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기초와 차별화

올해 프로야구가 예상과는 달리 강팀과 약팀이 뒤바뀌는 혼전을 보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이 꼴찌로 전락하고 관중들로부터 외면받던 팀이 연일 홈구장을 꽉 메우고 있다고 한다. 예상을 벗어난 사건이지만 통계와 확률을 토대로 하는 과학적 스포츠인 야구게임에서 이러한 현상은 결코 우연일수 없다. 인기가 있고 잘하는 팀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동계 훈련의 양, 개인능력의 극대화, 리더십, 팀워크 등 기본적인 분야에서의 충실도가 한 가지 요인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분명한 팀 컬러, 즉 특유의 개성이 있어야 관중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일본식 야구나 미 국식 야구의 모방이 아니라 내가 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창출해내는능력이 있어야 되며, 또 이것이 "프로"로서 존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프로야구단이 인기를 얻고 많은 관중을 확보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충실한 기초"와, 다른 구단과 구별되는 "차별화" 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전분야에 걸쳐 경계선이 없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우리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국내 시장이든 해외시장이든 오직 상품 의 품질과 가격에 의해서만 기업의 생존이 결정되는, 이러한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시 "기초"와 "차별화" 가 필수적인 요인이 아닐까 한다.

어느시장이나 공통적인 기본기능을 충족시키는 상품의 품질은 일단 완벽해 야 한다. 소비자들이 두세 개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유명회사 제품들이 총망라된 가운데서 한 개의 제품을 선택하는 공급과잉시대에 기본기능에 충실하지 못한 상품은 일단 시장경쟁에서 탈락된다. 일단 기본기능을 완벽하게 갖춘 후에는 상품차별화를 해 상품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최근엔어느 기업이나 고객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데, 실제 고객의 취향이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에 따라 변하고 기업간 경쟁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오류를 범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꿈꾸는 상품을 만든다"는 소니의 유명한 광고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과 생산자의 창의적인 상품공급의 합치점에서 소비자 요구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소비자도 많은 정보에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대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꿈"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이다.

소비자가필요로 하는 물건은 기본기능에 충실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환경이나 건강을 고려한 제품이란 과학적으로 구명되지 않은 불확실 한 기능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 유해한 효과를 없애고 환경오염요소 를 줄이고 자원재활용이 쉽도록 만들어진 제품을 말한다.

이처럼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것은 다름아닌 "공이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제품 의 원래 기능이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개념을 정의한 다음 연구를 시작한다면 품질. 환경. 건강 등 인간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의 방향이 쉽게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가전업계가최근 수출증가에 힘입어 최대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특히엔고 등 신3저의 영향으로 미국시장을 비롯해 일본업체들과 경쟁 하던 수출시장에서는 물론 일본시장에서도 우리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따지고 보면 우리 스스로 창의적인 기술개발노력으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였다기보다 주변 여건이 유리하게 작용해 수출이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주변 환경이 변하면 또다시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이 기회에 자체 기술개발노력에 박차를 가해 기초를 튼튼하게 다짐으로써 확실한 경쟁력을 구축할 전기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기초에 충실한 뒤 다른 상품, 다른 회사와 구별되는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감으로써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치열한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리고 아마도 기초에 충실한 것 자체가 이미 차별화의 첫걸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