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 강하다는 평가 가운데, 일본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기술진전을 이루어갈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세계를 이끌어갈 것인가.
제2차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되어 최빈국에 가까운 경제상태에서 40년이 채 못되는 기간에 세계제일의 기술력을 가진 산업국이 된 일본. 그 원동력은 철강 석등 자원을 수입해서 그것을 가공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만드는 것 즉 오로지 물건만드는 기술을 닦음으로써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중공업제품에서부터 자동차, 각종 공작.정밀기계, 가전, 일렉트 로닉스제품 등 어느 것을 보더라도 일본은 그 부품에서 완성품에 이르기까지거의 대부분을 세계 각국이 탐내는 최고급품을 대량으로 낮은 원가에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렉트로닉스분야에서는 컴퓨터 , OA기기, AV제품과 같은 완제품은 물론, 그것을 구성하는 각종 정밀 부품의 개발, 제조기술은 그야말로 일본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군사용 반도체는 세라믹케이스로 패키지화한 것을 사용하는데,반 도체를 세라믹패키지할 수 있는 것은 교세라등 일본 전자부품업체뿐이다.
군사용반도체의 패키지에 왜 세라믹을 사용하는가 하면, 반도체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최대의 원인이 외부로부터 관여하는 전자파이기 때문이다. 전자 부품의 덩어리라 할 수 있는 전투기나 미사일은 스스로 다양한 전자파를 내는한편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전자파에는 매우 약하다. 세라믹은 전자파 방지 에 가장 뛰어난 물질이다. 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본제조업체이므로 일본의 협력없이는 신무기의 제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컴퓨터나 전자계산기 등 모든 디지틀기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수정 공진 자라는 부품도 일본업체가 독점적으로 세계각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 수정공 진자는 쿼츠시계는 물론, 전자레인지, AV기기, 컴퓨터 등 디지틀기능을 가진 기기에는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이들 기기의 정확한 작동의 기본이 되는 주파수기준이나 클럭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무선이나 휴대 형 전화기용 특수 마이크로폰, 비비비하는 전자음을 내는 전화기의 벨, 모두일본이 세계시장의 80%정도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무엇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앞에서도 기술한 액정컬러 디스플레이다. 실제로 이 액정컬러 디스플레이는 전투기의 각종 계기나 데이터의 표시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군사전략품으로 미국 등에서는 이같은 전략제품은 자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도저히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주목할 것은 지금까지 예를 들었던 세라믹패키지, 수정공진자, 전자 음을 내는 벨 등 이들 모두의 원리나 제조방법은 일본의 업체들이 개발 했으며 미국업체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래도 제조할 수 없는 것이 실정인 것이다. 원리나 제조법을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기초로 해서 실제로 물건을 만드는 것과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이것을 극복한 것이 일본 업체 의 제조기술 노하우이다.
더욱이제품생산에 있어서는 컴퓨터나 자동차 등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 하는최종상품인 완제품의 제조보다도,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개개의 정밀 부품의 개발.제조가 보다 고도의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일본제조업체들이 해외에 완제품 생산거점(공장)을 세우고, 현지생산을 개시 할 때 관심대상의 하나가 그 부품의 현지조달 비율이다. 일본의 공장을 유치 한 각국은 그 지역의 부품업체를 조달처로 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일본업체는 그에 대해 소극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이유는 현지의부품업체가 만드는 각종 부품의 품질과 정밀도가 일본업체의 요구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인간적인 자질이 뛰어나야그 조직전체의 질이 향상되는 것처럼, 뛰어난 완성품을 만드는데는 무엇보다도 우수한 부품을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본업체, 일본제품 더 나아가 일본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강하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점에 있다고하겠다. 미래기술의 과반수를 일본이 차지 세계의 선진기업이 21세기를 향해 연구.개발중인 주요 첨단 기술분야는 일렉트로닉스. 정보통신을 비롯해 신소재, 에너지, 생명공학, 우주, 교통.운수, 공간 이용 등 매우 광범위하다. 그리고 이들의 성과는 10~20년후, 즉 21세기 초기에 실용화될 것이다. 모든 첨단기술의 연구가 군사기술에 사용되는 시대는 사라지고, 그 성과가 산업이나 일상생활에서 결실을 맺는 시대가 된 이제세계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첨단기술의 연구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전체의 영역에서 많든 적든간에 일본이 세계의 선도자 적인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임하는 자세에 관해 세계적인 시야로 보면 기초 연구는 유럽이, 기술개발에서는 미국이 그리고 이들 연구개발성과를 응용한 제품 개발에서는 일본이 우수하다는 구도가 이어져 왔다. 그것이 "기초 연구 무임 승차론"이라는 구미의 비난의 근거가 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지금 분명히 변하고 있다.
일본업체가 기초연구분야에 자금이나 인재를 투입해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80년대초부터이다. 그 성과가 열매를 맺기 까지는아직 다소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그 일부분이 열매를 맺으려 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앞 장에서 상세하게 다루었던 버추얼 리얼리티, 뉴로 컴퓨터 , 테라비트메모리, 또는 바이오에 있어서의 유전자조합 수정, 초전도 물질의 개발 등 일본의 눈부신 진전은 그같은 것의 성과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일렉트로닉스 정보통신분야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지금까지 보아온 것처럼 일본의 기술력이 세계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앞으로도 선도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일본의 연구개발에 임하는 자세도 구체적인 성과물을 즉시 기대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몇몇 일본의 연구개발조직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기초연구도 중시 공업 기술원 전자기술총합연구소는 일본의 전자기술 연구의 시초격인 존재이다. 지금은 레이저, 컴퓨터, 초전도, 로봇 등 광범위한 분야에 관여하고 있고 프로 젝트에 외국 기관을 참여시키는등 국립연구소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전자기술총합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추진해온 주요 프로젝트로는 제5세대 컴퓨터 개발, 국제초전도산업기술연구센터, 초전도 센터, 아몰퍼스태양전지프로젝트 등 모두 기초 연구의 축적이 있어야만 가능한 분야이다.
또한이 연구소는 현재 당장 각광 받고 있는 과제보다는 아무도 손대지 않는새로운 분야에 관한 독자적인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할 수 있고, 독창성의 안목도 키울 수 있기때문이다. 연구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민간기업에서는 하기 힘든 10년단위의 장기적인 것이 많다.
도시바의연구개발조직은 본사의 연구개발센터를 중심으로 6개분야의 연구소 군으로 구성하고, 이밖에 각 사업본부의 연구소, 공장의 설계개발 부문으로되어있으며 연구개발 전문종사자만 약 1만2천명정도다. 이 회사의 연구 개발 조직중에서 독특한 것중의 하나가 "언더 더 테이블"이라고 하는 제도화 되어있지 않은 자유연구를 육성하는 체제이다. 이것은 전 연구자는 자신의 예산 과 근무시간의 10%를 본래의 과제와는 별도로 좋아하는 자유연구에 사용해도 좋다는 관습이다. 이로써 각 연구자들은 기한의 제약이나 수법 등의 테두리에 매이지 않고 독창적인 주제에 도전할 수 있다. 그 도전을 혼자서 감행 하는 것도,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그룹으로 행하는 것도 모두 본인의 자유 이다. 예를 들면, 일본 워드프로세서의 변환방식 (일본문자를 한문으로 변환)도 이같은 연구속에서 탄생했고 그것을 도시바방식으로서 확립한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었으나 잇따라 다른 회사들이 도시바방식을 채택 함으로써 현재는 그것이 표준이 되었다. 이런식으로 조직으로 엮어지지 않는 독창성을 키운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후지쯔.NEC.히타치제작소 등의 컴퓨터업체, 일렉트로닉스의 주요업체 인 니콘.파낙.마쓰시타전기 등의 광학기기.로봇.가전 각 분야의 최고기업 및중견 기업은 모두 기초적인 연구개발을 중시, 제품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물뿐 만 아니라 그것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기초연구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적인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대 긴 안목으로 추진한 연구 개발의 축적, 그리고 일본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구체적인 상품으로 연결시키는 마키팅능력, 이러한것들을 종합해보면 일본은 고도의 전자기술입국으로서 21세기의 세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이 경우, 완성품(소비재)보다 오히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도의 정밀부품(생산재)의 제조 개발 영역에서 보다 많은 창조적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생산재의 공급은 많은 나라에 그것을 이용한 부가가 치제품을 생산해낼 기회를 주게 된다.
전자입국일본은 그 번영을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타국과의 협조 아래21세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3년 7월, 도쿄에서 열린G7수뇌회담에서도 최대의 초점이 된 것이 막대한 일본의 무역흑자였다. 일본 은 내수를 확대해서 수출을 억제 해야 한다고 각국이 지적한 일이 기억 에도새롭다. 전자입국 일본이 앞으로도 산업기술우위를 유지하고 각국이 다투어 일본제품을 구입해가면 그것은 또한 무역흑자 증대의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일본이 기술을 연마하면 할수록, 국제적인 마찰은 증대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는 사람도 적지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우려는 우선 접어두는 것이 좋다. 사실 외무성.통산성등의 기관이나, 경제 단체의 간부들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국제 통상마찰이다. 자기만 배부르면 주위는 굶주려도 좋으냐는 비난은 책임있는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매우 듣기싫은 소리이다. 그러나 이 일로 기업가나 기술자가 비난 받을 우려는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기업가가실적을 올리기 위해 온힘을 쏟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기술자가 뛰어난 제품의 개발에 며칠밤낮을 새는 일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광범위한 관점에선 정치력의 결여로 일어나는 것이다. 경제 일류 .정치삼류라고 평가받는 일본의 현실을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생긴 국제간의 경제마찰에서도 원인은 일본의 나약한 정치력에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든지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전자입국일본이 세계를 제패하는 날, 각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그 번영의 주변과 협력해 공동으로 풍요롭게 되어 간다고 하는 시각을 항상 잊어서는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