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은 제품을 공급하는 측이나 공급받는 측 모두에게배울 점이 많은 사업이다. 최근들어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일본 과 대만의 업체들도 이같은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미유니시스,독지멘스,일후지쯔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컴퓨터업체들도 대만최대의 PC업체인 에이서사의 공장견학을 할 때면 한결같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싸게 PC를 생산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에이서의 관계자들은 이같은 질문에 으레 "PC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패션산업처럼 신속성 이 중요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각종PC가 생산되어 나오는 라인의 옆쪽 벽에는 "3-6-1"이라는 표어가 붙어있다. 이 표어는 "3개월에 개발하고 6개월에 판매, 1개월동안 재고를 정리한 다"는 의미로 개발에서 모델교체까지 하나의 상품사이클을 10개월단위로 끊는다는 것이다.
에이서사로부터PC를 공급받고 있는 업체중에는 생산기술이 뛰어난 업체들도 많다. 그러나 시장이 요구하는 상품수명.품질.가격등의 균형을 적확하게 맞출 수 있는 노하우 부문에서는 에이서가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이때문에 대개의 PC관련업계에서는 대만의 실리콘밸리인 신죽에서 세계PC산업의 흐름을파악하고 있다.
또한일본 업체들은 대부분이 10년이상 사용할 수 있는 PC를 만들려고 하고있는데 여기에 6개월에 걸친 자동화투자와 6개월의 상품검사를 거친다면 급변하는 PC시장을, 급변하는 세계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만의업체들은 생산 라인의 정비나 품질검사에 과도한 자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시장변화에 대응 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출시하며 재고량도 최소한으로 줄이는 길이 값싼 제품을 시장에 내보낼 수 있는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일본산 PC가 엄격한 제품검사 때문에 "과잉품질"이라고 야유를 받고는 있지만 대만의 주요 주기판업체인 엘리트그룹은 일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엘리트사는 올해부터 NEC공급용으로 "PC98시리즈"의 보급기종인 "98페로" 용 보드의 공급을 시작했다. 현재 동사에서 양산하고 있는 IBM호환용 기판은 장방형이어서 PCB(인쇄회로기판)는 어떤 업체와도 호환이 가능하지만 NEC 납품 용은 거의 정방형인데다 면적도 1.5배나 되고 ASIC(주문형IC)등에는 특수한 부품도 많이 사용된다. 이때문에 NEC에 납품하는 기판의 생산경비는 IBM호환 제품에 비해 3~4배나 더 들어간다고 한다. 수익면에서는 다른 제품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지만 내면에는 이것을 돌파구로 해서 일본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속셈이 숨어있다.
이러한가운데 엘리트사에는 뜻하지 않은 부산물이 생겼다. NEC는 처음으로외국산 기판을 조달받는 것이어서 자국의 공장에서 엘리트사에 직원을 파견 , 수개월에 걸쳐 품질관리체제를 재정비한 것이다. 통상 IBM호환제품의 출하 시 불량품비율은 평균 2~3%인데 이정도로는 까다로운 NEC의 기준을 맞출 수없다. 엘리트사는 NEC와의 교류를 통해 불량률을 0.2%이하로 낮추는데 성공 , 품질면에서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대만산제품의 인상을 바꾸는데 성공 했다. 대만의 PC산업은 OEM의존도가 6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자사의 상표에 자신을 가지고 있다는 에이서의 경우도 전체매출액의 약 40%는 OEM공급에 따른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OEM을 주로하는 대만업체들은 발주량의 증감에 따른 불안감이 항상 따라다니기때문에 자사상표에 의한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있는 한편 아직 OEM에도 이점이 있다고 보고 현행의 OEM비율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