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지재권분쟁 추이

세계적인 불법 복제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저작권 보호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정부는 지난 6월 30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무역제재로 이어질 수있음을 경고한 것을 시작으로 불법복제행위 처벌 강화 압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클린턴 정부가 불법복제행위를 중국과의 교역에서 가장 심각한문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미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자행되는 불법복제 행위로 약 8억 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불법복제품이 자국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으로 수출된다는 점이다.

음반을예로 들어보자. 미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남부지역 26개 공장에서는 불법복제 CD가 연간 8천만개 규모로 생산되는데 이중 7천5백만개가 해외로 수출 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제이 버만 미 레코드산업 협회회장은 "중국의 불법복제로 홍콩 등지에서 우리의 합법적 사업이 고사상태에 이르고있다 고 말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다.

중국에불법복제 행위 금지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부와 행정 기관 의 불법복제 단속의지가 약하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송 지앙 중국 과학기술 부 장관은 미국의 압력을 의식해 지난 7월 "전국적으로 불법복제 조직 색출 작업을 펴겠다"는 의지를 공식 천명했으나 중국과의 통상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불법복제 행위 단속은 순전히 정치적 의지의 문제다. 중국 정부는 원한다면 불법복제 업자를 뿌리뽑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고 말했다. 불법복제 행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불만이라는 것이다.

미국이불법복제 단속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의 협상에서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역제재 조치다. 미국이 무역제재 조치를 취하 면 중국이 수십억달러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가입을 방해하겠다는 위협도 미국 정부에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한 협상 관계자는 "불법복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확실히 정리해 더 이상 빠져나갈 여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 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외교압력으로 중국의 불법복제 행위에 대항하는데 반해 직접적 인 피해 당사자인 미국의 업체들은 제소로 맞서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제작 업체인 월트 디즈니사가 북경시내 서점과 복사점 등을 뒤져 디즈니 캐릭터를도용한 업체들을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로터스 디벨로프먼트 오토 데스크 등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불법복제 판매 한 5개 PC 조립업체를 고소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업계의 제소조치는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해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와관련, 마이크로소 프트는 65만개의 자사 상표 홀로그램을 불법복제해 해외에 판매한 센첸 리플 렉티브 머티어리얼즈사를 93년 제소했으나 법원은 단지 수백달러의 피해보상 판결을 내렸을 뿐이다. 법원에서 판결하는 벌금 및 보상금 규모가 실질적으로 불법복제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것이다. 이와관련, 마이크로 소프트의 데이비드 커티스씨는 "중국이 하이테크 시장에 진정으로 참여하려 면 불법복제 단속과 벌과금 부과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방경제로 진입하기 위해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불법복제의 덫을 헤쳐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