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수 반도체산업 이대로는 안된다

유럽은 JESSI프로젝트로 반도체메모리 산업의 세계진출을 꾀했으나 참여기업 인 지멘스, 필립스 등의 시장참여는 아직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반면93년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메모리는 25% 였으며 R&D에 있어서도 16M와 64M의 경우에는 일본과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94년 우리나라 업계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13%까지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도 취약점이 많아 심각한 고민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메모리의 생산비중이 95%를 넘고 있어 제품 의 다양화라는 관점에서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며 그보다 더욱 긴박한 것은핵심소재의 국산화이다.

반도체메모리는 과거 10년간 일본이 세계시장을 독점해왔던 관계로 우리의국제경쟁력 강화는 곧 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의 잠식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일본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고운 눈으로 볼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경우핵심소재는 거의 일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93년7월4일 반도체 봉지소재인 에폭시 수지를 생산하고 있던 일본 스미토모 화학의 에히메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반도체 업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스미토모화학은 반도체용 에폭 시수지의 세계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어 이것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을 경우 IC생산에 차질을 가져오게 되고 이에 따라 컴퓨터 등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 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스미토모화학의 화재 발생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주변산업의 취약성은 일시에 노출된 셈이었다. 다행히 폭발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아 수급상의 혼란은 피할 수 있었으나 이와 같은 리스크 는 항상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94년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약 8백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주변산업을 포함한다면 반도체 관련산업은 1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일은 반도체에 관련되는 핵심 소재는 일본 업체가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신에츠외 2개 업체가 세계시장의 72%, 감광수지는 도쿄, 오사카와 니혼고오세이 2사가 72%, 리드프레임은 신코덴키외 2개사가 42%, 세라믹 패키지와 본딩 와이어 는 각각 교세라와 다나카전자가 세계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과거미국과 유럽이 양산화면에서 일본업체에 견디지 못하여 모두 철퇴 했으나 이제는 일본의 상황도 그와 흡사하게 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산업이 급 성장할 때 일본의 기업들은 생산규모를 확대했으나 급격한 엔고와 반도체 가격의 급락으로 인한 가격의 보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이 시장 에서 철퇴하거나 공급을 기피할 경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반도체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들은계속적인 가격인하 요청을 받고 있는 반면 R&D투자도 계속하지 않을수 없는 입장으로서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일본 업체도 시장에서 철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에폭시 수지의 경우 IC의 생산량은 매년 확대하고 있으나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다. 웨이퍼의 경우도 그와 마찬가지이며 현재주류를 이루고 있는 6인치는 1~2년내에 8인치로 전환하게 돼 시설투자와 대구경 웨이퍼의 실용화를 위한 R&D 투자가 필연적으로 따르게 된다. 반도체 업체들은 핵심소재업체의 돌발사태에 대비하여 기업으로부터 소재를 조달하고 있어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현재의여건에 변동이 없다면 금년도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액은 1백20억달러 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단일 품목으로서는 우리나라 최대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알고보면 "아킬레스의 발꿈치"이다. 정부나 관련 업계 는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발전에 지나치게 도취한 나머지 내재 되고있는 구조적인 위험따위는 아랑곳하지않는 것 같다.

노동집약적인 가전. 섬유.잡화 등은 이미 동남아 각국에게 시장을 빼앗기고있어 우리가 앞으로 나갈 방향은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것은 정부가 반복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시책은 그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주변 산업만 보더라도 이미 국내시장성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어 정책 여하에 따라많은 기업이 이에 참여할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

만일다른 산업에 있어서도 하부구조를 등한시 한다면 장기적인 면에서의 국 제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정부와 재계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