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산업 육성하는 국가적 차원으로

종합유선방송 (CATV), 지방민영TV 및 위성TV 등 다채널시대의 개막을 앞두고미국의 방송시장 개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최근 한미경제협력대화(DEC)회담을 통해 CATV 20개 채널의 30%에 대한 운영권과 CNN의 24시간 방송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것은 내년부 터 본격실시되는 CATV 20개 채널의 30%인 6개와 CNN방송 1개 채널 등 도합 7개의 CATV채널을 미국이 직접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우리로서는 납득이 가지않는 요구이다.

이는국내 방송프로그램에서 채널별 외화의 편성비율을 30%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미국이 자기측에 유리하게 해석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법의 기본 취지를 도외시한 무리한 요구가 아닐수 없다. 이에 대한 대책을 놓고 현재 관계부처간에 협의중이라고 하지만 미국이 공세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미국의 태도로 볼때 오히려 미국의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우리는 미국의 이같은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것인지를 논하고자 하는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낙후되고 부진한 상태에 있는 우리의 영상 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전개될 다채널시대의 막대한 수요에 대비해 그 진흥책 마련의 시급성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제작편수는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외화수입은 갈수록 증가 하고있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다. 지난 88년의 외화수입이 1백76 편에서 92년에는 3백19편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외화직배는 불과 1편에서 61 편으로 급증했다. 이에 반해 국산영화의 제작은 88년에 89편에서 92년 에는96편으로 거의 증가되지 않은 것을 알수 있다. 그나마도 흥행면에서는 성공 한 경우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외국업체들이우리의 이러한 현실을 모를리 없다. 또 국내 시청자들이 위성 안테나를 통해 외국 TV방송을 시청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국내 영상산업이 취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한 미국을 포함 한 외국의 시장 공세는 갈수록 더욱 드세어질수 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지난 17일 첨단영상산업을 전략적 핵심산업으로 육성,지원할것을 정부에 건의 한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동자문회의는영상산업의 지원육성을 위해 "영상산업종합정책" 을 시급히 마련할것을 정부에 건의한것이다.

우리는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앞으로 영화.비디오.CD-롬 등과 같은 영상매체가 고부가 가치의 지식집약적 산업으로 각광받게 될것으로 전망한것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믿는다. 오는 2000년이면 세계 영상 산업의 규모가 1천5 백조~3천3백조원에 달할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내다보고 있는 미국은 현재 영상산업을 항공우 주산업다음의 제2산업으로 간주, 이의 진흥에 커다란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관련업체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 입체기술까지 동원해 우수한 영화 를 제작, 세계영화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흔히영화계의 귀재로 불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쥬라기공원 이 8억5천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사실이 하나의 좋은 예다.

마침정부와 여당도 이분야 시장개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영상 관련규제를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높이는 내용의 "영상진흥법 제정안" 을 마련중이라는 소식이다.

그러나국가기술자문회의도 지적했듯이 정부는 영상산업을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첨단산업이라는 인식아래 국가적 차원의 획기적인 종합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것이다.

이를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상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는 동시 에 인력양성 및 활용을 제도화 해야 할것이다.

현재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전문 인력은 물론 이들을 양성할만한 전문 교육시설의 부족이다. 몇몇 대학을 포함한 사설교육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엄밀한 의미에서 이들을 전문교육기관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첨단 기술 시대에 걸맞는 영상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훈련기관을 시급히 설치해야 할것이다. 평범한 전문인이 아닌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서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고서는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우수한 영상작품을 기대할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