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개인정보관리에 연이어 구멍이 뚫리고 있다.
상상을크게 웃도는 잔학극으로 온국민의 치를 떨게한 "지존파일당" 이 범행 대상으로 삼기위해 백화점우수회원명단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사회의 개인정보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 이다. 개인신상에 관한 정보가 돈 몇푼에 범죄조직에 넘어가 활용될 정도로 무방 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지난6월에는 서울시청, 국세청등이 보유한 납세기록과 국민연금가입자료 등의 전산자료가 정보대행사에 유출되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바있다. 이사건 역시 개인정보가 공공연하게 불법유통되고있는 사실을 잘 증명해주었다. 작년말에도 돈을 주고 경찰컴퓨터정보를 사서 이를 되팔아 넘긴 브로커들 이 무더기로 구속되기도 했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신상정보를 팔고사는 일이 은밀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정보의 유출이 지속되다가는 국민의 기본권인 개인의 사생활에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이번 지존파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생명마저도 위협 받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용사회의 기반마저 무너뜨려 경제 활동까지 위축될 것이 확실하다.
만약이번에 명단에 오른 백화점고객들이 실제로 살인마에 의해 희생되었을 경우를 상상해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특히 직접 부당한 정보유출로 인해 사생활침해를 당해본 사람들은 이번 사건의 진정한 의미와 사생활보호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있을 것이다.
90년대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개개인의 신상에 관한 정보가 국가전산망에 수록되고, 민간부문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있다. 그러나 개인의 신상자료들은 반드시 비밀로 유지되어 누구나 정상적인 개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한다. 그것이 민주화된 선진국에서의 추세다 정부는 국가전산망을 비롯하여 민간유통과정에서 거래되는 정보에 이르기 까지 목적외로 악용되거나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획기적인 보안 및 규제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법규를 신설 또는 정비하는 일이 시급한데 아직 우리는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법적인 규제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현행법규로는 의료보험법, 증권거래법, 신용카드업법신용조사업법 금융실명제에 관한 긴급명령및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등이 있다.
그러나이런 법률들은 주로 행정관청 등 공공기관과 일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민간기업의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내년부터시행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은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는 개인정보만을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정부가 지난 7월 입 법예고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인 "신용정보 이용및 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 은행, 증권회사, 신용카드회사등 신용정보취급업체만을 대상으로 삼고있다. 지금껏 우리 국민 대부분은 개인정보유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정보의 불법적인 유출로 인한 피해를 보호 해야한다는 인권의식이 성숙되지 않아 프라이버시침해를 숙명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아마 그것은 몇년전만해도 사생활보호권 이전의 기본적인 인권보장이 보다 현실적인 문제였던 탓일 것이다.
외국의경우 미국은 74년 프라이버시보호법을 제정, 실시중인 것을 비롯하여스웨덴 독일, 프랑스, 덴마크, 영국, 일본등 17~18개국이 사생활 보호법을 실시중이다. 미국에서는 비디오대여점과 같은 소규모 상거래업체에서 관리하는 고객명단까지 법으로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번"지존파"일당의 개인정보입수 사건을 계기로 완벽한 개인정보의 보안및 규제 장치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헌법상 인권 보장 개념으로 보장되고 있는 개인의 신상정보의 보호는 더욱 절실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진국의 입법사례등을 참조,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