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적자-과감한 구조 조정-감원-사업 축소-적자, 또다시 구조 개편".
미국디지털 이퀴프먼트사(DEC)는 90년대 들어 불황의 먹구름을 좀처럼 걷어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적자경영의 흙탕물 위를 걷고 있다.
한때세계 정상의 컴퓨터 업체인 IBM에 도전장을 낼 만큼 위협적인 존재이기 도 했던 DEC는 그러나 90년부터는 적자에 적자를 거듭, 헤어나기 어려운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0년 이후 가끔씩 분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회생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적자 폭이 더욱 커져 DEC 앞날의 전망을 더욱 흐리게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로 마감된 3.4분기에는 1억8천3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7월 2일로 마감된 4.4분기 역시 영업 부문에서만 1억달러의 적자 가 예상되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지난 4년간 DEC의 누적 적자액이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추산하고 있다.
이처럼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큰 폭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DEC는 많은 것을 잃었다. 우선 지난 57년 회사 창립시부터 경영을 맡아 DEC를 미국 제 2위의 컴퓨터 업체로 부상시킨 케네스 올슨 회장이 92년 10월 자리에서물러났다. 계속되는 경영부진으로 인한 사임 압력 때문이었다.
또한미국내 2위의 자리를 휴렛 팩커드(HP)사에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더불어 1위에 도전하던 지난날의 기백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리고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기업 이미지의 손상일 것이다. 4년간이나 계속된 경영난은 사용자들에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으며 이는 DEC 제품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DEC가이처럼 고질적인 경영난을 맞게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는 90 년대 들어 급변하는 컴퓨터 시장의 환경 변화에 둔감했다는 점을 들수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다운사이징(소형.분산처리 환경 )" 흐름은 덩치 큰 중.대형 컴퓨터를 파는 업체들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DEC로서는 4년간이나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경영난을 외부의 탓으로만 돌릴수는 없다. "다운사이징" 추세는 DEC 뿐만 아니라 IBM, 유니시스등중대형 업체들에 꼭같은 상처를 주었지만 유독 DEC만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있기 때문이다.
90년대초부터 역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던 IBM도 한때는 분사화가 거론되는등 해체의 위기를 맞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최근들어 회복의 전기를 마련한 것을 보면 DEC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은 내부적인 요인에서 원인을 찾아야할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90년이후 30억달러의 비용을 들여 추진한 구조조정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명확한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적절한 처방을 내리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어쩔수없이 DEC로서는 보다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둘수 있는 구조조정 작업 이 불가피한 실정.
지난4월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DEC는 인원 감축과 공장 폐쇄를 잇따라 발표하며 과감한 정리 작업에 돌입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향후DEC 사업계획의 핵심은 중심 사업부문들의 연합으로 DEC를 운영한다는 것. 조직을 컴퓨터 시스템, 네트워킹, 서비스등 핵심적인 사업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기 사업 부문은 자체 브랜드하에 제품을 개발, 판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DEC는 이들 사업부문의 연방형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DEC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경비절감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것으로 예상된다.
경비절감을 위한 우선 조치는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것. DEC는 최근 자사의기억장치 사업부문을 매각한다고 발표했으며 응용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사업 , 경영 컨설팅 사업등도 차차 정리해나갈 계획이다.
DEC는또 매사추세츠주 웨스트필드와 뉴 멕시코주 앨버커키등에 위치한 공장 을 폐쇄하기로 결정, 경비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DEC는 앞으로도경비 절감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며 특히 생산 설비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폐쇄한 3곳의 생산 공장이외에도 추가로 공장을 폐쇄하며 대신 제 3의업체와 계약을 맺어 컴퓨터등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반복되는"구조 조정" 속에서도 경영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DEC 가 이번에는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