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CAD.CAM(컴퓨터보조설계.생산) 도입에 관한 자문 요청을 받고 창원 에 있는 어느 중견 금형업체에 출장을 갈 기회가 있었다. 국민학교 2학년에 올라간 꼬마에게 컴퓨터를 사주어야 할 것같다는 집사람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으며 집을 나서서 오후에 금형공장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그 공장의 사 장님이 "컴맹" (컴퓨터 문맹의 약자인 듯)을 면하기 위하여 6개월 계획으로 컴퓨터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면서 공장 작업자들의 컴퓨터 마인드가 요망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국민학교 입학과 더불어 컴퓨터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학부모들 의 교육열과 "컴맹"을 면하려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피나는 노력이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말국내 PC의 보급 대수가 4백만대를 넘어서고 금년 1.4분기에 국내PC산 업이 사상 최대의 호황 이라는 반가운 뉴스가 들린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도 "자동차 문화"와 더불어 "PC문화"시대가 막을 올렸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컴퓨터를 알아야 경영혁신성공"이라는 주창 아래 임직원에 컴퓨터 보급 및 교육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국내의 어떤 재벌 그룹에서는 "전 임직원의 전산전문가화" 를 목표로 4단계의 그룹사원 장기전산 능력향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교육부는 전국 9천6백여개 학교와 약 63%에 컴퓨터를 보급하여 전체적으로 20만대 정도의 보급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작년말 기준 전국적으로 약5천개의 컴퓨터관련 학원에서 연간 약 1백50만명 정도의 단기 수강생이 배출 되고 있다는 집계이다.
최근의언론 보도에서도 세계 경제가 무한 기술경쟁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이고 컴퓨터와 연계되지 않고는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어지는 마당에서 아직까지 컴퓨터교육을 소홀히 남겨두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컴맹"퇴치와 컴퓨터교육에 관한 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것이다. 한편 들리는 이야기로는 근자에 "컴맹" 스트레스에 기인하여 병원을 찾는 직 장인이 급증하고 있다고도 하며, 필자처럼 상당수의 가장들이 자녀들로 부터 컴퓨터 생일선물"의 시달림을 받고 있으리라. 스스로 "컴맹" 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자식을 "컴퓨터 박사"로 만들어야겠다는 소박한 교육열을 갖게마련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컴맹" 을 면하려면 배워야 하는가. 컴퓨터를 안다는 것이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 때문에 컴퓨터의 어떤 점을 알아야 하는가70년대말 무렵 미국에서 산업 공학을 전공하면서 필자는 컴퓨터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은사의 조언에 따라 당시 마이크로프로세서부터 운용체계, 데이터 베이스, 자료구조, 컴퓨터구조, 컴퓨터 그래픽스, 인공지능 등 컴퓨터 관련과목을 전산과와 전기과에서 닥치는 대로 수강한 바 있다.
스스로컴퓨터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 하고 지내던 터에 80년도 중반에 한글 용 워드프로 세서를 배우려고 노력하다 포기하고는 "컴퓨터를 안다" 는 것에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익히지 못하여 손으로 본 칼럼을 쓰고 있다).
상업용 CAD.CAM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를 주로하는 필자의 실험실에는 온갖종류의 EWS와 PC들이 있으며 GUI는 X윈도와 MOTIF를 이용하고 있는데 필자야 말로 컴맹이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
지금의컴맹 컴플렉스는 "컴퓨터를 안다"는 것과 "컴퓨터제품의 사용법을 안다 는 것을 혼돈 하는데서 비롯된다고 보여진다. 자동차문화시대에 "카맹" 컴플렉스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운 전할줄 안다" 는 것과 "자동차를 안다"는 것의 차이는 여간 자명하지 않는가. 우리가 매일 운전하고 다니는 자동차에는 수천 개의 부품이 있고 이를 모 조리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필자의견해로는 컴맹 컴플렉스는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1시간이면 해소할 수가 있다. 최신 정보에 관심이 있는 컴맹 독자가 있으면 상용통신망에 가입한 친구를 찾아가 정보검색 방법을 습득해보기 바란다.
새로구입한 외제VCR 조작법보다 쉽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만약 문서작성 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워드프로세서를 쓰고 있는 동료에게 부탁 하면 1시 간 정도 인내심을 가지면 컴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다사다난한데 복잡한 컴퓨터구조를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컴퓨터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 컴퓨터는 우리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한 것임을 상기하면 될 것이다. 한달에 한두번 전자 오락실이나 노래 방에 가 볼일이다(이들도 모두 컴퓨터 제품이다). 아니면 현금자동 인출기에 가서 인출 최고한도액인 70만원을 찾아 가족과 함께 주말 여행이라도 떠나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이미 컴퓨터 생활화시대에 들어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