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김사장은 3년전 경기 반월에 있는 공장의 시설이 낡고 규모 또한 작아 공장 신증축을 추진키로 하고 당국에 이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당국자의 대답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신증축이 안되니 충청도나 전북 등에 조성되는 지방공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수차례에걸쳐 당국자에게 현위치에서 공장을 신증축하는 방도가 없겠는가를문의했으나 이 당국자의 대답은 요지부동이었다.
할수없어 김사장은 이리로 공장을 옮겼다. 그러나 공장이전까지는 좋았으나정작 가동에 들어가려니 반월에 있던 근로자의 절반정도가 생활 근거지의 불편함을 들어 이리로 가는 것을 기피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부랴부랴 인근지역에서 근로자를 모집,공장 가동에 들어갔으나 미숙련 공인관계로 제품의 품질수준이 현격히 떨어져 해외바이어 및 납품 업체로부터 클레임을 당하기 일쑤였다.
여기에다수도권에 납품업체가 집중되어 있어 물류비용은 과거의 3배정도 들어가게됐다는 것.
진작이법을 개정했더라면 이같은 번거로움은 해소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표정이다.
더구나이번 법개정이 일부 전자대기업및 미국 모토롤러사의 강력한 제의를 받고 추진됐다는 소문까지 나돌자 중소기업의 한계를 절감하게 만들었다.
김사장처럼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서 그런지 경기도와 충 남북이 맞닿는 접경지역에 새로운 공장군이 형성되어 있다.
또다른 예를 보자.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D전선은 당초 현지에서 생산 키로 한 전선 대신 섬유류를 생산, 수출키로 하고 공장 설비의 변경을 추진 하고있다. 이 회사는 당초 국내 에서 설비를 이전,전선을 생산하려 했으나 투자 보장에 대한 안전성이 의문시되고 중국 현지 판매길이 거의 막혀 사업구상을 이같이전면 재조정하게 됐다.
국내유명 가전업체도 중국에 냉장고 공장을 설립했다가 지난해 이공장 가동 을 전면 중단하고 철수한 바 있다.
중국에투자, 실패한 업체는 이회사 말고도 부지기수일 것이라는게 한번정도중국 투자를 검토해 본 기업체 사장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정부와언론이 너무 지나치게 중국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어 중국이 마치 신천지인것처럼 너도나도 진출하다보니 이같은 우를 범하게된 것이다.
소형모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중소업체 사장은 공장 안마당 가건물 창고에 가득 싸여 있던 구소련 수출용 모터만 보면 속이 몹시 쓰리다.
정부가구소련과의 국교 답례로 소형모터등 공산품을 현물내지 전대 차관 형식을 빌어 제공키로 한다고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이를 생산했더니 "수출중 단"이란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외상으로구입한 재료비부담을 덜려고 이 모터의 내수 전환을 검토했으나 특수사양이라 국내 시장에 공급하기도 어렵다는게 이 회사 사장의 설명이다.
"정부를믿고 생산했는데 이처럼 재고로 쌓여 있으니 이를 어찌 했으면 좋겠느냐 는 하소연이다.
이처럼정부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국내기업이 해외진출 및 수출 일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게 기업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기업을운영하다보면 정부의 정책 혼선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를 한두번 으례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같은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족말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또하나의 걸림돌은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한 중복된 국책개발사업.
그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상공부와 체신부간에 개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있는 병렬처리 컴퓨터개발사업이다.
병렬처리대형컴퓨터 개발사업이라 붙혀진 상공부의 대형컴퓨터 개발 사업이 나 고속중형병렬처리컴퓨터 개발사업이라 명명된 체신부의 사업은 개발 목표 가 비슷한 정책사업이다.
여기에참여하는 업체들도 삼성, 금성, 현대, 대우등 기존 주전산기 개발 4사를 포함 2~3개 국내 컴퓨터업체인 것은 두말한 나위가 없다.
이들컴퓨터업체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자금및 기술력을 감안할 때 정부(상공 부 3백80억원, 체신부 5백80억원)가 막대한 지원금과 우수한 기술(상공부 서 울대 신기술 공동연구소, 체신부 전자통신연구소)을 제공한다 할 때 반기지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정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체신부사업에 참여하자니 상공부의 눈치를 보지않을 수 없고 상공부 사업에 동참 하자니 앞으로 막대한 수요가 보장된 체신부로부터 외면받을 것 같아서이다. 무시할 수 없는 두상전을 모시다보니 주전산기 개발 4사는 올초 실시된 상공 부, 체신부의 사업참여업체 신청에 모두 불참하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
국내컴퓨터 사업의 고도화및 수출촉진을 위해 추진돼야 할 국책사업이 부처 간의 갈등 및 경쟁으로 혼선을 빚고 여기에 휘말려 관련 기업들은 본의 아니게 곤욕을 치른 좋은 실례다.
이같은부처할거주의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외자도입, 공장신증설, 신규사업 참여, 해외진출등은 좌절되든지 관련부처의 승인을 얻다가 시기를 놓치기 일쑤이다. 특히 지구촌화된 오늘날의 국제경제질서를 감안할 때 과거 국내 산업보호 내지 시장방어 차원에서 제정된 각종 법령및 법규는 이제 국제화, 개방화 추세 에 맞춰 과감히 개정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기업들이 해외 지향적 사업을 추진하면서 애로를 겪는 부문중의 하나가 정부부처가 인.허가권을 빌미로 일일이 간섭하는 경우이다.
해외법인하나 설립하는데 필요한 각종 인허가서류가 백여가지를 넘고 또 동일한 서류를 이곳, 저곳에 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라다닌다는 것.
"정부가국내기업의 국제화를 지원하는 것인지 규제하는 것인지 분간이 안가 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 대관업무 담당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기업은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회사내해외진출및 기술도입과 관련된 전담부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평소 대관업무를 전담해온 덕에 따른 관계공무원들과의 안면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중소기업의 경우 정부부처 출입 자체에도 주눅이 든데다 회사내 전문 인력도 없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있다.
"정부내에해외 진출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지원해줄 전담기구가 있었으면 하는게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소 전자업체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
국내전자산업이 도도히 흐르고 있는 무한기술경쟁 조류에 편승 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전자 업체의 기술을 조속히 입수, 국산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중 에 하나이다.
이를감안, 정부는 국내 전자업계,특히 중소전자업계의 대대 선진국 기술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진국과의 "테크노마킷"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특히 외국기술정보 습득에 취약한 중소전자업체들은 산업기술 정보원의 기술 정보 DB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기정원이 제공하는 기술정보가 외국어 원문이거나 한글화 될 경우 시일이 많이 걸리는 불편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해소하기 위해 기정원은 한일자동번역시스팀을 도입키로 하고 과기처에도입승인 신청을 했으나 과기처는 산하기관인 연구개발정보 센터와의 협의를 거치라는 이유로 이제까지 승인을 미뤄놓고 있다.
이또한 부처이기주의의 한단면으로 이로인해 그만큼 국내 중소전자 업계가 일본 첨단 전자기술 정보를 얻는 기간이 길어지게된 것이다.
UR협상 타결로 인해 우리 경제는 국제경제권에 본격 진입하게 됐고 그만큼 외국과의 통상마찰 분쟁소지도 많아지게 됐다.
통상마찰을해소하는데는 민간기업 차원에서 해결한 사안도 있지만 정부차원 에서 해결해야할 사안도 많다.
현재정부내 분위기로 보아 통상현안을 책임지고 풀어보겠다는 지사(지사)형 관리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생은고생대로하고 생색이 나지 않는다"는 패배주의가 팽배되면서 "통상 직군=3D업종"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공직사회에서 나돌고 있다.
사태가이쯤되다보니 통상전문가가 생겨날리 만무하고 심지어 정부의 통상전문가 부족을 질타한 워싱턴 주재 모 정부산하기관의 연구원은 며칠후 귀국조치되기도 했다.
"신정부출범이후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가 많이 풀린 것은 사실이나 현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오피니언리더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고한 산업연구원 관계자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