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타치제작소가 가전사업의 총판격인 히타치가전을 95년 4월 흡수.통합 키로 결정했다. 따라서 판매망의 확대로 가전부문의 성장을 이끌어 온 히타 치가전이지만 앞으로 7개월정도 지나면 40년 역사를 마감하게 된다.
히타치는양사의 합병에 따른 제조.판매체계를 일원화, 멀티미디어사업의 강화로 연결시켜나갈 것이라고 장래 방향을 설명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번흡수 합병은 가전부문의 적자해소를 목표로 한 재건대책이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실질적으로 가전의 재기를 단념한 청산 쪽으로 보고 있다.
히타치가전의설립은 일본에서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붐이 일고 있던 55 년. 가전의 판매 부문을 중전기에서 분리, "히타치가정전기판매"로 독립시킨 것이 출발점이다. 64년에는 "히타치가전판매"로, 91년에는 "히타치가전"으로 회사명이 변경됐으며 이제 내년 4월에는 "히타치"가 되는 것이다.
히타치가전은회사명의 간소화와는 대조적으로 판매조직은 복잡하고 비대해 졌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10개사의 지역판매회사와 5개사의 특약점 을 설립하는 한편 "히타치체인스토어" 로 불리는 계열판매점을 일본 전역에 약 8천개소나 설립했다.
이와관련, 히타치가전의 미요시사장은 "시장이 신장추세일 때는 판매사를 독립시키는 것이 유리했다. 그러나 가전의 불황인 현시점에서는 중무장형의 판매체제가 큰 짐"이라고 설명한다.
히타치가전의합병은 히타치제작소 경영진의 수년간에 걸친 구상으로 이루어졌다. 도시바가 도시바상사를 흡수하는 등 대형업체들이 판매사의 흡수.통합 에 착수할 때 히타치만은 결론을 유보했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합병 결정은 "때늦은 결단"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가전사업의재건방침을 둘러싸고 히타치의 가나이사장과 이사진들간에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93년 3월마감 회계 연도의 연결결산에서 가전부문의 영업손실이 4백40억엔에 달해 2년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가전담당 쇼야마상무는 "94년 3월마감연도에 적자를 반감시키겠다 고 가나이사장에게 계획을 보고했는데 가나이사장은 "반감으로는 안된다. 제로로 하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94년 3월마감 결산 적자는 오히려 4백56억엔으로 불어났다.
또히타치가전은 89년 미요시사장취임이후 슬림화를 추진했지만 94년 3월 연결결산에서 1백억엔이 넘는 영업손실을 가져왔다. 연결실적을 중시하는 가나 이사장이 3년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가전부문을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게끔 악화된 셈이다.
여기에엔고라는 악재까지 겹쳐 결국 상황은 히타치가전이 자력 갱생의 길을 상실하고 히타치제작소에 흡수.통합되는 쪽으로 일단 결론이 났다.
합병은결정됐다. 이젠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아직은 불투명하다.
히타치의시나리오는 "합병후 2년째 흑자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은 기존사업의 구조조정, 신제품의 투입, 합병에 의한 판매 강화로 집약 되는데 매출목표등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중신제품은 "제2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단기능형의 가전과 금후 개발하는 멀티미디어상품이 핵심을 이룬다. 이에 대비, 히타치는 이달 21일부로 "가전 .정보미디어사업본부"를 신설한다. 가전과 PC를 합쳐 멀티미디어사업을 강화 할 목적이다.
그러나히타치는 멀티미디어의 핵심인 AV기기사업과 PC사업의 경쟁력이 취약 하다. 약한 것들을 결합, 강한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현재로는 합병후의 인력감축계획이 투명하지 않다. 그런데도 적자는 해소하겠다고 하는데 매출액의 확대정도를 계산할 수도 없고 고정비를 삭감 하지도 않은 채 어떻게 손익분기점을 내리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따라서합병의 당사자들은 명확한 방침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가전 부문의인력은 앞으로 대폭적으로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히타치가전의종업원 3천2백명은 일본 전역에 분산되어 있다. 때문에 중전기 등 타분야로의 전환배치, 관련회사로의 파견등이 비교적 용이하다. 즉 가전 부문청산에 따른 문제를 히타치그룹차원에서 나눠 갖는다면 인원정리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히타치는 성장분야의 사업을 차례차례 분리, 주식상장을 통해 독립시키는 분사화정책을 취해왔다. 이것이 그룹의 자금력을 높여주는 동시에 부동 의 거대집단을 이룰 수 있게 해줬다.
이런히타치에 계열사의 흡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전은 이제 더이상 "일본 의 거대화" 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나이사장의 산업 자체에 대한 판단 이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