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개방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도 국내 가전 대기업들간의 상호협력 분위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가전업계에서는경쟁사가 신제품을 출하하면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 보다는 헐뜯고 깎아내리려는 일이 잦다.
또특정업체가 새상품을 내놓아 인기가 있으면 특허분쟁을 일으 키거나 이도여의치않으면 해외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는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사상품을 출하, 우열을 다투려든다.
계열사의부품 업체들도 자사가 개발한 고급 핵심부품은 경쟁사에 팔려고도 하지 않으며 경쟁사 역시 이를 구입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같은잘못된 관행을 개선치 않고서는 우리의 전자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우물안의 개구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 뻔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을 것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가전업계가상호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주된 이유는 우리 가전 산업의 역사가 너무 짧고 아직도 외형규모로 우열을 가리려는 단견에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가전업계는 몇년전만 해도 기업의 외형규모가 변변치 못해 이를 확대하는데 전력을 경주해왔다.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일정수준 이상의외형규모를 갖춰야만 하기 때문에 수출물량의 확대를 통한 매출규모 늘리기에 급급해왔다.
국산가전제품이대규모로 수출될 수 있었던 것은 저가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던것이 90년대 들어와 급격한 인금상승이 이뤄지면서 기술개발 속도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자 적자수출에 빠져 버렸다.
가전업계는이때부터 수출과 병행해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내수시장에 깊은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내수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기술개발노력과 병행하여 과열경쟁에 몰입했으며 그 과열경쟁의 수단으로 상호비방이 자연스레등장했다. 우리 가전 산업의 규모가 왜소하고 기술개발력이 빈약했을 때는 업체간 상호 협력이란 큰 의미가 없었다.
힘을합쳐 보았자 상호간 큰 보탬이 되지 않았고 대외적으로 위력을 가질 수없기 때문이다.
그러나오늘날 우리 가전산업은 규모면에서 세계2위의 볼륨을 지니고 있으며기술력에서도 첨단기술은 물론 응용기술에서도 일본을 제외하고는 세계 시장 을 이끌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해 있다.
더구나세계시장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 무서운 경제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국내가전유통시장의 완전개방 일정도 얼마 남지않아 이제 내수시장에서 세계유수의 제품과 한판 승부를 가려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국내업체간의협력을 바탕으로한 경쟁력제고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같은현위치를 감안할 때 국내가전사들간 상호협력 분위기의 조성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현재 가전사간에는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 적인 비방까지 공공연히 일어나 사태가 심각하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일본업체들은경쟁상대라 하더라도 자사의 부품보다 값싼 부품이 있으면 그곳에서 부품을 조달하며 부품구입자가 경쟁사라 하더라도 주요고객으로 보고 오히려 우선 공급한다고 한다.
우리는그렇지않다. 가전대기업간에도 아무리 경쟁사의 부품이 좋다해도 이를 사다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한다. 경쟁사에 대한 피해망상 증이 심각하게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경쟁사라고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이를 서로 사다쓰면 중복 투자를 막을수 있으며 원가절감도 할수 있어 판매가격도 보다 값싸져 제품경쟁력 확보에 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다.
게다가가전대기업들 간에 기술특허를 서로 공유하거나 상호부품 공동구매가 이뤄지고, 공동기술개발체제가 형성되며 경쟁 상대방을 존중하는 등의 상호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 우리 가전산업의 국제경쟁력은 현재보다 높아짐은물론 외국과의 경쟁에서 엄청난 힘을 보유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선의의 경쟁은 권장돼야만 한다. 경쟁상대가 있음으로 상대방에게 지지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음해나 비방은 성장발전에 역행된다는 사실을알아야만 한다. 우선 상호협력을 저해하며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상호비방 행위가 근절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