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NEC.HE, 정보가전으로 전환

"NEC 홈 일렉트로닉스(HE)와 해외디바이스회사들이 공헌했습니다." 지난 5월말 발표된 일본 NEC의 94년 3월마감 회계연도결산에서 NEC는 3백76 억엔의 적자를 계상했던 92년도와는 달리 2백51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 첫번째 이유로 HE의 경영회복을 꼽는다.

이전까지 HE의 실적은 NEC가 내용을 밝히기조차 꺼릴 만큼 참담했다. 92년 3월마감 회계연도에는 사상 최대금액인 약 3백억엔의 경상적자를 계상했으며 94년 3월까지의 누계적자는 9백억엔을 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3년간 경상적자폭은 축소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는 시장환경의 급변만 없다면 적자만큼은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HE의 체력이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HE의회복세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된다. 미야와키(궁협)사장이 취임한 91년 부터 추진해 온 사업구조조정의 효과와 미국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CD롬 플레이어, PC용 디스플레이등 정보기기의 호조.

사업구조조정에서 HE는 특히 VCR의 자체생산중단과 TV의 위탁생산으로 상당 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실 TV, VCR등 영상미디어사업은 전체적자의 70% 를 쏟아내는 부실부문으로 HE에는 암적인 존재였다.

HE는91년 8월 VCR의 생산중단을 공표했다. 당시 동사의 VCR은 브랜드인지도 의 부족으로 판매가 극히 부진했으며 코텐바공장의 가동률은 50%를 밑돌고있었다. 이 때문에 생산설비를 포기하고 산요전기로부터 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을 받기로 한 것이다. 코텐바공장은 NEC의 방송미디어사업부로 넘어갔다. TV의 경우는 국내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해외거점에 의한 생산비중을 높였다.

동시에OEM조달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내의 TV생산공장은 CD롬 드라이브나 컴퓨터디스플레이등 정보기기의 생산거점으로 탈바꿈됐다.

현재HE가 자사생산하고 있는 TV는 태국 사이암그룹과 합작으로 설립한 태국 공장과 오스트레일리아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는 14~21인치의 중.소형뿐이다.

25.29인치의대형은 한국의 대우에서, 광폭TV는 도시바, TVCR는 마쓰시타 전기산업에서 OEM공급을 받고 있다.

또HE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상해에서도 TV의 위탁생산을 개시했다. 생산 경비를 억제하는 한편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에 발을 놓기 위한 것이다.

HE는 한국과 중국의 위탁생산에서 생산설비와 노동력을 빌리는 대신에 품질 관리등의 기술을 제공한다. 대규모투자가 아니기때문에 공장의 가동률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라인의 변경에도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HE에는 이상적인 관계다.

HE는기본적으로 이들과의 관계를 이득이 없어질 때까지 지속할 생각 인데 한국에서 3년, 중국에서 향후 6년"정도로 구로카와사업부장은 보고 있다.

이같은구조 조정에는 물론 설비포기에 의한 인력문제가 따른다. TV와 VCR를 OEM으로 대체한 결과, 91년에는 1천4백명이었던 동사업부 인력이 9백명 으로줄었다. 1백명정도는 NEC로, 1백명은 다른 사업부로 돌려졌다. 나머지는 정년퇴직에 의한 자연감소나 신규채용억제로 해결됐다.

TV와VCR의 대변혁과 관련, 구로카와사업부장은 "세계적으로 보면 생산 설비 는 남아돌고 있다. 잉여설비를 빌려 사용하면 훨씬 이득일 것" 이라는 점이 발상의 근원이라고 밝히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HE가 추구하는 것은 "국내의 생산설비를 과감히 버리고 우선 외형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업체 로서 자체생산제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지양하고 OEM으로 제품을 조달하는 축소지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영상미디어사업의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보이고 있다. 적자를 더 확대 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혈의 효과는 있지만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지난해 실적에서 영상미디어 사업부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 즉 또 다른 변신이 요구되며 이제부터가 문제 인 셈이다.

"아날로그로부터광미디어로", "TV나 디스플레이등 영상기술의 향상". 미야와키사장이 향후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2대과업이다.

HE는CD롬을 중심으로 한 광미디어사업을 88년에 개시했다. 그동안 시장확대 와 함께 매년 배증의 규모로 신장해 왔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영상 미디어 사업부로부터 광미디어사업부가 독립, 매출규모 4백억엔대로 성장하고 있다.

HE는향후 이 분야에서 하드웨어의 제조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외에 자체적 으로 디스크를 제조하는 프레스공장도 구축, 마케팅을 위한 시작품의 제조등 민첩하게 제품개발과 연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와함께 HE는 11월 하순에 "PC엔진"의 차세대기종으로 32비트 게임기 "FX "를 발매한다. 동사는 "8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닌텐도의 아성을 붕괴하기는 어렵지만 PC와의 상승효과로 일정부분을 잠식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밖에도 HE는 멀티미디어시대에 불가결한 영상의 중요성을 고려, 대화면 디스플레나 액정프로젝터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HE는이런 과정들을 통해 가전업체에서 정보가전업체로의 변신을 추구한다.

VCR이나TV를 OEM으로 전환했고 가전제품의 자사생산은 소형냉장고나 조명기기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CD롬이나 모니터등 정보기기의 판매가 이미 전체매 출의 70%를 돌파, 사실상 정보가전업체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제관심은 HE의 내실화로 모아진다. CD롬을 이을 만한 히트상품이 아직은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미야와키 사장은 언제 9백억엔의 누적적자를 청산 할 지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후 어떤 제품을 새로운 수익 원으로 앞세워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