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이 오는 97년까지 멀티미디어 시대의 핵심으로 등장할 개인정보단말 기(PDA)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는 오는 97년 까지3년동안 산업계와 학계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PDA개발을 완료하기로 하고 해당업체들과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총괄연구는부품연구소가 맡아 통신용 부품을 개발하고 삼성전자는 운용체계 (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금성사는 하드웨어를, 스탠다드 텔레콤은 PCMC IA카드를, 서울대와 리버티사는 개인정보관리시스템을 각각 개발키로 했다는게 이 계획의 골자이다.
PDA의중요성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가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에 나선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한정된 물적.인적자원을 공유해 효율적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해 개발성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의 경우 컨소시엄 을 통해 대형 개발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PDA는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컴퓨터이지만 펜을 통해 간단한 데이터나 명령어를 입력,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이기기는 앞으로 다가올 멀티미디어 시대에 핵심적인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카세트 라디오나 시계처럼 PDA를 휴대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의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세계 PDA 시장은 오는 97년 경 3백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6년후인 오는 2000년에는 1억5천만대 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해 그 전도가 매우 유망하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중요한 PDA를 우리는 다소 늦게 개발에 착수한 점이 안타깝다. 미국 , 일본, 대만등의 유명 컴퓨터나 통신업체들은 PDA개발에 사운을 건지 오래다. 미국의 애플이나 IBM.AT&T.암스트래드.탠디.일본 카시오.대만 에이서 등이 엄청난 자금을 들여 PDA개발에 나섰으며 애플은 PDA개발에 이미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상태다.
이업체들은 벌써 1세대 PDA개발을 마치고 판매에 들어가 애플이 9만대를 판매한 것을 비롯, 지난해 총 17만대가 팔렸다는게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분석 이다. 대부분 업체들은 1세대 제품의 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2, 3세대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현황에서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수년이 늦었다. 오늘날 제품의 성패는 그 출하시점에 상당히 좌우된다. 남보다 빨리 상품화한다면 성공가능 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성능이 뒤지지않는 제품이라 할 지라도 남보다 늦게출하하면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첨단 제품은 분, 초를 다툰다.
미국이나일본보다 기술력이 뒤지는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PDA개발을 서둘러 시작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 PDA공동개발이늦어지게된데에는정부와 부품 연구소가민첩하게대응하지못했다는느낌을지울수없다. 부품연구소는 벌써 1년전인 지난해 8월부터 개인정보단말기 개발을 시작하려했다. 그때부터 주무부처인 상공자원부에 국책과제로 채택해줄것을 신청했다 그러나 상공자원부는 이 과제를 타 국책연구소에 심의를 맡겼으며 결국 기각 됐다. 준비가 부실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유가 어디있건 부품 연구 소가 성실하게 서둘러 과제 내용을보완했더라면1년을끌지는않았을것이다.
또하나는 상공자원부가 이 과제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이 과제는 1차연도에 총 15억원 가량이 투입된다. 그 중에서도 절반가량은 참여 업체들이 부담하며 나머지 절반가량을 정부의 공기반 자금으로 지원된다. 한 건에 수백억원이 지원되는 대형 과제가 수두룩한 점을 감안하면 이 과제를 대형 과제로 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해부족이 결국 1년 동안이라는 짧지않은 소중한 개발기간을 헛되이 날려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이 과제 는 생산기술연구소라는 동일분야의 연구소에 의해 재심의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번에 이 연구가 늦어지게 된 데에는 혹시 과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하는 당초 목적 이외에 연구소간의 알력이나 정부의 관료주의나 태만이 영향 을 미쳤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부품기술연구소도 제품 생산시기야 어떻게 되든 정부의 돈만 타내면 된다는생각에 젖어있지나 않은지 우려된다. 이번 PDA개발과제를 계기로 첨단제품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산. 학.연 연구개발 지원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