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정보고속도로의 조건

최근 들어 선진 각국은 국가정보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정보 초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란 용어를 창조해 내자 일본은 이를 국가사회의 인프라(Infrastructure)간주 하여 신 사회간접자본" 이란 이름 아래 전국을 광케이블망으로 연결 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선진국들은 물론 우리의 경쟁국인 싱가 포르와 중국까지도 각각 "IT2000"과 "정보자원.통신 넷워크"라는 프로젝트로 향후 자국 경제발전의 새로운 기반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도얼마전 초고속 정보통신시스팀 구축계획을 발표하여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는데, 오는 2015년까지 총44조8천억원을 투자하여 전국적인 초고속 망을 구축, 고도의 정보 사회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여기에 거는 국민적 기대와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한편,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국가적인 사업이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정보사회의 기반구조인 초고속망 구축의 당위성에는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지만,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야심찬 초 고속망 건설계획이 추진과정에서 우리의 현실과 여건을 얼마만큼 수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적으로볼 때 우리나라 산업과 사회의 정보화 수준및 정보산업의 발전정도는 미.일 등의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어 이를 전국적으로 추진할 여건이 제대로 성숙돼 있지 못하다. 급한 나머지 선진국의 모델만 쫓아가는데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처한 불리한 여건을 철저히 분석, 이를 토대로 정보통신 하부구조구축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이 계획을 성공적 으로 이끌기 위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초고속 정보통신망 추진주체의 문제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정책은 크게 미국의 자유시장적 접근방식과 일본의 정부주도형으로 양분되는데, 전자의 경우 중복투자와 과잉경쟁, 독자망에 따른 규모의 경제 상실, 표준화 및 접속의 문제 등이 대두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자금조달, 기업의 기술력 및 경쟁력 약화, 정부투자기관이 경영하는 데에 따른 비효율성의 문제가 따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양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하는 절충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고속 정보고속 도로의 범위는 최종사용자들까지도 서로 연결(home-to-home connection)한다는 점에서 톨게이트 구간이 전부인 자동차 고속도로의 그것과는 달라, 크게 고속도 로구간과 톨게이트 밖의 지로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를 구축 함에 있어서, 정부는 전체의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는 한편 그 골격이 되는고속 도로구간을 맡되, 지로부분은 민간에게 이양하여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제품 및 서비스 창출 능력을 육성시켜야 할 것이다. 민간기업의 경쟁력 없이국가경쟁력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의 목적이 정보통신의 국가경쟁력을 키워 앞으로의 정보화사회에서 우리나라를 세계 주역의 자리로 올려놓는 것인 만큼,향 후 산업구조의 경쟁체제 유지를 위한 관련 제도 및 법령에 대한 정비 작업이 수반되어, 과도한 정부규제를 가능한한 완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각국 의 경우 대기업 행정규제 완화를 최우선적으로 실시하여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세계시장에서의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와함께 금융 세제 등 제도적 지원장치를 마련해 줌으로써 민간의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의욕을 고취시켜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될때 기업들은 보다 안정된 기반 위에서 연구개발에 몰입할수 있고, 훌륭한 제품 및 서비스를 보유하게 되어 정 보화사회 건설에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기술의 자립화문제다. 정보화 관련사업인 광섬유.정보압축.정보통신기 기.미디어기기. 소프트웨어분야 등 관련분야 요소기술의 확보와 기기의 표준 화 추진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통신 선진국들은 하나같이 디지틀 화상전환.VOD(주문형비디오).전화기와 PC의 기능을 통합한 휴 대형 개인통신기기등 대화형 멀티미디어 정보기기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역시 애플리케이션과 핵심기술 개발을 기업별로 추진 하고는있으나 기업간 기술교류가 미흡하고 연구개발비의 집중투자가 곤란하여 많은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는 초고속망의 단계별 구축계획과 연계해 산.학.연 공동으로 집중 추진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국제적 기술제휴 도 모색하는 등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고 도정보화사화에 있어서 멀티미디어를 배제한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한날 껍데기에 불과할 정도로 이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크다 하겠다. 만약 우리가 이 분야의 기술연구.개발자립화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선진국과의 기술력 차이가 점점 더 커짐은 물론, 향후 전개될 고도정보화사회에서 새로운 형태 의 기술속국으로 전락하여 후진성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넷째, 정부는 기반 환경 조성자로서 정보통신서비스 공급 및 수요 양측면의동시 활성화를 위해 사업분야별로 현실적이고도 효율적인 예산 조달 및 편성 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각 부문별 전산화 및 수요확대를 위한 정보 마인드 확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용량의 정보유통을 위한 하이퍼 포먼스 컴퓨팅환경조성을 추진전략의 선결과제로 삼고 있으며, 실제로 실리콘 밸리 소속 20여개의 회사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연계하여 컴머스 넷(CommerceNet)을 구축하는 등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위한 환경 조성 에 힘쓰고 있다.

초고속 통신망의 성패는 21세기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므로 정부는 이처럼 중요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추진조성주체로서 명확하고 일관된 방향제시를 해야만 할 것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계획과 관련, 많은 사람들이 꿈에 부풀어 기대 에 가득 차 있으나 정작 이에 민감해야 할 정보통신 관련산업계의 반응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므로 ,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마스터플랜과 사업 영역을 제시하고, 기술개발, 민간자본유치, 각종 규제 완화 및 민간업체지원, 지속 적인 피드백, 민간주도시에 나타날 수 있는 역기능의 제거활동 등을 통한 정책방향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겠다. 업계 또한 정부의 이와 같은 정책에 적극 협력 하여 기술개발, 훌륭한 상품및 제품의 상용화, 시장개척, 협력체제강화 등의 경쟁력 제고활동을 끊임없이 전개해 나간다면, 우리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미래는 사뭇 밝아지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