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트 전기 광주공장에 도착한 시각은 작업시간 시작 후 1시간이 지난 오전 9시30분. 오후에 있을 임금 협상을 앞두고 있는 터라 이 공장의 책임자인 정병태 상무 는 자료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근로자들이회사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어 임금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생산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힌 정상무는 "올해 생산량 이 크게 늘고 있어 작년에 이어 흑자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무가이런 얘기부터 풀어 놓은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국내최대의 건전지 생산 업체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로케트는 80년대 후반 수입자유화 조치이후 외산 건전지의 물밀듯한 유입과 과도한 금융 부담으로 인해 90년대 들어서면서 적자 경영을 거듭해왔던 것.
회사사정이 악화되자 작년엔 일부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감량경영에 나섰고직원들도 상여금 일부를 반납하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90년 이후 처음으로흑자를 낼 수 있었다.
적자행진의 터널을 벗어난 로케트는 올해를 "경영 안정의 해" 로 설정하고 매출확대와 흑자기조의 정착에 최대의 역점을 두고 있다.
매출8백억원에 흑자 30억원이 목표다.
광주공장에서들리는 힘찬 기계음은 로케트의 이런 각오가 결코 헛되지 않을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광주직할시 북구 일곡동 소재 본천공단내에 자리잡고 있는 이 공장은 대지 2만2천평에 건평이 6천9백평으로 우리가 흔히 건전지라고 부르는 망간전지와 알칼리 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생산능력은 1일 8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망간전지 4억5천만개, 알칼리전지 8천만개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국내 전체 수요의 절반을 감당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알칼리 전지의 경우 공급이 부족해 올초부터 일부 라인을 2교대로 돌리고 있다. 내년 3월까진 25억원을 투자, 알칼리 전지 생산 능력 을 1억5천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장내부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메틀재킷 가공기라 불리 는 건전지 외부 판을 규격대로 절단하는 기계들과 그 사이에서 이를 제어하는 남녀 근로자들의 바쁜 움직임이었다.
일렬로늘어선 메틀재킷 가공기들은 로케트 상표가 인쇄된 크고 작은 금속판 들을 자르고 날라 규격별로 한곳에 모은 후 천정사이로 난 이송로를 통해 해당 공정으로 보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건전지의양극 및 음극물질을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는 내피 제조공정에 들어서자 섭씨 8백도의 불덩이들이 이글거리는 용해로가 눈앞에 다가섰다. 아 연괴를 녹여 주조와 압연 과정을 거쳐 내피용 재료 물질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용해로의 열기는 공장내부 공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지만 하늘색 작업복을 입은 공장 근로자들의 반짝이는 눈빛은 오히려 그 열기를 압도 하고있었다. 이 공장의 인원은 생산직 3백85명을 포함, 총 5백명.
91년9백명이 넘던 인원이 93년초까지 계속된 감량경영의 결과 현재 절반 정도로 줄었다.로케트는 그러나 불필요한 기구를 통폐합하고 인력을 적재 적소 에 배치하고 자동화율을 대폭 높여 생산성 향상을 꾀했다.
그결과 91년 4천만원에 불과하던 1인당 매출액이 지금은 1억원 가량으로 2.5배가량 늘었다.
내피공정이 끝나면 이산화망간 등을 사용한 극 물질을 삽입하는 공정이다.
극물질 삽입공정은 분말 처리를 하는 페이스트 타입과 특수종이를 사용하는라이너 페이퍼 타입의 두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앞으로는 라이너 페이퍼 타입으로 통일할 계획이다.
다른 공정과 마찬가지로 이 공정 또한 극물질 삽입기인 ABI(Automatic Bobb in Insert Machine)란 기계로 라인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모든라인엔 신호등이 부착돼 있다. 빨간불은 기계 이상을, 노란불은 공정간 병목이 있음을 알리는 것으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파란불은 아무 이상이 없다는 뜻으로 라입별로 분당 6백개~1천2백개의 각종 건전지를 거침없이쏟아낸다. 여기에 외판을 씌워 완제품으로 조립된 건전지는 최후의 관문인 측정시험 공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공장에선 RS(Ro-cket Standard) 규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KS규정 보다 엄격히 만든 로케트의 자체 품질 규정으로 품질 우선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발로다.
30%대에이르고 있는 외산 건전지에 가격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품질만 큼은 절대 뒤질 수 없다는 게 정상무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