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구중심대학"의 육성에 대하여

세계적인 개방의 물결속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이라는 명제가 대학사회에도 밀려들고 있다. 특히 대학의 우수성은 대개 교육 및 연구의 질로 판가름 남으 로해서 정부나 사회 그리고 당사자인 대학에서도 대학교육 및 연구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갖가지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특히공학계열의 경우 그 졸업생들이 앞으로 21세기 국가경쟁력, 즉 산업 경쟁력의 주축이 될 기술자를 키워낸다는 관점에서 정부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하여 국책대학이라는 거창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별 대학교육 특성화를꾀하고 있으며 또 현장성있는 엔지니어의 배출을 호소하는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하여 실험실습교육의 강화방안등이 강구되고 있다.

이러한움직임과 함께 우수대학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 국제적인 연구 업적을 위한 여건조성으로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용어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이란 국제적인 척도에서 평가가 가능한, 국제적으로 발표된 연구 결과들, 그리고 이러한 국제적으로 인정된 연구결과를 많이 낸 우수한 교수 진의 유무등이 그 우수성 판단기준으로 연구기능이 중시되는 학교를 일컫는것이다. 그러나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정의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대학의 연구기능은 서양에서의 대학발생의 근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선진국에 서는 연구를 많이 하는 대학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 그 우수성을 보이고있으나 국내에서는 인위적인 혹은 홍보차원에서 이루어지고 말해진다는 데에서 그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본다.

특히일부 교육행정가들은 연구중심대학이 바로 대학원 중심대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원 중심대학은 아주 한국적인 용어로 소위 대학원 학생이 학사 과정 학생수보다 많은 대학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특히 교육 연구의 큰 목적이 학문 후속자의 양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문.자연과학 대학 쪽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산업체나 일반사회로의 인재공급 또한 중요한 목적인 공학 및 사회관 련 대학쪽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우선 많은 수효의 우수인재들도 공급 해야 하면서 또한 해당분야 학문후속세대도 키워야 하는 이들 분야에서는 당연히 학부생 수효가 대학원생보다 많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첨단기술 지식을 지닌 우수한 엔지니어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연구를 통한 국제 수준의 연구결과 및 경험들이 학부생들에게 피드백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혹자는 미국의 몇몇 대학들의 대학원이 학부보다 적다는 사실을 언급 하면서 그 논리를 타당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광활한 국토의 특성상 대부분 학생들 이 가까운 곳에서 학부교육을 받고 그 후 수준에 맞추어 대학원을 선택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 기준으로 볼 때 전국이 한 동네이다. 학부는 여기 대학원은 저기 등으로 가를만한 지리적 경제적 특성이나 이유가 없다. 더 나아가서 우수한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대학원생들의 안정적 인 공급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실증하는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많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최우수 공과대학이라고 좋아하는 칼텍(CIT)이라는 대학 이 미국공과대학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 났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적은학생수를 홍보의 초점으로 하는 포항공대의 최근의 연구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일부 지적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 대학들이 모두연구의 주체인 우수대학원생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수 준이 내려가거나 원하는 대로 연구실적이 빛나는 우수공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엄청난 지원을 받으면서 독선적으로 성장하던 KAIST가 서울공대 대학 원의 성장에 반해 침체되다가 근년에 과학기술대학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우수 대학원생을 확보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사실 등이 원론적인 연구 중심 대학 즉, 대학원중심대학이라는 도식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가를 웅변해 주고있다. 지난 40여년간의 교육정책이 환상에 매달린 근시안적인 원론주의에 의해 표류해 왔나를 직시하고 현실을 현실로써 감안한 정책들이 입안되어야 하겠다. 대학원생과 학부생의 비율을 척도로한 단일 잣대의연구중심대학육성은곤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