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출주도형" 정책을 대비하자

미국 클린턴정부가 통상안보를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내세우면서 최근 자국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을 크게 강화해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정부가산업기술 공유를 주목적으로 하는 정보고속도로계획을 추진 하고 신소재 산업에 대한 기술개발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에너지부는 최근 산하 3만 여명의 연구인력으로 하여금 산업기술경쟁력 제고를 적극 보조토록 하는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주 미국방부는 첨단 평판 디스 플레이 기술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1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한 3백여 기술개발 컨소시엄을 내부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지난달 말경 미표준기술연구소는 백악관, 기업 및 연구 기관의 고위인사 8백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를 개최해 경쟁력강화방안을 집중 논의했다는 소식이다.

여기에는정부 및 연구기관 대표는 물론 모토롤러,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유 나이티드 테크 놀로지 등 대기업의 고위간부와 중소기업 대표들이 다수 참석 경쟁력제고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현정부는 과거 행정부의 자유방임주의적 산업 정책과는 달리 기업에 대한 간섭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는그동안 미국이 개도국에 대해 민간주도를 경제발전의 모델로 제시해온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우리의 주목을 끈다.

특히국방부의 이번 지원금은 관련업계의 연구개발경비뿐아니라 공장설립 및마키팅비용으로도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정 을 비롯한 국제무역협정에 위배될 가능성조차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미산업계는 클린턴정부 출범 1년여만에 수익이 크게 호전 되고있다. 최근 미국의 한 경제전문지가 선정한 미 5백대기업이 작년에 흑자로 반전됐으며 올 1.4분기에도 순익이 1백4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미국정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국제경쟁력이 약한 산업분야에 대해 수십억달러를 더 지원할것이라는 예상 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국제간의 통상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LCD와 같이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뒤져 있는 분야에서 미국이 기술개발 을 적극 지원하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수 있다. 또 자국산업의 기술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강화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문제는 미국이 산업 및 통상정책에 있어 모순점은 접어 둔채 오직 자국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증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데 다. 그렇게되면 다른 국가들도 이에 자극받아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확대할 수있는 명분을 줄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동안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우루과이 라운드(UR), 그린 라운드 (GR)등을 통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한편 대외통상압력을 강화해 왔다. 또 지난달 중순 마라케시에서 열린 UR각료회의에서는 노동조건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이른바 "블루라운드(BR)"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미국 정부의 산업 및 통상정책테두리안에서 한국만이 그 영향권 에서벗어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지금까지 미국이 견지해온 기본 입장은 자국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넓게 열려 있으므로 교역 상대국들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우리는 미국의 산업정책 특히 통상정책이 수출 주도형으로 변해 가고있는데 대해 인식과 자세를 달리해야 할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우리도 개방경제체제를 적극 추진해 온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현상황에서 우리는 미국의 산업 및 통상정책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기에 앞서 그에 대응한 통상외교강화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것이다. 이를 위해 범 부처와 기업협동의 국가차원의 협력체제를 구축해 미국의 동향에 대응해 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