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보통신 기술단지 조성

우리는 지금 국제적 무한경쟁이라는 심각한 변화의 압력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 우리의 안정적 성장기반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것이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은 주로 값 싼 양질의 노동력과 선진국 기술의 모방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값싼 노동력은 중국 등 후발국가의 전유물이 되었고, 선진국들은 저마다 기술보호주의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가히진퇴 양난이라고 할 이러한 형국에서 우리의 살 길은 오직 하나, 바로 기술입국 이다. 그러나 기술입국은 단순한 가공생산의 확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여서 정치적 구호나 감상적 열정만으로는 이룩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 사회.교육.문화등 모든 면에서 기술발전에 취약한 여건을 가지고있다.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 기술입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우선 우리의 기술개발의 기본목표와 방향감각부터 재조율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동안 우리의 기술개발전략은 한마디로 "기술국산화"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입대체적 개발전략으로는 항상 잘해야 세계 2, 3등의 기술 밖에는 보유할 수 없다. 이러한 기술은 국내시장보호라는 보호막이 존재할 때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국내시장"과 "세계시장"의 구분이 없어져서 세계 인류의 기술과 직접 경쟁하게 되는 국제화.개방화 시대에는 이미 무의미한 것이 된다. 오직 1등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목표를 "세계 최고의 기술확보"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우리가 세계최고수준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장기적으로는 물론 취약한 과학기술 하부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 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제협력을 확대.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이제까지의 방식처럼 안일하게 남이 개발해 놓은 기술을 얻거나 사다 쓴다는 기대는 아예 버리고, 처음부터 공동개발에 참여하여 당당하게 지분과 노하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들 수 있는 것이 국제적 정보통신기술 단지의 조성이다. 오늘날 미국이 21세기의 주도권을 향한 경제전쟁에서 기선을 제압 하고 있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덕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중요한 역할의 인식 하에 각국은 다투어 국가의 기술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선진 국들은 물론이고, 싱가포르도 이미 91년부터 국제적 과학단지를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이러한 국제 연구단지 를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너무도 안이하게 늑장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국제적기술단지는 철저한 전략적 고려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우리의 입장을 고려하여 몇가지 실천전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유치대상 기술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여야 한다. 이제까지의 산업기술은 선진국의 기술독점이 두드러지고, 우리가 뒤쫓아갈 때쯤이면 이미 사양화 되어버릴 공산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선진국들이 아직 기술독점을 이루지 못한 첨단.고부가가치 기술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21 세기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이다.

둘째, 국내 인력의 투입 또는 국내대학과의 공동연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노하우를 획득한다든지, 개발된 기술이 즉시즉시 국내산업에 적용.파급 되게한다든지 세계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책이 강구되 어야 한다. 환경의 변화폭이 큰만큼, 이러한 제도개선은 파격적.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단순한 기술단지가 아니라 국제적 비즈니스와 교류의 거점으로 키워야한다. 현재 싱가포르.홍콩 등이 아시아의 국제적허브(Hub)로 두드러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동북아의 균형점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 볼 때 국제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를 위해 국제기술단지가 전략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이러한 국제적 기술단지를 지금 유치하는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는이제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조건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종도 고속전철과 같은 국제거점을 지향하는 기반을 구축중이고, 한국시장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외국기업들의 한국진출이 활발해지기 시작하고 있으며, 양질의 노동력과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