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멀티미디어 WS 개발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거기다가 꽃샘추위까지 겹쳤다가 3월말에 와서 갑자기 초여름날씨로 변하니 그동안 피지 못했던 목련.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이 때가 지나간 줄로 착각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일시에 꽃망울을 터트려서 온 강산을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만물을 웅크리게 하는 추위가 심할수록 꽃눈을 더 잘 간직하였다가 날씨가 급변해 더워지자 즉시 꽃을 피워 열매를 맺게 하면서 다음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의 섭리가 교훈적이다.

최근산업계에서는 주전산기 개발사업을 지금까지 7년동안 꾸준히 수행해 왔기에 UR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 UR 체제에 서는 국가기간전산망용 주전산기 개발같은 범국가적인 연구사업을 국내 기업 만 편애해 가면서 추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혜안을 가지고 미리 대처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영원히 컴퓨터 수입국이나 혹은 기술 종속국이 될뻔했다. 기업이 이 사정을 이해해주니 다행이다.

올해부터는멀티미디어시대인 것 같다. 작년초까지만 해도 조용 했었는데 요즘은 모든 신문이나 전문잡지를 보면 온통 멀티미디어 관련기사로 꽉 차있다. 또한 수많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서로가 멀티미디어 전문 업체임을 외치고있는 실정이며, 대기업에서는 멀티미디어센터 등 전담 부서까지 두기에 이르렀다. 이 현상은 올 봄에 진달래꽃이 산과 들에 때맞 추어 일시에 피어나는것과 같다.

꽃이피어나도록 하는 데 있어서 추운 겨울을 이기며 꽃망울을 맺게 하는 역할을 한 사업이 바로 멀티미디어 워크스테이션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 능형컴퓨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과기처가 90년도에 처음 시작한 대형 국책 연구사업으로 출발되었다. 다음해인 91년도에는 G-7과제로 전환시킨 다면서멀티미디어PC개발로 연구내용을 바꿨다. 그러다가 92년도는 워크 스테이션급 으로 다시 조정하고 주관부처도 과기처에서 체신부로 이관하느라고 10개월정 도 걸렸으나, 93년도부터는 연구비와 연구원도 제대로 투입하기에 이르러 연구분위기는 퍽 안정되었다. 4년동안 투입된 총 연구비는 1백15억원이고 인력 은 2백80여명에 이른다. 따라서 연구성과도 좋아져 금년초에는 멀티미디어 전자도서인 "옥서"가 기업체에 기술전수중이고 전자도서제작시스팀인 "옥당 "도 기술전수계약체결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멀티미디어 워크스테이션은 펜티엄칩.PCI버스.윈도즈NT를 기본으로 멀티미디어 전용 AVG 보드를개발하고 ISDN 및 SCSIⅡ기능이 추가된다.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는 운용 체계 차원에서 멀티미디어 지원 확장모듈과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하는 사용자 접속 소프트 웨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 특허 및 국제표준화에도 우리것이채택되도록 노력중이다.

멀티미디어PC는컴퓨터비서라는 의미로 "컴비PC"라 칭하고 93년도에 기업체 에 기술전수를 해주었다. 그리고 멀티미디어 워크스테이션은 "컴비 스테이션 "이라는 이름으로 금년 하반기에는 개발이 완료돼 문자외에 음성.영상. 그림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진정한 멀티미디어 워크스테이션을 구현하여 선보일 예정이다.

이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서리를 맞아 초기계획이 많이 굴절되었지만 컴비PC는 9개업체를 참여시킨 가운데 수행하였고 컴비 스테이션은 4개 기업체만을 참여시켜 연구해오면서 멀티미디어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사전에 준비케 한 것은 퍽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와서는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을 문화체육부 등도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으며, 상공부도 멀티미디어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하여 시행중에 있다.

본사업은 국내기술력 부족으로 수출이 잘 안되어 침체된 PC산업을 기술개발 을 통해 다시 부흥시켜 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에 의해서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처음에 참여했던 9개업체중 5개 업체가 중도에서 빠져나갔고, 남은 4개 회사도 실제적으로는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독자개발 상태다. 정부가 시장을 보장해주기는 어려운 시대이며 단지 기술지원이 있을 따름이라는 것을 기업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90년도부터 시작한 컴비스테이션 개발사업이 없었더라면 우리정부와 기업 이 이정도라도 신속히 사회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임도 인정해야 할것이다. 본 연구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업체들과 매년 재계약을 하는 과정이 힘들어 쓸데없는 에너지손실이 컸었지만 참여연구원들의 구도자적 정성에 의해 어려움 을 극복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연구원들의 사회적 공로에 깊이 감사드리고싶다. UR이후 점점 더 기술개발은 중요하게 되었으나 정부주도의 제품 개발은 어려워졌으니 부처이기주의와 단기적 사업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이번 일을 교 훈삼아 진정한 자세로 차기기술개발에 적극 동참해 다시 닥쳐올 겨울을 준비하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 금년부터 정부는 또다시 4년에 걸쳐 말과 글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지능형 멀티미디어 워크스테이션을 개발코자 한다.

이사업도 차세대 멀티미디어PC 및 워크스테이션 기술개발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차기를 준비하는 이 기술개발사업에 국민적 성원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