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시장이 완전개방된 현시점에서 한국영화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는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규정한 스크린쿼터제다. 그런데 이제이제도마저폐지될위기에놓였다.
전국극장연합회가 최근 스크린쿼터제도와 교호상영제도를 규정한 영화법 제26조 및 시행령 제20조3의 1항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자 유를침해하는위헌규정이라며헌법재판소에위헌소송을제기했기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헌법소원 청구건을 지켜보면서 우선 법 자체의 위헌여부를 떠나 한국 영화 중흥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극장관계자들이 오히려 국내 영화 산업 발전의 버팀목이다시피한 이 제도의 존립 근거마저 없애고자 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더욱이 극장업자들이 영화인들과 대화나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위헌소송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사용, 협상에 의한 타결의 길을 봉쇄함으로써 양측간 반목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극장측의 위헌소송에 맞서 한국영화인협회가 곧바로 헙법 제1백19조2항의 시장지배와경제력 남용의 방지를 위해 국가가 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워 반발한 것이 그렇다.
그동안극장측은 스크린쿼터제가 국내 영화산업 진흥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극장의 경영악화만 초래해왔고 국제화.세계화 시대에 맞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해 제작된 한국 영화가 70편 에도 못미치고 잇따른 흥행실패를 감안할 때 극장측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하지만 영화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스크린쿼터제가 한국 영화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며 폐지반대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앞으로다가올 영상시대를 맞아 취약한 국내 영상산업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보호조치가 필요불가결한 상태며 보호막을 제거할 경우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미국영화에 밀려 고사할 수 밖에 없다는게 이유다.
만일헌법재판소가 극장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스크린쿼터제에 대해 "위헌"판 정을 내릴 경우 극장들은 외화만 상영할 수 있게 되며 경쟁력이 약한 한국영화는 거의 극장에서 발붙이기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영상산업은 크게 위축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극장측의 위헌소송은 스크린쿼터에 관한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전략으로 보인다. 기존 영화법에 대치할 영상진흥법 제정을 앞두고 극장측 관계자들이 영화인들과 정부의 스크린쿼터 제 고수의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이것이주이유라면 이는 대화로서도 충분하다. 그런 만큼 극장연합회는 하루빨리 헌법소원을 취하하고 대화를 통해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타결점을 찾는 것이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영화계 현실을 놓고 볼 때 스크린쿼터제는 매우 복합적이고 미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현실을 무시한채 법논리만으로 판별할 경우 무리가 따른다. 그것은 이 제도만큼 적극적인 영화산업보호진흥책도 없기 때문이다. EC국가들이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하기는 커녕 이 제도의 취지를 비디오.공중파텔레비전방송.종합유선방송등의 분야에 까지 확대시켜 방송 프로그램 쿼터제라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두말할 필요 없이 거대한 미국영상물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사실우리의 스크린쿼터제는 유명무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규로만 있을뿐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스크린쿼터감시단이 전국 1백55개 극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극장이 지난해 한해동안 한국영화 상영일수는 평균 59일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나마 상영의무일수 1백6일 에 근접하는 1백일이상 상영극장도 13.5%인 21개 극장에 지나지 않는 다는것이다. 그런데도 전국 시.군.구청의 공연신고 서류에 기록된 한국영화 상영 일수는 의무 상영일수보다 꼭 하루 많은 평균 1백7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감시소홀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행영화법에는 한국영화 의무제작제도가 있다.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스크린쿼터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상영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영화 를 제작하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않다. 여기에도 한국영화제작 진흥정책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영화제작이 의무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논리와 국민 적 공감대에 의해 제작될때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극장측의 한국영화 상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국영화 상영분 만큼 부가세환급조치나 감면조치, 또는 그에 상당하는 지원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문예진흥기금도 외화와 한국영화간 차등징수 등 실질 적 조치로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혜택을 주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