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형 소비자보호체제가 국내 전자업체에 의해 전격 도입됐다. 국내 굴지의 종합전자업체인 삼성전자가 신경영실천 1주년에 맞춰 소비자를 "봉에서 왕으로 승격시키는 파격적인 "고객 신권리"를 선언, 소비자와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삼성의 신권리선언은 그동안 다분히 형식에 치우친 고객 서비스 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의이번 고객신권리 선언은 소비자 지향형 3가지 약속이 핵심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소비자의 신권리요건을 "품질.서비스.안전"의 3가지로 선별, 고객감동 의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키겠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품질제일주의는 무상서비스기간을 현재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데서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 서비스혁신은 "AS와 교환"으로 특징지워져 있다.
이번선언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배상책임보험(PL)의 도입이다. 소비 자의 안전성문제를 PL가입으로 해결한 것이다. 이같은 고객권리 선언은 21세 기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의 이미지에 비추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 고 치부할 수도 있다.
삼성은이같은 제도를 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장직속의 고객만족본부를 신설하고 판매관리를 전산화하는등 준비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삼성 전자는 이같은 약속을 실천에 옮기는데는 올해부터 오는 96년까지 총 3천억원 의 비용과 1만 여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간접 비용도 직접경비의 10배에 달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말하자면대내외적인 대세로 여겨지는 고객 중심 경영을 다소의 무리가 뒤따르더라도 더 늦기전에 실천에 옮기겠다는 그룹차원의 의지로 풀이된다. 오히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의식을 형식에 치우친 눈가림으로는 더 이상감내하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과감한 돌파작전을 구사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이번 선언은 몇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선언적인 효과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한건주의식 "깜짝쇼" 를 연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왕이면 업계가 다함께 모양을 갖춰 합작품을 만들 수 없었느냐는 지적 이다. 소비자를 봉에서 왕으로 승격시키는 신성한 자리에서도 우월주의와 이기심이 판을 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선언이 6개월전부터 극비 리에 추진돼 타경쟁사에서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하자면허를 찔린 셈이다.
앞서가면갈수록 좋은 것이 있는 반면에 더불어 함께 해야 좋은 것도 있다.
물론경쟁을 통한 이윤의 극대화를 기본이념으로 삼는 기업경영에서 "더불어 함께"라는 덕목이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때론 공동선을 추구 하는 노력도 필요한 법이다.
특히그것이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권리에 관한 사항이라면 특정 소비자가 아니라 모든 소비자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보는게 순리일성 싶다. 그 다음으로 이번 선언은 정부의 현금환불제 추진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경제기획원이 추진하고 있는 소비자우선 정책 인 현금환불제에 대해 업계가 일제히 이의를 달고 있어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는" 꼴이 된 것이다. 실제로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현금환불제 의미를 상대적으로 퇴색시킬 수 있는 혁신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맞불작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전업계는 반대할 명분은 약하고 그렇다고 그대로 따르자니 생색은 안나면서도 돈은 돈대로 들어가는 정부의 현금환불제에 발목을 잡히기는 싫은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보호제도에 관한한 수세적인 자세에서 주도적인 입장으로 국면 전환이 필요했던 것이다.
앞으로현금 환불제가 시행되면 업계의 이해득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겠지만적어도 울며겨자먹기로 끌려가는 것보다는 앞장서 공격적인 소비자 보호책을 들고 나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계산이 이번 선언의 배경에 깔려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의지다. 그동안 눈감고 아옹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온 소비자들은 이번 선언을 환영하면서도 두고보자는 반응 일색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속아왔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삼성이 전격 발표한 소비자보호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논하기에는아직은 이르다.
어쨌든그동안 불완전했던 소비자환경을 메이커차원에서 혁신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이번 조치가 소비자와 업체간에 쌓인 해묵은 불신의 벽을 허무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 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