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마쓰시타의 "리얼" 판매부진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이 정보가전의 전략상품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3DO규격의 32비트 가정용 게임기 "리얼(REAL)"의 판매가 부진하다.

또마쓰시타가 대형완구양판점 일본토이자라스사와 거래계약을 맺는 등 뒤늦게 판매증대에 나서고는 있지만 향후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태이다.

"리얼"은마쓰시타가 장래의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는 멀티미디어관련 사업에 서 가장 비중을 두고 시작한 첫 작품이다. 때문에 만약 "리얼"이 실패한다면 마쓰시타의 멀티미디어사업에 대한 전략의 수정도 불가피하게 된다.

"기대했던여름휴가철에 매출이 신장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이제 마쓰시 타도 만회에 필사적일 것이다" 오사카 전자상가 니혼바시에 위치한 한 대형 가전양판점의 담당자는 마쓰시타가 일본토이자라스와 거래를 시작한 데 대해 이같은 반응을 보인다.

"리얼"은지난 3월 하순 일본의 게임기시장에 투입된 이래 7월말까지의 국내 출하대수가 약 18만대에 이른다. 발매직후는 품귀사태가 속출할 만큼의 인기 를 보여 4월말까지 약 10만대가 출하됐지만 5월부터 급속히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 "초년도 1백만대"의 국내판매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어렵다 마쓰 시타는 당초 "5월, 6월은 게임기의 불황기. 여름휴가철에 만회한다" 고내다봤지만 정작 휴가철에 들어서서도 판매부진이 지속, 결국 기대가 좌절되는 쓴맛만 보고 말았다.

이같은 결과는 마쓰시타가 기존의 가전유통망을 통한 상품공급을 우선 하고게임기의 주력판로인 완구유통망의 개척에는 늑장을 부렸다는 데서 기인한다 사실 마쓰시타와 일본토이자라스 간의 거래교섭은 3월하순의 리얼 발매전부터 진행됐다. 그러나 3월, 4월의 판매호조로 가전판매망에 대한 상품 공급이 달려 토이자라스와의 교섭은 계속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때, 완구 유통망의 개척을 훗날로 미룬 것이 그 후의 판매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신규판매망의개척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리베이트제도도 결과적으로 악영향 을 미치고 있다. 마쓰시타는 계열점이나 가전양판점에 자사제품의 총 취급액 에 대응한 리베이트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에 "리얼"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단일상품의 취급대수를 기본으로 한 새로운 리베이트제도를 도입, 가전 판매 점에도 적용했다.

이에대해가전판매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3DO를 빠르게 보급시키고 싶어하는 기분은 알겠지만 오랜 기간 거래해온 우리도 할인매장과 같은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기분나쁘다"는 반응이다. 계열점의 경영자들도 역시 같은 불만을 보이고 있다.

물론판매호조였던 발매당시는 그래도 이같은 불만은 적었다. 이것이 5월 이후 판매가 떨어지면서 분출, 판매의욕의 급속한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는셈이다. 지난 7월의 혹서로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 여름상품이 폭발적으로 판매된 것도 "리얼" 에게는 악재였다. 효코현에 위치한 한 계열점의 경영자는 "지난 7월에는 에어컨의 판매에 모든 일손이 몰려서 "리얼"에는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고 회상한다 . "가전판매를 활성화시키는 상품"이라는 마쓰시타의 의욕을 등지고 가전판매망은 "리얼"의 판매에 공헌하지 않은 셈이다.

"마쓰시타와 판매점들의 상품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현재로서는 제조 업체 혼자서만 열을 올리는 꼴이다." 샤프의 한 이사도 제조업체와 판매점 간의괴리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마쓰시타는이제 연말시장에서 "리얼"의 판매가 되살아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리얼"의 성공에 목매달고 있는 모습이다. 마쓰시타의 멀 티미디어사업에서 "리얼"은 첨병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쓰시타는대부분의 멀티미디어사업을 3DO규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3DO 규격의 CD-롬플레이어 내장형TV, 휴대형플레이어 등의 개발을 추진중이다.

때문에선도적 상품인 "리얼"의 부진이 계속되면 멀티미디어의 전략에도 큰 변화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소니나 세가 등의 32비트 게임기가 나오는 연말시장은 사실 "리얼"을 전면에 내세운 마쓰시타로서는 멀티미디어사업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마쓰시타는 "리얼"의 만회에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3DO의 능력 을 충분히 살린 게임소프트웨어가 11월에 나온다. 연말 경쟁시 소프트웨어의 양.질에서 타사를 압도할 수 있다." 마쓰시타인터액티브 미디어사업부의 시 바타 영업부장은 금후 발매되는 소프트웨어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축구 게임인 "J리그 버추얼 스타디움", 오락실에서 인기인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2X 에 비중을 둔다.

그러나소프트웨어의 충실만으로 현재의 판매부진을 타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권장소매가격이 5만4천8백엔인 "리얼"의 실매가격은 최근 4만엔을 약간 웃도는 선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의 소리가 높다. 소비자와 판매점들이 "리얼"을 게임기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4만엔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기능을 압축하고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린 새기종이필요하다. 한편 미국 3DO사는 최근 IBM, 모토롤러 등이 개발한 신형MPU "파워PC" 를 도입 32비트게임기에 64비트기와 같은 성능을 지니게 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라 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리얼"용 소프트웨어도 사용할 수 있는 상위기종이 출현하게 된다. 마쓰시타는 현재 "리얼"에 전념, 차세대 게임기의조기판매를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연말경기의 결과에 따라서는 차세대 제품 의 출시를 앞당길지도 모른다.

현재마쓰 시타가 어떤 수단을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에 봉착한 것만은사실이다. 이대로라면 "3DO를 멀티미디어의 세계표준으로 하겠다"는 마쓰시 타의 목표는 한갓 꿈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