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화면에 하얀 글씨만이 가득한 무표정한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온종일을 씨름 하다 보면 기계가 전해주는 냉랭함에 질려 울고 웃는 다양한 표정의 사람 이 그리워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앞으로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게될 날이 머지 않았다.
미국일본 유럽을 비롯해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진들의 주된 관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람들처럼 얼굴 표정에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휴먼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소니사가 설립한 컴퓨터과학연구소의 다케우치 아키가즈 박사의 연구실 에는 화면에 사람의 얼굴이 나타나 방문객을 맞는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컴퓨터 화면 속의 인물은 방문객과 인사를 나누고 눈을 맞추려 노력하고 방문 객의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얼굴 각도도 달라진다.
다케우치박사는 사람의 표정에 관한 정보를 기술적으로 컴퓨터를 통해 구현해내는 일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일본 최대의 전화업체인 NTT에서도 연구진들이 "인간 이미지 판독기"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사람의 얼굴 표정과 손짓, 입술 움직임등을 인식해내는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일본기업들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되고있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머지 않은 장래에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컴퓨터화면을 통해 사람의 얼굴을 만들어내고 표정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 은 비단 컴퓨터의 인터페이스가 친근감있는 휴먼 인터페이스로 변화 한다는의미 이외에도 폭넓은 활용 범위를 담고 있어 더욱더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있다. 사람의 얼굴을 인터 페이스로 활용하는 휴먼 인터페이스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개인의 일정을 관리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PDA(개인용 정보단말기)와 같은 종류의 휴대형 컴퓨터들 이다. 개인의 비서 역할을 맡는 휴대형 컴퓨터에서 사람의 얼굴이 등장해 사용자 가 원하는 모든 기능을 처리해준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렇게되면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을 휴대형 컴퓨터의 인터페이스 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머지 않은 장래에 매력적인 샤론 스톤의 얼굴 을 담은 개인비서 역할의 휴대형 컴퓨터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컴퓨터에서사람의 얼굴, 인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이밖에도 오락이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컴퓨터내에서 역사적인 인물을 재현해내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게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휴먼 모델링, 시뮬레이션 센터의 노먼 배들러씨는 "조지 워싱턴이나 존 F.케네디가 화면상에 등장 해서 자신들의 업적을 직접 설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컴퓨터가 만들어낸 인물을 활용해서 이미 세상을 떠난 찰스 채플린과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찍을수도 있다.
보다현실적으로 도움을 주는 활용범위의 하나로 이 기술을 화상회의나 화상 전화등에 이용할수 있다. 지금은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전달하는 것을 기본으로 화상회의나 화상 전화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용 량의 전화선과 영상 데이터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압축기술들이 중요한 기술 적인 과제로 떠오른다.
그러나 완벽하게 컴퓨터를 통해 사람의 얼굴과 표정등을 재현해낼 수 있는기술이 정착되면 보다 경제적으로 화상회의나 화상전화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화통화자의 얼굴을 한번만 보내고 그 다음부터는 새로운 영상을 송수신하 는 대신 전화를 통화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 대한 정보만을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쪽에서 웃고 있으면 웃는 표정을 정확히 읽어 상대 방에게 이 표정에 대한 정보를 보내고, 상대편에서는 이 정보를 받아 컴퓨터 화면에 그대로 재현해내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이같은 환상적인 활용 예들은 단순히 상상에 불과할뿐 이같은 가능성을 확인하고 연구를 진척시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척시키는 과학자들은 보다 사실적인 얼굴을 만들어내기 위해 컴퓨터에서 선으로 된 프레임 모델을 이용한다. 이 프레임 모델은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얼마든지 형태를 변형시키거나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인물의 비디오 화상이 컴퓨터에 입력되면 우선 사람 얼굴의 형상에 맞춰 프레임 모델을 바꾼다. 그런 다음 비디오 화상이 벽지를 바르듯이 프레임 모델이 덧 씌워지는 것이다.
가장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얼굴을 움직여 표정을 만드는 부분이다. 대부 분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70년대 미국 폴 에크먼과 월리스 프리젠 박사가 개발한 얼굴 움직임에 관한 코딩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에크먼과프리젠은 44가지의 기본적인 얼굴 움직임에 대해 정의해 놓았다.
여기에는눈썹을 올린다든지 턱을 내린다든지 하는 움직임들이 포함돼 있다. 이런 움직임들을 경우에 따라 결합시키면 다양한 표정을 연출해낼수 있는것이다. 소니의 다케우치 박사나 미국 디지털 이퀴프먼트사(DEC)에서 컴퓨터를 통한 얼굴 표정의 재현에 관해 연구하는 키스 워터스등은 에크먼과 프리젠이 정의한 움직임을 보다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다케우치박사는 "최근에는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재현해내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름답고 은은한 햅번의 미소를 컴퓨터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어려움을 표시했다.
얼굴의표정과 함께 말을 할때의 입술 움직임도 표현하기 어려운 난제 가운 데 하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기위해서는 얼굴 표정과 함께 입술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워야 하지만 이것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다케우치박사가 만들어낸 컴퓨터 인물은 모음의 입모양은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처리해냈지만 자음은 아직도 입모양을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컴퓨터 화면에서 얼굴이 말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더빙된 외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컴퓨터를 통해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재현해내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반대로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는 것도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컴퓨터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표현해내는 것과 함께 상대방의 표정을 읽어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에 입력된 영상을 분석, 눈과 입, 그리고 얼굴 표정들 을 분석해내야 하며 다양한 얼굴 표정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또 표정 에 따라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모든 자료를 입력해야 한다.
또컴퓨터는 얼굴의 각도에 따라서도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도 별도로 입력해야 한다.
이분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원들은 우선적으로 한두가지의 조건만을 설정한 연구에서 상당히 만족할 만한 인식률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는 인식 영역을 넓혀가는 과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이와함께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의 얼굴에 대한 인식이 사람처럼 동시에 즉석에서 이루어지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입력한 영상정보(상대방 의 얼굴)에 대해 다양한 조건에 따라 이를 분석, 판단을 내리기 까지는 현재의 기술로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는 것도 휴먼 인터페이스의 완성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