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 둘러싼 암호코드공방

세계 각국은 요즘 플루토늄이 핵무기보유를 원하는 제3세계나 국제 테러단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플루토늄확산이 국제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명분을 들어 플루토늄의 불법 반입을 막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몇몇 국가의 정부들은 비단 핵무기확산에 대한 우려에 만 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개인 메시지의 암호를 해독하는 용도로 쓰여 자칫 핵무기보다도 더욱 심각한 파괴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암호코드를 가상의 적들의 손에 넘기지않도록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암호코드의 위력은 일찍이제2차 세계 대전중 연합군이 "에니그마"라는 암호코드로 나치의 통신 내용을도청.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데서 새삼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암호코드는 현재 국경도 없고 세관당국도 없는 국제적 통신망 인터네 트를 통해 플루토늄을 서류가방에 실어 나르는 것보다 더욱 손쉽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요즘 들어서는 개인적 혹은 상업적 목적에 의한 인터네 트활용이 급증하면서 암호코드가 통신비밀보호를 원하는 사람들의 메시지 전달에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

암호코드는통신망에서 유통되는 전자메시지를 스크램블해 이를 다시 해독하는 "열쇠" 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열쇠는 간단히 설명하면 자동입출금기(AT M)를 사용할때 필요한 비밀번호와 유사한 것이다.

기업들은암호코드를 중요한 내부데이터보호에 활용한다. 또한 인권옹호자들 은 암호코드가 공권력으로부터의 불필요한 감시를 막는데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가까운 예로 옛소련을 비롯해 남미.미얀마등지의 인권 단체 들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인터네트 메시지 교환시에 암호코드를 사용하곤 했다.

몇몇나라정부는 그러나 암호코드가 인터네트를 통해 손쉽게 배포될 경우 개인이나 적성국가 및 강력한 테러집단등이 이를 활용해 각국보안당국의 감시 망을 피해 교신할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행정부가 올 상반기 국가안보위원회 NSA 가 개발, 첩보기관이 컴퓨터나 통신기기의 교신 내용을 도청할 수 있도록 고안한 이른바 "클리퍼 칩"(본지 3월 18일자)의 의무 사용화 를 추진하다 시민단체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개인의 사생활보호를 최고가치로 삼고 있는 다수의 SW개발자들은 첨단 암호기술을 담고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절대 깨지는 법이 없는 암호SW를 다수개발했다. 요컨대 각국정부는 바로 이 기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상황에서 강력한 암호SW의 수출을 연방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미국에 서는 또다른 암호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제이 연방 대배심 은 1년 6개월째 SW개발자 필립 짐머만씨에 대해 그가 인터네트를 통해 "PGP (프리티 굿 프라이버시)"라는 암호SW를 배포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필립 짐머만씨는 PGP가 이미 전세계에 배포된 상태이지만 인터네트를 통해 전파한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정치적 반대세력의 동향에 대해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 일상적인 정권교체마저 불가능해지는 것을막는다는 다소 정치적인 취지로 PGP를 설계했다.

PGP는현재 미국의 SW업체 바이어크립트사를 통해 1백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 회사의 네오나드 미커스사장은 정부가 PGP나 이와 유사한 기술의 수출 봉쇄를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헛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암호SW도 정보의 일종인 만큼 어느 누구라도 이를 인터네트를 통해 배포할 수 있는 개연성자체를 말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미국의 수출봉쇄조치로 피해를 입은 쪽으로는 미국 기술을 사용해 내부데이터를 보호하려는 다국적기업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수출 금지법으로 인해 암호기술의 수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영국 등지의 기업들과 경쟁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일부 미국기업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짐머만씨의 변호사는 "연방대배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장 4년형이 확정될 것" 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연방대배심이 왜 유독 짐머만씨를 지목 해 내사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이러한 암호SW는 전세계 어느곳에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짐 머만씨의 기소는 특정인이 법을 어겼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어느 누구든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할 암호를 만들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해 미행 정부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