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의 PC업체인 컴팩 컴퓨터사가 중앙처리장치(CPU)시장의 맹주 인텔사 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섬에 따라 이른바 "마이크로 프로세서 전쟁" 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됐다.
영국의저명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지는 지난 12일자 1면 머릿 기사로 에커드 파이퍼 컴팩사장의 바르셀로나 회견을 실으면서 그간 무성한 추측만 불러일으켰던 컴팩과 인텔간의 불화설을 사실로 확인했다. 파이퍼 사장의 인텔에대한 신랄한 비난에 곧이어 컴팩사는 대형PC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비인텔 프로세서를 장착한 "프리자리오"라인을 전격 출시함으로써 그동안 평온하게 유지돼 왔던 "인텔의 지배체제"에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파이퍼사장의불만은 공교롭게도 전세계 주요 PC업체 대표자들의 연례모임에 서 표출됐다. 파이퍼사장은 우선 인텔이 최대의 고객인 컴팩사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컴팩의불만은 크게 세가지로 모아진다. 우선 "인텔 인사이드"전략이 컴팩사 의 브랜드명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인텔은 지난 수개월동안 PC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인텔 인사이드"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는 이 활동에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파이퍼사장은 인텔의 이같은 움직임이 가격과 성능면 에서 우위 를 차지하고 있는 자사 PC브랜드가 여타업체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인상을 고객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인텔이 최대고객인 컴팩과 대해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고객인 만큼 대량구매에 따른 프로세서가격을 우대해 줌으로써 좀 더높은 수익성을 보장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컴팩은 인텔이 PC시스템을 통째로 설계해 경쟁업체에 팔아넘김으 로써 PC시장에서마저 컴팩에 직접적으로 경쟁하려 든다고 분개하고 있다.
인텔의유럽 총책임자인 한스 가이어씨는 앞으로도 기존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에커드 파이퍼사장의 불만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 졌다. 그러나 파이퍼사장은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불만을 토로함으로써 인텔이 자기의 의견에 대해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에는 프로세서 공급선을 여타업체로 돌릴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케해주고 있다.
이에따라PC산업계에 일대변혁이 일어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PC시장을 주도했던 IBM사의 시장점유율을 낮추는데는 양사의 시너지효과가 주로 작용 했기 때문이다. 그결과 컴팩은 지난해 인텔의 87억7천만달러에 근접하는 71 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업체로 부상했다.
업계전문가들은그동안 긴밀했던 두회사의 동반자관계가 수개월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양사의이같은 불화는 비단 PC에 사용되는 기술에 관련된 것 뿐만 아니라 브 랜드의 명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PC업체들과 최대 프로세서 공급업체인 인텔 과의 시장전략이 공공연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컴팩은이번의 AMD제품 출시로 값비싼 펜티엄제품대신에 활용 도면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값이 저렴하다는 점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멀티미디어에 대한 가정의 욕구로 창출되는 가정용PC수요를 펜티엄PC보다는 486PC로 충족시키겠다는 전략변화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컴 팩의 "프리자리오"라인이 성공을 거둘 경우 가정용PC시장에서 펜티엄 대용으로 이와 유사한 486PC가 대거 선보일 것으로도 예상된다.
컴팩은이번 가을 펜티엄광고에 대응할 목적으로 수천만달러규모의 광고비를 지출할 계획이다. 또한 올 2월 AMD와 프로세서 수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여타 프로세서 공급업체와도 계약체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PC업체의 하나인 AST리서치사도 사이릭스프로세서를 장착한 PC를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사의 다툼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쪽은 인텔의 철저한 집안 단속으로 인해 지금까지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AMD와 사이릭스사등 업체가 될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회사 가운데 우선 피해를 보게 되는 측은 이들 인텔 클론업체에 대한 단속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인텔사일 수밖에 없다.
이는가까운 시일내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로프로 세서 전쟁" 에서 인텔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어야 하는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