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1개월전 위성수신안테나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방의 "악마와 같은 문화"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종교적, 사회적 가치기준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또한 전세계에 마치 하나의 "신흥종교"처럼 확산되고 있는 위성안테나가 순식간에 그들의근본적인 지도이념을 뒤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이스라엘, 멕시코에서 탄자니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위성안테나는 유태교의 "다윗별"이나교회의십자가를가리고있다.또이슬람사원의 초승달도 위성안테나에가리워져신성모독이벌어지고있다.
위성안테나에 대한 회교지도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민감하다. 이란의 경우 2개월 동안에 50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다른 교리를 전파하고 있는 5만개의 위성안테나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알제리의 회교 교조 주의자들은 위성안테나사용자들에게 정기예배의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생매장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전체가정의 50%이상이 위성 안테나를 보유 하고 있는 알제리에서 이같은 위협은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서방의어느 기자가 알지에시의 한 고위회교지도자의 집에서 인터뷰 하는 동안 그의 6살된 딸이 위성방송수신기로 서양의 프로그램을 청취하고 있는 것을 목격 했다는 폭로조차도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히 그 종교 지도자는 서양의 불경한 문명에 대한 입장을 토로하고 있었을 터이다. 알제리의 경우 한때 프랑스의 식민통치 여파로 지금도 대량유통되고 있는 프랑스의 TV프로그램잡지가 알제리인들로 하여금 종교적인 교시나 강론 보다는위성 방송에 더 큰 관심을 갖게끔 한다고 볼수 있다. 또한 외부 정보에 대한 욕구로 CNN방송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CNN은10여개의 위성을 통해 "미국판" 세계정보를 2백10개국의 1천4백만가정 으로 쏟아붓고 있다. CNN은 어떤 의미에서 범세계적인 문화를 강요하고 있는것이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북경 당국은 최근 홍콩 스타TV 채널을 통해 북경어로 더빙된 외화를 방영하려고 시도 하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중국은 10 여일전 모든 중국소재 외국CATV업체들의 서비스활동을 금지시켰다. CATV채널 은 곧 중국의 당과 정부만이 독점해야 하는 선전.선동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에앞서 중국은 지난해 10월 "해이해진 사회주의 기강을 바로잡기위해" 개인적 위성방송수신기의 설치 및 구매 금지를 비롯해 수신장비의 제조, 반입 및 설치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는 개인의 위성방송수신기 신규 도입 이 사실상 불가능 해지며,이미설치해 사용중인 수신기도 정부 당국에 등록을 해야 한다. 또한 법규를 어긴 사람에게는 5천원(8백60달러)의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현재 중국에는 정부공식집계로 약 4만1천대의 수신기가 보급돼있으나 실제 수신기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백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유럽의 경우는 이와 차원이 좀 다르다. 현재 유럽에서 방송되고 있는영상물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부터 들여온 것이다. 현재 프랑스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유럽의 "국경없는 TV"지침은 미국오락물의 방송쿼터를 제한함 으로써 고유문화침식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유럽도 아시아.중동국가들보다는좀더세련된방법으로문화종속에대한불안감을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TV가 제시해야할 새로운 카드는 전세계를 동질화하는 것보다는 문화의 다양함을 강조하는 것" 이라는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디어의 역할과 관련해맥루한이 예상하고있는"지 구촌(G-lobal Village)"의 길로 향하는 대신, 각 문화가 다양성을 갖고 발전 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이 다양성은 정치적.도덕적.문화적 및 민족 적인 정체성을 보존키위한 노력을 전제로 한다.
유럽의위성안테나 보유자수는 1천6백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이와 아울러 위성방송의 세계에 몰입한 사람들의 수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특징이 다. 유럽 국가 가운데 독일의 위성방송수신기 보급은 6백50만대에 이르는 반면 프랑스는 40만대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의40만 위성방송수신가구 가운데 15%는 외국인이다. 또 위성 방송안테나는 주로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외곽지역의 발코니에 집중적으로 설치되고 있어 안테나의 직경을 1m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더욱이 신축 허가를 받은 건물에 대해서만 위성안테나 설치허가를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로이주한 북아프리카인들은 위성을 통해 주로 모로코.튀니지. 이집트 등의 방송을 수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폴란드인들은 "폴샛" 을, 헝가리 사람들은 두나TV를 시청하고 있다. 터키인들은 10여개의 채널을 볼수있어 선택폭이 비교적 넓은 편이다. 스페인사람들은 스페인 최대 방송인 TVE의 모든 경기를 빼놓지 않고 시청한다. 유고출신의 영화감독인 에밀 쿠스타 리차는 보스니아 내전상황이 궁금해서 랑부이예의 자택에 위성안테나를 설치했다. 또 파리의 세르비아인들이 베오그라드의 RTS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동안 크로아티아사람들은 HTV로 자그레브소식을 보고 있다.
이국에서힘겹게 생활하는 이민자들이 모국과 같은 시간대에 같은 화면에 빠져들면서 마치 고향에 있는 듯 착각하는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위성안테나의 폭발적증가는 이처럼 위험스런 무질서를 조장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걸프전의 참혹한 현장 을 전세계가 동시에 전쟁게임처럼 지켜보았던 사실에서 보듯 더이상의 거리개념은 없어졌다. 이러한 "영의 거리개념"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사고 양식과 본질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줄것이다. 따라서 이제 미디어도 생태학적으로 고찰해야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아무튼현실은 변화하고 있다. 엄격한 정교일치국가인 이란에서 이제는 금지 된 위성안테나가 벌써 그 체제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위성안테나를 통해 각 가정으로 범람해 스며든 화면들의 영향으로 이란인들은 이제 내년 2월에 생겨나는 좀 더 참신한 세번째 TV채널을 통해 길들여진문화적욕구를 충족할 것이다. 이 채널은특히젊은 이들의 취향에 맞는 프로 그램에 주안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