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V폭력"의 파장

지존파사건등 최근 연이어 터진 강력범죄가 폭력 영상물로 부터 적지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의 퇴치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는흉악범죄에 대한 범정부적 종합대책의 하나로 폭력물추방캠페인 전개 , 공연윤리위원회의 영상물심의기능 강화, 음란폭력물 유통규제법 제정(문체 부), 불륜 폭력소재 텔레비전드라마 규제방안(공보처)등을 입안키로 했다.

서울시일부 구청들은 음란물신고센터를 설치, 운영에 나섰으며 YMCA등 민간 사회단체들도 토론회등을 잇따라 개최, 폭력영상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대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최근 연이어 사장 주재의 긴급편성회의를 열고 간판프로라도 문제성이있는 프로그램은 전면 폐지하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로 하는등 정화작업 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프로테이프제작사들도 공윤의 심의에 앞서 사전 자체심의를 강화, 지나친 장면은 삭제할 움직임이다.

이같은정부 사회단체 방송사 프로테이프제작사들의 폭력영상물 퇴치 움직임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요즘 우리사회 분위기 전체를 바꿔 보자는 적극적인 의지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TV방송사들의 자숙기풍은 일련의 강력사건과 관련한 보도 및 드라마에 대한 일반 여론의 지탄을 인식한 조치이지만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 잡아가겠다는 용단으로 받아들여져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우리는 이같은 정화바람이 일시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폭력음란 비디오의 퇴치나 방송의 윤리성에 대한 요구는 폭력 강간사건 이 발생할 때마다 있어왔다. 그때마다 경찰은 불법 영상물 단속에 나섰고 사회단체들은 불법물 추방캠페인을 전개했으며 방송은 자제를 약속해왔다.

정부가추진키로 발표한 "폭력음란물유통 규제법"제정도 정부정책 비판 여론 에 대한 불끄기식 방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다. 이 법안이 어떤 규제내용을 담는다하더라도 외형적인 효과외에 과연 저질영상물을 막을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점에서 공윤의 영상물 심의기능 강화 방침도 마찬가지다. 공윤이 중학생 .고등학생가등으로 분류돼 있는 현행 등급심의제를 이르면 올해말부터 15세, 17세이상 가등 연령별 심의제로 전환할 뜻을 밝혔다. 물론 이번 흉악범들처럼 결손가정에서 성장, 가치관이 정립되기 이전인 청소년시기부터 아무런 제한없이 폭력 음란영상물을 오랜기간 시청하게 되면 자신들의 폭력심리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마비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만큼 이 방침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고 시급히 이뤄져야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현재 영상물 심의가 명확한 기준 없이 심의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과는 마찬가지 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시적인사회 분위기에 편승, 폭력 음란성의 영상물을 지나치게 터부시하여 심하게 가위질을 하는 경우 오히려 음성적 불법적 제품의 유통을 조장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같다.

방송사들의자체 개선책도 문제 프로의 기획 과정에 대한 검증이나 제작진의자성없이 간부진들의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칼휘두르기" 식으로 이뤄진다면그것은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 선언적 의미가 되기 쉽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작품에 대한 손상을 우려, 무수정.무삭제를 주창해온 프 로테이프제작사들의 이번 다짐이 얼마나 지속될 지도 자못 의심스럽다.

이같은우려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각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일기 시작한 자정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며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영상물에 대한 규제정책을 임시방편적인 새로운 법제정보 다 기존 정책을 개선.보완하고 법적용을 엄격히,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법도 폭력.에로 영상물 유통을 근절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전용관 설치도 고려해 봄직하다.

또방송사나 프로테이프 제작사들도 기왕 변신을 선포한 이상 여론의식용이 아니라 방송및 영상물 제작 전반의 체질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는 쪽으로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기회에 고질적인 병폐들을 과감히 제거, 적어도 TV나 비디오 때문에"라는 지적을 받지않는 무공해환경을 지향했으면 한다.

특히방송사들은 방송의 사회적인 영향력을 감안, 과거처럼 시청률과 인기에 지나치게 영합하지 않고 적극적이면서도 의연하게 공공에 봉사하는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위해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편성과 제작의 가이드 라인을 제정하는 일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선을 만들면 지금처럼 "모방범죄"를 유발시키는 선정.폭력문제는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